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그리너스 가브리엘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안산그리너스 가브리엘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스포츠니어스 | 김현회 기자] K리그 경기에서 인종차별 논란이 불거졌다. 이에 선수는 경기 도중 상대팀 감독에게 세 차례나 사과했지만 정작 해당팀 관계자는 발뺌하고 있다. 

성남FC는 20일 안산와~스타디움에서 벌어진 하나원큐 K리그2 2023 안산그리너스와의 원정경기에서 3-0 완승을 거뒀다. 전반 안산 가브리엘의 퇴장으로 수적 우세 속에 성남은 세 골을 퍼부으며 완벽한 승리를 챙겼다. 이날 승리를 거둔 성남FC는 최근 5경기 연속 무패(2승 3무) 행진을 이어갔다. 승점 3점을 챙긴 성남은 5승 5무 3패 승점 20점으로 상위권 도약을 위한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 

이날 안산그리너스 브라질 공격수 가브리엘은 전반 종료 직전 퇴장 당했다. 김진래와의 충돌 이후 김진래를 주먹으로 가격했다는 판정에 따라 VAR 판독 끝에 퇴장 판정이 내려졌다. VAR 판독 과정과 이후 퇴장 과정에서 안산 임종헌 감독과 코칭스태프가 격렬하게 항의했다. 판정에 대한 항의처럼 보였다. 하지만 가브리엘의 퇴장 장면에 대한 항의가 아니었다. 경기 후 임종헌 감독은 “퇴장 상황에서 가브리엘한테 이야기한 건 없다. 상대팀 선수가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한 점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다. 그런 걸 제지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물론 잘못한 건 가브리엘이 그런 퇴장성 행동을 한 거다”라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가브리엘에게 인종차별적인 발언이 나왔다는 충격적인 주장이었다. 재차 묻자 임종헌 감독은 “나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들었는데 그건 선수들 간의 있을 수 있는 일이라 문제 삼고 싶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임종헌 감독과 안산 코치진은 대기심을 향해 가브리엘에 대한 상대팀 선수의 인종차별적인 말에 대해 항의를 한 바 있다. 임종헌 감독은 결국 가브리엘이 퇴장을 당하자 심판진을 향해 “퇴장은 맞는데 그걸 떠나 왜 이런 상황을 만드느냐”고 항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산 측 관계자와 선수, 통역사 등의 말을 종합하면 해당 선수는 “어디 삼류 X밥X끼가 한국에 와서 까부느냐. 너희 나라로 꺼져”라고 한국어로 욕설을 내뱉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 현장에 없던 분이 ‘팩트 체크’를 논하시면…

나는 현장에서 이 상황을 파악한 뒤 기사를 작성했다. 양측 관계자와 선수 등의 의견도 종합했다. 그런데 잠시 뒤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한 통 걸려왔다. 성남FC 권성진 기획실장이었다. 솔직히 말해 나는 이 분을 잘 모른다. 경기장에서 오다가다 마주친 적은 있지만 인사도 나눠본 적이 없다. 직책이 뭔지도 모른다. 처음에는 전화를 해서 기사 내용에 대해 항의하기에 홍보마케팅팀 팀장이나 실장 정도라고 생각했는데 기획실장이란다. 기획실장이라는 직책이 있는지도 몰랐고 이건 홍보마케팅실에서 해야 하는 업무 아닌가 싶었다. 어찌됐건 이 이야기는 뒤로 미루고 전화 통화 내용부터 살펴보자. 

