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니어스 | 미얀마 양곤=조성룡 기자] "그래도 우리 편 있어서 든든하네".
12일 미얀마 양곤 투운나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26 AFC 여자 챔피언스리그 그룹 스테이지 C조(이하 AWCL) 수원FC위민과 북한 내고향 축구단의 경기에서 수원FC위민은 후반전에만 세 골을 실점하며 북한 내고향에 0-3으로 아쉬운 패배를 당했다. 수원FC위민은 C조 3위로 내려 앉았다.
이날 앞서 열린 미얀마 ISPE와 일본 도쿄 베르디의 경기에는 4천명이 넘는 홈 관중이 운집했다. 하지만 경기가 끝나자 이들은 썰물처럼 빠져 나갔다. 역사적인 남북 첫 클럽팀 공식전 맞대결이지만 관중은 그리 많지 않았다. 축구가 보고 싶은 일부 미얀마 관중들이 자리를 지켰다.
물론 묘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다. 경기장 관중석 한가운데는 태극기를 가져온 한 무리가 자리했다. 주미얀마 한국대사관 직원들과 미얀마 교포들이었다. 이들은 태극기를 힘차게 흔들며 수원FC위민을 응원했다. 그런데 경기장 한 쪽 구석에는 인공기를 건 북한 주민들도 발견됐다.
남과 북 교포들이 약 20m 거리를 두고 서로 각자의 팀을 응원하는 상황이었다. 양 측이 서로 접촉하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경기장 한 켠에 서로 걸어놓은 태극기와 인공기는 이 경기의 성격을 대변하는 모습이었다. 묘한 긴장감이 흘렀고 이 분위기는 그라운드에도 전해졌다.
하지만 속된 말로 이 분위기를 '뒤집어 놓은' 인물이 있었다. 바로 수원FC 팬인 김용래 씨다. 이곳 미얀마에 수원FC를 응원하기 위한 팬이 찾아온 것이다. 김 씨는 오전 7시 쯤 미얀마에 도착해 내고향과 맞설 수원FC위민을 응원하기 위해 투운나 스타디움을 바운했다.
김 씨는 경기장에 도착한 이후 '수원의 꽃은 지지 않는다'라는 메시지가 적힌 걸개와 함께 선수들의 국기를 걸어두며 응원 준비를 마쳤다. 그의 손에는 소고가 들려 있었다. 수원FC위민을 응원하는 단 한 명의 팬이었다. 누가 봐도 외로운 싸움이 예상될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김 씨는 갑자기 근처에 있는 미얀마 관중들에게 다가가더니 고개를 꾸벅 숙이며 인사했다. 미얀마 관중들이 박수로 화답하자 김 씨는 간단한 응원 구호를 그들에게 가르쳐 주면서 응원을 유도했다. 미얀마 현지인들은 김 씨의 응원 유도에 맞춰 "수원!"을 외쳤다.
김 씨의 활약에 경기장 분위기는 수원FC위민의 것이었다. 골대 근처에서 몸을 풀던 수원FC위민 교체 선수들은 김 씨를 바라보며 "우리 편이 있으니까 정말 든든하다"라고 뿌듯한 표정이었다. 단 한 명의 팬이 수원FC위민에 제법 큰 자부심을 안겨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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