시즌 최종전에서 붕어빵을 굽는 충남아산 이연우와 대학생 마케터 두 명 ⓒ 충남아산FC 제공
시즌 최종전에서 붕어빵을 굽는 충남아산 이연우와 대학생 마케터 두 명 ⓒ 충남아산FC 제공

[스포츠니어스 | 김귀혁 기자] 아쉬움 속 의미 있는 시즌 마무리였다.

23일 충남아산은 아산 이순신종합운동장에서 펼쳐진 하나은행 K리그2 2025 최종전 전남과의 맞대결에서 전반 11분 상대 안재민에게 실점했으나 전반 28분 은고이의 동점골과 후반전 추가시간 데니손의 극적인 역전골이 터지며 짜릿한 2-1 승리를 기록했다. 이날 결과로 충남아산은 9위로 시즌을 마감하며 플레이오프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최종전 승리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충남아산 입장에서는 동기부여가 크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미 플레이오프 진출이 좌절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충남아산의 후반기 기세는 매서웠다. 10월부터 5승 2무 1패라는 호성적으로 마무리했다. 배성재 감독이 지휘봉을 잡다가 팀을 떠나는 등 올 시즌 내내 우여곡절이 많았음에도 막판 상승세에 다음 시즌 희망을 품을 수 있게 됐다.

특히 선수단만큼이나 구단 사무국 역시 올해 마지막 홈 경기를 의미 있게 마무리하고 싶었다. 이에 맞춰 마지막 홈경기 콘셉트는 크리스마스로 구성했다. 시즌 마무리라는 것에 초점을 두고 팬들에 대한 감사함을 전하려는 의도였다. 그래서 이미 충남아산의 홈구장 이순신종합운동장은 한 달 전부터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크리스마스트리가 곳곳에 위치했고 크리스마스 타투 스티커 등을 제공하기도 했다.

산타 모자를 착용하고 입장하는 충남아산 선수단 ⓒ 충남아산FC 제공
산타 모자를 착용하고 입장하는 충남아산 선수단 ⓒ 충남아산FC 제공

이러한 테마는 선수단으로부터도 찾을 수 있었다. 선수단 입장 시 에스코트 키즈와 함께 산타 모자를 착용하며 등장했기 때문이다. 국내 선수들뿐만 아니라 은고이와 같은 외국인 선수들 모두 서로를 바라보며 미소 짓는 모습이었다. 특히 이 과정에서 김민혁은 큰 사이즈의 모자를 받았음에도 착용이 어려웠다는 후문이다. 구단 관계자도 "김민혁이 계속 '머리에 안 들어간다. 이게 맞는 건가'라고 하더라"라며 '웃픈' 일화를 전했다.

하이라이트는 붕어빵이었다. 크리스마스 콘셉트에 맞춰 겨울 간식 중 하나인 붕어빵을 팬들에게 판매한 것이다. 이를 위해 붕어빵 기계 두 대를 대여했으며 따로 필요한 재료를 구하기도 했다. 붕어빵을 굽는 것 또한 대학생 마케터 두 명과 함께 선수단 대표로 이연우가 직접 나섰다. 이들은 경기 전날부터 미리 굽는 연습을 하는 등 붕어빵에 진심이었다. 

구단 관계자 역시 "붕어빵을 만들어봤던 사람이 없어서 걱정을 많이 했다. 그래서 경기 전날부터 사무국에서 직접 구워봤다"면서 "막상 만들고 나니 냄새가 좋아서 정말 잘 팔릴 것 같다는 생각이었다. 실제로 직원들이 대기 번호표까지 뽑고 기다릴 정도로 맛있었다. 분명 팬분들도 좋아하실 거로 생각했다"라고 이야기했다. 붕어빵은 3개에 2,000원의 가격으로 판매했으며 경기 당일 300개 판매에 성공했다.

더욱 의미 있는 건 붕어빵 판매 수익금을 아동복지시설에 기부했다는 점이다. 해당 시설은 연고지인 아산시에 위치한 '아인하우스'로 구단에서도 지속적으로 후원하고 있는 곳이다. 실제 손준호와 한교원은 이 시설에 후원금을 전달했으며 그 외 선수들 또한 재능 기부로 의미를 더했다. 그리고 최근 대전에서 펼쳐진 A매치 볼리비아전에서도 선수단 7인(김종석, 박병현, 박종민, 송승민, 이학민, 조주영, 최현웅)과 시설 아이들이 함께 관람하기도 하는 등 지속적으로 따뜻한 손길을 건네고 있다.

충남아산 이연우와 대학생 마케터 두 명이 직접 구운 붕어빵 ⓒ 충남아산FC 제공
충남아산 이연우와 대학생 마케터 두 명이 직접 구운 붕어빵 ⓒ 충남아산FC 제공

올 시즌 충남아산에는 바람 잘 날이 없었다. 지난 시즌 2위라는 파란을 일으켰으나 올 시즌에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이후 감독 없이 한동안 대행 체제를 보내기도 했다. 이 외에도 여러 논란 속 팬들 또한 지쳐갔다. 그럼에도 마지막 경기에서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었다. 선수단은 이를 승리로 보여줬으며 구단 사무국 또한 의미를 가득 담은 이벤트로 대신했다. 그렇게 충남아산은 붕어빵 굽는 고소한 냄새가 다음 시즌에도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속 2025년을 마무리했다.

gwiman@sports-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