기사를 작성한 뒤 권성진 기획실장의 항의 전화를 받고 그의 이야기를 기사에 추가로 실었다. 사실 확인이 덜 돼서가 아니다. 그가 기가 차고 앞뒤가 안 맞고 선을 넘는 말을 스스럼 없이 하기에 “그대로 기사에 쓰겠다”고 했다. 권성진 기획실장의 말은 황당했다. 성남FC 권성진 기획실장은 "해당 선수에게 문의한 결과 '왜 삼류 같이 플레이를 하느냐'는 발언을 한 건 맞지만 이후 욕설 내용은 기억이 나지 않고 인종차별적인 말은 하지 않았다고 확인했다. 또한 상대팀 선수의 언행에 대해 공식석상에서 인종차별이라고 단정지어 말한 임종헌 감독에게도 우리가 책임을 묻겠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왜 나한테 ‘팩트 체크’를 하지 않았느냐”고 따졌다. 아니, 현장에서 홍보팀, 선수, 감독, 통역사 등의 이야기를 다 종합했는데 내가 왜 성남FC에서 무슨 업무를 하는지도 모르는 이에게 전화를 해 의견을 물어야 하나. 정말 빈정거리는 게 아니라 나는 성남FC에서 권성진 기획실장이 하는 일이 뭔지 모른다. 기획실장이라는 직함을 가진 이에게 ‘팩트 체크’를 요청할 거면 구단의 대표성을 띈 구단주나 단장, 대표에게 전화를 해서 묻는 게 더 확실한 공식 입장 아닐까. 기자회견장과 믹스드존 현장에서 여기저기 물어보고 취재한 이에게 ‘팩트 체크’를 논하는 게 앞뒤가 맞지 않는다. 그럼에도 권성진 기획실장의 반박을 기사에 실은 건 정말 말 하나하나에 기가 차서다.

세 번이나 사과한 선수, 그런데 발뺌하는 구단

현장에 있던 사람에게 ‘팩트 체크’ 운운하는데 권성진 기획실장은 얼마나 ‘팩트 체크’가 됐는지 묻고 싶다. 권성진 기획실장은 이 일을 잘 모른다. 기자회견장과 믹스드존에는 오지도 않았다. 권성진 기획실장은 “기사에 나오는 ‘삼류선수’라는 문구도 '왜 삼류 같이 플레이를 하냐'로 바꾸라”고 말했다. 서로 밀치고 당기고 욕설을 하는데 해당선수가 상대에게 ‘왜 삼류 같이 플레이하세요?’라고 정중히 물었을까. 그리고 이후 욕설 내용은 선수가 기억을 못한다고 했다. ‘기억이 안 납니다’는 뉴스에서 정치인들로부터 많이 들은 말이다. '왜 삼류 같이 플레이를 하냐'는 정중한 항의에 이후 욕설은 기억이 안 난다고 하니 이해할 수 없지만 그대로 반박에 포함시켰다. 

권성진 기획실장은 이 상황에 대해 아는 게 없다. 이 경기에서 논란의 언행 이후 해당 선수 A가 상대팀 감독에게 세 번이나 사과를 했다는 사실은 알고 있나. 알 리가 없다. 전후 사정을 모르는데 어떻게 아나. A는 가브리엘에게 강한 어조로 무언가 외쳤다. 그리고는 잠시 뒤 임종헌 감독에게 가 고개를 숙여 사과했다. 여기에서 끝이 아니다. 하프타임이 되자 A는 다시 임종헌 감독에게 가 한 번 더 사과했다. 임종헌 감독은 이 두 번의 사과를 받지 않았다. 눈 앞에서 A가 가브리엘에게 했던 심한 말을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경기 종료 후 A는 다시 임종헌 감독에게 가 사과했고 임종헌 감독은 “아무리 그래도 그런 말은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상하다. '왜 삼류 같이 플레이를 하느냐'는 경기 도중 상대팀 선수에게 할 수 있는 말을 해놓고 A는 상대팀 감독에게 세 번이나 사과를 하러 갔다. 당시 상황에 대해 임종헌 감독을 포함해 선수, 코칭스태프, 통역사는 “너희 나라로 꺼져”라는 말을 하는 걸 똑똑히 들었다고 했다. A가 왜 세 번이나 상대팀 감독에게 사과를 했는지, 어느 쪽의 말에 더 신빙성이 있는지 독자 여러분들께서 판단해 주셨으면 한다. 안산그리너스 측은 밤새 해당 발언을 들은 이들의 의견을 종합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성진 기획실장은 A가 세 차례나 임종헌 감독에게 가 사과를 한 사실도 모르면서 전화를 걸어 와 “팩트 체크도 안 하고 기사를 쓰느냐”고 했다. ‘팩트 체크’는 권성진 기획실장이 해야한다. 

안산그리너스 가브리엘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안산그리너스 가브리엘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A 선수 걱정하는 임종헌 감독에게 책임 묻겠다?

