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니어스 | 서귀포=김귀혁 기자] 치열함이 만든 명승부였다.
23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하나은행 K리그1 2025 37라운드 제주SK와 대구FC의 맞대결에서 홈팀 제주가 전반 28분 유리 조나탄의 선제골로 앞서 나갔으나 후반 23분 대구 지오바니의 동점골이 나오며 1-1 무승부로 경기가 마무리됐다. 이날 결과로 두 팀의 다이렉트 강등 여부는 최종전까지 치러야 나오게 됐다. 서로 기존 순위는 11위와 12위를 유지한 가운데 12위 대구가 승점 3점 차이로 뒤져 있으나 다득점에서 앞선다.
이날 경기는 이번 라운드를 넘어 올 시즌 최대 빅매치로 꼽혔다. 이날 경기 전을 기준으로 제주가 승점 35점으로 11위였으며 대구가 승점 32점으로 그 뒤를 바짝 쫓고 있었기 때문이다. 정규 라운드 두 경기만 남겨둔 시점에서 만약 제주가 승리한다면 대구의 최하위는 확정된 상황이었다. 반대로 대구가 이긴다면 두 팀의 순위는 역전되며 제주가 다이렉트 강등 위기로 내몰릴 수 있었다.
심지어 파이널 라운드 일정 발표 당시 이 경기만 이날 K리그1의 유일한 경기였다. 다른 K리그1 다섯 경기는 전날(22일)에 펼쳐졌으며 이날 경기에서는 제주와 대구의 맞대결을 제외하고 모두 K리그2 정규 라운드 최종전이었다. K리그2의 플레이오프 관심 여부와 함께 K리그1에서는 사실상 이날 경기가 독무대였다. 다른 팀 팬들까지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였다. A매치 휴식기 2주 이후 치러졌기 때문에 기대감 역시 높았다.
취재진 역시 제주를 기준으로는 역대급 수치였다. 섬이라는 특성상 평소 취재진이 찾아오기 쉽지 않은 곳이지만 이날 경기에는 무려 19개 매체가 경기장을 찾아왔다. 지상파 방송국에서도 제주도까지 올 정도로 관심도는 엄청났다. 제주의 홍보 담당자 역시 "구단에 오래 있었지만 이렇게 많은 취재진이 오는 건 처음이다"라며 혀를 내둘렀다.
양 팀 팬들도 이에 맞춰 바쁘게 움직였다. 대구 원정 팬만 무려 1,393명이 찾아왔으며 제주 홈팬들의 열기 또한 엄청났다. 도합 무려 9,246명의 찾아왔다. 특히 이 시기 제주는 관중몰이에 다소 어려운 환경이다. 서귀포 지역 귤 수확 철과 맞물리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항상 이맘때 관중 수가 다소 떨어지는 경향이 있었으나 이날 경기만큼은 달랐다. 그만큼 서로의 간절함은 컸다.

경기 역시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많았다. 서로 치고받는 흐름이 이어지며 양 팀 팬들의 흥분도는 극에 달했다. 제주가 먼저 선제골을 넣었음에도 대구가 흔들리지 않고 공세적으로 임했다. 그 결과 지오바니의 동점골이 터진 뒤 대구가 기세를 탔고 결국 에드가의 역전골까지 나왔다. 그 순간 대구의 팬들은 열광의 도가니에, 반대로 제주 팬들은 침묵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부상으로 빠진 세징야 또한 관중석에서 쓰고 있던 모자를 벗어 던지며 환호했다.
그런데 여기에서 변수 또한 재밌었다. 에드가가 골을 넣기 이전 대구의 공격자 반칙을 지적하며 온필드 리뷰 끝에 득점이 취소됐기 때문이다. VAR 과정에서는 대구 구단 관계자와 제주 구단 관계자 모두 두 손을 모아 기도하기도 했다. 세징야 또한 개인적으로 비행기를 타고 와서 해당 장면을 간절하게 지켜봤다. 그러다 대구의 득점이 취소되자 세징야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중계 화면을 돌려보는 모습이었다.
결국 경기는 1-1로 끝났다. 두 팀의 생존 여부는 결국 정규 라운드 최종전까지 이어지게 됐다. 경기 내내 소름과 전율이 제주월드컵경기장을 휘감았다. 물론 아직 경기는 끝나지 않았다. 두 팀 팬들에게는 마지막 희망이 아직 있다. 그래서 경기가 끝난 후에도 양 팀 팬들은 서로의 선수단을 향해 더욱 큰 응원을 보냈다. 제주 서포터스에서 먼저 "할 수 있어 제주"를 외치자 대구 팬들도 이에 질세라 더욱 큰 목소리로 "할 수 있어 대구"를 외쳤다. 경기 후에도 이어진 또 다른 맞대결이었다. 추후 결과를 따라 간절함만으로도 명승부를 만든 현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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