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안양 한가람 ⓒ스포츠니어스
FC안양 한가람 ⓒ스포츠니어스

[스포츠니어스 | 안양=김현회 기자] 한가람은 시즌이 끝난 뒤 아프리카 말라위로 떠날 계획이다. 

FC안양은 22일 안양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하나은행 K리그1 2025 수원FC와의 홈 경기에서 0-1로 패했다. 안양은 전반 수원FC 이재원에게 결승골을 허용하며 무너졌다. 이날 승리로 수원FC는 최근 5경기 연속 무승(2무 3패)에서 벗어나게 됐다. 이미 생존을 확정지은 안양은 이날 경기에서 패하면서 2연승 행진에 제동이 걸렸다. 이날 경기에서 승리를 거둔 수원FC는 11승 9무 17패 승점 42점으로 9위 울산을 추격했다. 안양은 14승 6무 17패 승점 48점을 기록하게 됐다. 이날 선발 출장한 한가람은 후반 교체되기 전까지 활약했다. 

이날 경기에서 FC안양은 의미있는 행사를 진행했다. FC안양은 이날 아프리카 말라위 3부리그인 치주물루유나이티드와 MOU를 체결한다. 여기에 치주물루유나이티드 이동훈 구단주를 직접 초대해 경기 전 협약식을 진행했다. 이동훈 구단주는 FC안양 팬이자 콘텐츠 크리에이터로 활약 중인 23세 대학생이다. 세계 축구 여행을 하던 도중 말라위로 가 열악한 치주물루유나이티드의 환경을 접했고 이 팀을 돕자는 마음으로 후원을 시작한 게 구단주 직책까지 이어지게 됐다. 이동훈 구단주는 지난 9월 tvN 예능 프로그램인 <유 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해 이 사연을 전하기도 했다. 

안양 구단은 이날 협약식을 맺고 치주물루유나이티드와 좋은 관계를 이어가기로 했다. FC안양은 이전에도 쓰던 축구공 19개를 치주물루유나이티드에 보낸 적이 있다. 구단에서는 훈련용 공으로 쓰다가 유소년까지 활용한 뒤 폐기 직전에 놓인 축구공이었지만 열악한 치주물루유나이티드 입장에서는 이 공도 소중했다. 안양 구단 관계자는 “우리는 축구공 19개를 보냈는데 중간에 하나는 없어져서 말라위까지 간 공은 18개로 알고 있다”면서 “우리도 풍족한 환경은 아니지만 우리가 충분히 쓰고 남은 게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된다는 걸 느끼고 도우려 한다”고 말했다. 

FC안양은 시즌 종료 후 또 다시 축구공을 비롯해 선수들이 신던 축구화와 노후화 한 의료 장비 등을 치주물루유나이티드에 지원하기로 했다. 여기에 개인적으로 치주물루유나이티드에 관심이 많았던 FC안양 한가람은 시즌 종료 후 치주물주유나이티드에 직접 찾아가 일주일 간 생활하기로 했다. 한가람은 2017년 독일에 진출해 독일어는 물론 영어도 유창하다. 브레멘 대학교 컴퓨터공학과에 다니기도 했고 UEFA B 지도자 자격증까지 땄다. 한가람은 치주물루유나이티드로 가 선수단의 훈련을 돕기로 했다. 현재 에티오피아를 거쳐 말라위로 가는 항공권도 구입을 마쳤고 12월 15일 말라위로 날아갈 예정이다. 

남들은 시즌이 끝나면 해외로 여행을 떠나지만 한가람은 말라위로 축구 봉사를 하러 떠난다. 독특하고도 이례적인 선택이다. 이날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한가람은 “말라위까지 가는 거리나 시간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서 “비행기를 오래 많이 타기도 했고 장거리 이동에는 크게 거부감이 없다. 거리나 이동 시간은 생각하지 않고 처음 말라위에 가자는 제안을 받았을 때 재미있을 것 같아서 같이 가기로 했다. 유튜브를 보다가 ‘창박골’이라는 안양 팬분이 세계 여기 저기에서 축구를 접하는 모습을 보고 내가 먼저 ‘창박골’에게 SNS DM을 보내면서 인연이 시작됐다”고 전했다. 

서포터스와 선수의 관계에서 한가람은 오히려 ‘창박골’의 팬이 돼 DM을 보내며 인연을 쌓아 나갔다. 한가람은 “‘창박골’ 님이 치주물루유나이티드 영상을 처음 올리셨을 때 ‘얼마나 축구를 사랑하면 거기까지 가서 저걸 찍을까’ 싶은 마음이 있었다. 그리고 얼마나 축구를 사랑하면 저 선수들이 저런 환경에서도 축구를 할까 궁금하기도 했다. 그래서 먼저 팬심으로 ‘창박골’에게 연락을 했고 올해 처음 실제로 만나 대화를 나눴다. 기회가 되면 같이 말라위에 가보자고 했는데 그게 실제로 이뤄졌다”고 웃었다. 

한가람은 “12월 14일 김운의 결혼식에 갔다가 그날 밤 말라위로 갈 예정이다”라면서 “‘창박골’ 아니, 우리 구단주 님과 같은 비행기를 타고 간다. 동행을 하지 않았으면 정말 가기 힘든 곳이다. 에티오피아로 가서 환승을 해 말라위로 간다고 들었다. 비행 시간만 19시간이라고 하더라. 말라위에 일주일 동안 있으면서 치주물루유나이티드 선수, 감독님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싶다. ‘창박골’ 님의 유튜브에서 나도 본 선수들을 만날 수 있어 기대가 된다. 몇몇 선수들은 이미 영상을 통해 이름을 외웠다. 치주물루유나이티드 감독님 성함도 알고 있다. 축구라는 매개체를 통해 뭔가를 할 수 있을 것 같아 기대가 된다”고 덧붙였다. 

시즌이 끝나면 보통 선수들은 유럽 휴양지나 가까운 일본 등으로 여행을 떠났다. 하지만 한가람은 말라위 3부리그 선수들을 만나러 간다. 한가람은 아프리카로 가기 위해 맞아야 할 예방 접종 등을 체크하고 있다. 한가람은 “가서 내가 어떤 역할을 하게될지는 ‘창박골’ 유튜브로 나중에 확인해 보시면 된다”면서 “나도 유튜버 다 된 것 같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그는 “내가 말라위에 간다고 하니까 우리 안양 구단에서도 가는 김에 전달해 주고 오라면서 이것 저것 치주물루유나이티드에 전달할 짐을 싸시는 것 같더라. 트렁크를 끌고 가 전달하는 역할도 해야한다. 치주물루유나이티드 선수들이 기뻐했으면 좋겠다”고 환하게 웃었다. 

footballavenue@sports-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