하나 더 짚고 넘어가려 한다. 권성진 기획실장은 이날 기자회견장 분위기도 전혀 모른다. 항의 전화를 해 “공식 기자회견에서 임종헌 감독이 ‘인종차별’이라는 워딩을 꺼냈느냐”고 오히려 나에게 반문했다. 항의 전화를 하려면 이 정도는 ‘팩트 체크’를 해야하는 거 아닌가. 그건 알아서 찾아보셔야 하는데 찾기가 어려우실 것 같아 “맞다”고 답했다. 그랬더니 돌아오는 답이 놀라웠다. “그렇다면 공식 석상에서 그런 발언을 한 임종헌 감독에 대해 책임을 묻겠다.” 구단 대표나 단장, 구단주도 아닌 일개 직원이 상대팀 감독에게 책임을 묻겠다는 게 말이 되는 일인가. 하물며 사이가 좋지 않은 구단끼리도 상대 감독에 대해서는 ‘존중’이 기본이다. 상대팀 감독에게 일개 직원이 책임을 묻겠다는 건 살다 살다 처음 들어봤다. 

임종헌 감독은 이 발언 이후 기사가 나간 뒤 A부터 걱정했다. 아무리 상대팀 선수지만 인종차별이라는 단어로 A가 곤경에 빠질까봐 걱정이 한 가득이었다. 임종헌 감독은 한밤에 나에게 전화를 걸어 “아무리 상대팀이어도 A가 난처할 말을 내가 괜히 한 것 같다. 이거 어떻게 수습해야 하느냐”고 물었다. 임종헌 감독은 이 와중에도 A 걱정을 하고 있는데 상대팀 일개 직원은 임종헌 감독에게 책임을 묻겠단다. 거꾸로 되지 않았나. 여기에 권성진 기획실장은 모르는 당시 상황을 하나 더 소개한다. 당시 기자회견에서 임종헌 감독이 다짜고짜 “A가 인종차별 발언을 했다”고 전한 게 아니다. 상황을 모르면서 자꾸 ‘팩트’ 운운하지 마시라.

당시 기자회견장에는 나와 다른 매체 기자 한 명이 있었다. 이런 저런 질문이 오가다가 다른 기자가 질문을 했다. “전반 가브리엘의 퇴장 여파가 컸을 것 같다. 퇴장 상황에서 벤치에서 항의하는 모습도 나왔다. 어떤 상황이었나.” 누구라도 할 수 있는 궁금한 질문이었다. 가브리엘 퇴장 당시 안산 벤치 앞에서 계속 뭔가 항의가 이뤄지고 있었기 때문에 왜 그런 일이 벌어졌는지 묻는 건 당연한 일이다. 이 질문에 임종헌 감독이 “퇴장 상황에서 가브리엘한테 이야기한 건 없다. 상대팀 선수가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한 점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다. 그런 걸 제지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물론 잘못한 건 가브리엘이 그런 퇴장성 행동을 한 거다”라고 답했다. 

이미 고양 Hi FC 때 속았던 기억

이후 “인종차별 이야기를 자세히 해줄 순 있나”라는 질문을 그 기자가 또 했다. 여기에 임종헌 감독은 “나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들었는데 그건 선수들 간에 있을 수 있는 일이라 문제 삼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한밤 중에 임종헌 감독에게 걸려온 전화에 나는 이렇게 말했다. “감독님이 기자회견장에서 그 이야기를 하려고 작정해 준비하고 들어온 것도 아니고 그 기자는 물을 수 있는 걸 물었다. 감독님도 그 질문에 답하려면 당연히 그 상황을 언급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감독님이 잘못한 건 없다고 본다.” 임종헌 감독은 “A도 지켜줘야 하지만 우리팀 선수가 그 앞에서 그런 모욕을 당하는데 참지 못한 내 잘못인 것만 같다”고 했다. 

임종헌 감독이 확대해석 했을까. 그는 이미 오랜 시간 해외 생활을 한 지도자다. 태국과 중국을 오가며 감독으로 선수들을 지도한 이력이 있다. 인종차별적인 단어 정도야 구분 못할 사람이 아니다. 더군다나 임종헌 감독뿐 아니라 다수가 들었다는 말을 ‘팩트 체크’ 운운하며 따지는 게 황당하다. 참고로 이날 인종차별 발언 기사는 세 꼭지가 나갔다. 임종헌 감독 인터뷰와 김진래 인터뷰, 가브리엘 퇴장 상황에 관련한 기사에 인종차별 논란이 모두 포함됐다. 김진래 인터뷰에는 “나는 그런 말을 듣지 못했다”는 반론도 담겨있다. 일방적으로 한 쪽의 주장만 담아서 쓴 게 아니라는 점을 알아달라. 

