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니어스 | 울산=김현회 기자] 울산HD를 떠나게 된 홍명보 감독은 궤변만 늘어놓았다.
울산HD는 10일 울산문수축구경기장에서 벌어진 2024 하나은행 K리그1 광주FC와의 홈 경기에서 0-1로 패했다. 후반 터진 이희균의 결승골에 무너졌다. 이날 경기 패배로 울산은 최근 세 경기 연속 무승(1무 2패)을 이어갔다. 울산은 11승 6무 5패 승점 39점을 유지하며 선두 탈환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특히나 울산은 홍명보 감독의 대표팀 사령탑 부임 소식 이후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패하면서 더욱 큰 타격을 입게 됐다.
홍명보 감독은 지난 7일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으로 내정됐다. 지속적으로 대표팀 감독을 고사해왔던 홍명보 감독이 대표팀 감독직을 수락한 터라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지난 4월 홍명보 감독은 직접 “대한축구협회에서 나보다 더 경험이 많고 경력과 성과가 뛰어난 사람을 데려오면 자연스럽게 내 이름은 나오지 않을 것이다. 내 입장은 항상 같기 때문에 팬들께서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라면서 대한축구협회의 행정에 대해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돌연 홍명보 감독이 대표팀 감독직을 수락하면서 논란은 커졌다. 대한축구협회 이임생 기술본부 총괄이사는 “홍명보 감독은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회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유럽 출장을 다녀와 외국인 감독 후보자 둘을 만난 결과 우리 게임 모델과 맞지 않다고 판단했고 홍명보 감독이 울산에서 구사하는 전술이 대표팀 철학과 일치한다고 확신이 들었다”라고 선임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감독 선임 문제에 대해 비판해오던 홍명보 감독이 대표팀 사령탑을 수락했다는 사실에 비판은 이어졌다.
울산 HD의 서포터스 ‘처용전사’는 8일 SNS를 통해 “대한축구협회는 축구 팬들의 요구를 무시한 채 해결 방안과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결국 K리그 감독 돌려막기라는 최악의 상황에 이르게 했다. 이 결정을 강력히 규탄한다”라면서 “클린스만 감독 경질 이후 한국 축구가 나아갈 정확한 방향을 제시하고 납득 가능한 원칙과 기준을 가지고 차기 대표팀 감독을 선임할 것을 대한축구협회에 요구해 왔다. 하지만 대한축구협회는 이러한 처용전사와 한국 축구 팬들의 요구를 무시한 채 그 어떤 해결 방법이나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표류하다 결국 다시 K리그 감독 돌려막기라는 최악의 상황에 이르렀다”라고 분노했다.
경기 전 50여 명의 취재진과 만난 홍명보 감독은 넉살 좋게 말을 시작했다. 대표팀 감독 수락 이후 처음 공식석상에 모습을 보인 홍명보 감독은 웃으면서 “대표팀 감독 수락 과정에 대한 이야기는 경기 후에 하고 싶다. 30분 뒤에 경기가 시작하는데 내 심경은 경기 후에 말씀드리는 게 좋을 것 같다”면서 “선수들이 아무래도 경기에 임하는 집중력이나 동기부여에 대해서는 우려가 되긴 한다. 잘 모르겠다. 훈련 분위기는 어떤 날보다는 굉장히 평소보다 밝았고 어떤 날은 조금 무거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홍명보 감독은 팬들의 성남 여론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그런 반응은 충분히 이해한다”면서 “그런 감정이 맞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짧게 말했다. 홍명보 감독은 수많은 취재진을 보며 “평소에 이렇게 많이 오지”라면서 농담을 건넸다. 이후 경기를 앞두고 울산 팬들은 걸개를 통해 홍명보 감독의 선택을 강하게 비판했다. 경기 후에도 홍명보 감독을 향한 야유가 이어졌다. 지난 라운드까지만 하더라도 전폭적인 지지를 받던 홍명보 감독은 불과 며칠 만에 울산 팬들에게 배신자 취급을 받았다. 울산은 광주에 0-1로 패했다.