나는 권성진 기획실장에 대한 신뢰가 없다. 워낙 많은 구단을 옮겨 다녔고 매번 직책과 직무가 달라져 헷갈리니 권성진 씨라고 표현하겠다. 권성진 씨는 2012년 12월 고양 Hi FC에서 국장으로 재직했다. 당시 그는 "흥미와 감동을 줄 드라마 기획뿐만 아니라 타 구단과 차별화된 홍보와 마케팅 전략으로 홈경기 관중 5천명 이상 유치에 나서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구단 명의 ‘하이(Hi)’는 고양 시민에게 먼저 다가가 반갑게 인사하고 시민과 팬의 즐거움을 위해 구단을 운영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며 또한 높은 이상과 목표를 추구하며 끊임없이 도전한다는 의미로 ‘High’의 약어를 채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성진 전 고양 Hi FC 국장, 현 성남FC 기획실장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권성진 전 고양 Hi FC 국장, 현 성남FC 기획실장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권성진 씨, 또 선 넘지 마세요

이후 내가 고양 Hi FC의 ‘Hi’가 ‘할렐루야’와 ‘임마누엘’의 약자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후에도 권성진 씨는 “그런 뜻이 아니다”라고 맞섰지만 결국 구단 측에서 "우리는 기독교적 가치를 가진 구단이다"라면서 ‘Hi’가 ‘할렐루야’와 ‘임마누엘’의 약자라는 걸 인정했다. 그때도 권성진 씨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렸다. 이런 전적이 있는 인물을 어떻게 신뢰할 수 있나. 당시 권성진 씨가 국장으로 있던 고양 Hi FC는 2013년 관중수 뻥튀기가 성행하는 중에도 평균 관중수 738명의 대참사를 맞았다. 현장에서 취재가 끝난 내용을 내가 성남FC 기획실장에게 ‘컨펌’ 받아야 할 이유가 없다. 보고는 당신네 직장 직원에게 받으시라. 

A의 상황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승부의 세계에서 흥분을 하다보면 갑자기 감정적인 말이 튀어나올 수도 있다. 인종차별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되지만 A는 피부색 등을 언급한 게 아니라 “너희 나라로 꺼져”라는 말을 했다. 경중을 따지자면 축구계에서 퇴출되거나 사회적 지탄을 받을 만큼 대단히 심각한 발언은 아니다. 충분히 반성하고 사과하면 될 일이다. A가 본성이 그리 나쁘지 않은 선수라는 걸 안다. 실명을 거론하지 않은 것도 A가 가브리엘과 좋게 이 일을 해결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현재 가브리엘은 통역사로부터 당시 A의 말을 전해듣고는 심적으로 힘들어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의 진심을 믿는 나는 A가 충분히 용기를 낼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권성진 씨는 다르다. 권성진 씨는 항의 전화를 하며 “그런데 ‘너네 나라로 꺼져’라는 말이 어떻게 인종차별이냐. 설령 A가 그런 말을 했다고 하더라도 이건 인종차별 발언이 아니다”라고 충격적인 말을 했다. 입장을 바꿔 놓고 생각해 보자. 손흥민이 프리미어리그에서 뛰는데 잉글랜드 국적의 상대팀 선수가 “그 따위로 플레이 해? 너네 나라로 꺼져”라고 손흥민에게 한 마디 했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 축구계가 발칵 뒤집힐 것이다. 이건 엄연한 인종차별 발언이 맞다. 또한 ‘3류선수’라는 발언 자체만으로도 A가 잘못한 건 명백하다. 선수는 경기 도중 발언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세 번이나 상대팀 감독에게 사과를 했는데 구단 관계자는 발뺌하며 오히려 상대팀 감독에게 책임을 묻겠다고 한다. 이건 이제 인종차별과 ‘3류선수’ 발언을 넘어 일개 구단 직원의 선 넘는 행동으로 변질되고 있다. 

footballavenue@sports-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