경기 후 홍명보 감독은 기자회견장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꺼냈다. 하지만 마지막 질문이 나오기까지 20분 동안 ‘울산 팬’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 홍명보 감독은 ‘자기 이야기’만 했다. 2014년 러시아월드컵 참패 이후 10년 동안 어떻게 지내왔는지, 어떻게 이임생 기술이사와 만나 대화를 했는지, 왜 대표팀 감독을 선택하게 됐는지만 이야기했다. “행정에는 한계가 있으니 현장에서 실행하는 게 중요하다”고 “누가 과연 이걸 실행하는가에 대해서 생각해보면 국가대표 감독이 하는 게 가장 좋다”고 했다.
그러면서 홍명보 감독은 “나를 지키고 싶었지만 나를 버리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해서 정말 잠을 못 자면서 생각하고 나는 나를 버렸다”면서 “나는 이제 없다. 대한민국 축구밖에 없다”고 궤변만 늘어놓았다. 왜 국가대표 팀을 선택했는지만 이야기했고 왜 울산을 떠나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단 한 마디도 없었다. 지난 2월 처음 홍명보 감독이 대표팀 사령탑 후보에 올랐다는 소식을 들은 이후 5개월 동안 감독을 지켰던 울산 팬들에 대해서는 언급 조차 없었다. 마지막 질문이 나오기 전까지 ‘미안하다’는 말 한 마디 없었다.
마치 대표팀 부임 기자회견 같았다. 이날 홍명보 감독은 울산문수축구경기장에서 울산HD 소속으로 경기를 치렀고 기자회견장에도 버젓이 울산HD 엠블럼이 장식돼 있었지만 울산 팬들에 대한 예의를 차리는 발언은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경기 후 서포터스석에 인사를 하러 가서도 팬들 앞에서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선수단 뒤 쪽에 물러서 있던 홍명보 감독은 기자회견장에서도 울산 팬들을 배려하지 않았다. 리그 도중 도망치듯 팀을 떠나면서 마치 한국 축구를 구원하기 위해 떠난다는 궤변만 늘어놓았다.

시간 관계상 여러 질문이 오갈 수는 없었다. 마지막 질문으로 “경기 후 울산 팬들로부터 야유가 나왔다. 지난 주까지 응원을 받았는데 기분이 어떤가”라는 질문이 나오자 그때야 홍명보 감독이 ‘처음’ 울산 팬들을 언급했다. 홍명보 감독은 그제야 “너무 죄송했다. 이렇게 물론 언젠가는 떠나야 될 시기가 오겠지만 이렇게 작별하는 건 원치 않았다. 그 동안 너무 좋았었는데 나의 실수로 인해서 이렇게 떠나게 됐다. 정말 우리 울산 팬들에게 죄송하다. 내가 드릴 말씀이 없다. 얼마 전까지 응원의 구호가 오늘은 야유가 바뀌었는데 거기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내 책임이다“라고 말했다.
이 질문이 나오지 않았더라면 홍명보 감독은 울산 팬들에 대한 사과도 없이 기자회견을 끝낼 뻔했다. 통상적으로 기자회견이 마무리되면 취재진과 감독 사이에 “고생했다”는 인사가 오간다. 하지만 홍명보 감독이 기자회견을 끝내고 자리를 떠 문을 열고 퇴장할 때까지 50여 명의 취재진은 단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이 모습을 아무 말 없이 지켜만 봤다. 홍명보 감독은 이제 대한민국 최상위 팀인 국가대표 감독에 복귀한다. ‘원팀’을 강조하던 홍명보 감독은 떠날 때가 되니 울산을 ‘원 팀’이 아닌 ‘남의 팀’ 보듯했다. 명색이 한국 축구의 ‘보스’라는 지도자의 리더십이 이 정도였나. 홍명보 감독이 던진 유행어가 생각난다. ‘이게 리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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