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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전영민 기자] 인천유나이티드 베테랑 김호남이 프로 통산 첫 퇴장을 당했다. 그것도 인천의 명운이 걸린 중요한 시점에서 말이다.

인천유나이티드는 16일 강릉종합운동장에서 펼쳐진 강원FC와의 리그 25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김수범, 김지현, 이현식에게 연속골을 내주며 1-3으로 패배했다. 이로써 승점 추가에 실패한 인천은 리그 최하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지난 몇 년간 인천은 강원 원정에서 좋은 추억이 많았다. 2018년 8월 19일 춘천송암스포츠타운에서 있었던 리그 경기에서 강원에 0-7 대패를 당한 적도 있었지만 이정빈이 극적인 결승골을 터뜨리며 강원을 3-2로 제압해 생존의 불씨를 살렸던 2018년 11월의 기억은 인천 팬들의 뇌리에 강하게 남아있다. 무고사가 해트트릭을 터뜨리며 강원을 3-2로 꺾었던 지난달 경기 역시 인천 팬들에겐 잊을 수 없는 추억이다.

이렇듯 강원 원정에서 좋은 기억들이 많았기에 인천 팬들은 이번 강원과 경기에 많은 기대감을 걸었다. 상황 자체만 놓고 봐도 인천에 긍정적인 요소들이 많았다. 햄스트링 부상으로 직전 경기인 수원삼성전에 결장했던 오반석이 돌아왔고 역시 부상으로 지난 몇 경기를 쉬었던 지언학 역시 벤치에 이름을 올렸다. 더불어 이제는 인천의 상징으로 자리 잡은 김호남 역시 뇌진탕 부상을 털고 벤치에 포함됐다.

사실 이날 경기에서 김호남은 선발로 투입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컨디션이 아직 완전하지 않다"는 김호남의 의사를 코칭스태프가 존중했고 김호남은 그렇게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했다. 이후 강원에 두 골을 내주며 경기 흐름이 불리하게 흘러가자 조성환 감독은 후반 11분 부진한 모습을 보였던 김정호 대신 김호남을 투입했다. 그러나 이 결정은 결과적으로 악수가 되고 말았다. 후반 22분 김호남이 이현식을 향한 거친 파울로 다이렉트 퇴장을 당했기 때문이다.

김호남은 경합 과정에서 이현식의 등을 발로 가격하는 거친 파울로 옐로카드를 받았다. 하지만 VAR 판독 후 주심은 김호남의 카드 색깔을 빨간색으로 변경했다. 이렇게 김호남은 프로 생활 10년 차에 첫 퇴장을 당했다. 더욱 더 뼈아픈 것은 이날 퇴장으로 김호남이 리그 남은 두 경기에서 나서게 될 수 없다는 점이다. 이번 시즌 인천이 위기에 처했을 때마다 해결사의 기질을 선보였던 김호남이기에 잔여 시즌을 김호남 없이 치러야 한다는 점은 인천 입장에서도 상당한 부담이다.

김호남 역시 절망감에 빠진 모습이었다. 이현식을 향한 파울이 거칠었다는 것을 순간적으로 직감한 김호남은 이현식이 쓰러지자마자 그의 상태를 확인하며 곁을 지켰다. 강원 의무팀이 이현식의 상태를 점검하기 위해 그라운드로 들어온 이후에도 김호남은 이현식의 곁을 떠나지 않고 그의 상태에 이상이 없는지 재차 확인했다. 그러면서 지속적으로 사과의 뜻을 표했다. 상당히 거친 파울이었지만 김호남이 계속해서 미안하다는 감정을 표출하자 강원 선수들 역시 흥분하지 않고 대응을 자제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주심의 판정은 냉정했고 그렇게 VAR 판독 후 김호남은 경기장을 떠나게 됐다. 해당 장면에 대한 박병진 주심의 VAR 판독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VAR로 돌려봤을 때 김호남의 파울은 퇴장이 명백한 장면이었기 때문이다. 박병진 주심이 자신에게 다가오는 것을 목격한 김호남은 이미 퇴장을 직감한 모습이었다. 그는 축 처진 어깨로 자신의 퇴장 처분을 겸허히 받아들였고 그렇게 주장 완장을 김도혁에게 넘기고 그라운드를 떠났다.

현장에서 인상적이었던 점은 김호남이 그라운드를 빠져나오면서 자신의 행동에 대한 미안함을 모든 사람들에게 전했다는 것이다. 이날 경기는 무관중 경기로 진행됐지만 김호남은 그라운드를 빠져나오기 직전 그라운드 정중앙 위치에 서서 본부석 쪽을 향해 90도로 고개를 숙이며 사과의 뜻을 표했다. 그리고 나선 강원의 일반석이 위치한 반대편을 향해서도 90도로 고개를 숙이며 경기를 지켜보고 있을 양 팀 팬들에게 미안함을 전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김호남은 17일 자신의 SNS에 장문의 글을 남기며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였다. "16일 있었던 강원전에서 저의 미성숙한 행동으로 축구를 좋아하고 사랑하는 팬들에게 실망을 드려 정말 죄송한 마음이다"라며 운을 뗀 김호남은 "저의 불필요한 의욕과 제어하지 못한 반응이 이런 과오를 만들었습니다. 모두 저의 불찰과 부주의에서 일어난 행동이라 생각하고 깊이 반성하고 있습니다"라고 전했다.

이어 김호남은 "이현식 선수에게는 운동장에서와 경기 후 문자로 사과를 했지만 여전히 마음이 무겁습니다. 다시 한 번 이현식 선수를 비롯해서 가족분들과 팬 분들에게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제 스스로도 많이 놀라고 경황이 없어 이제서야 사과의 글을 올리는 점 양해 부탁드리며 다시 한 번 깊이 사죄드립니다"라고 글을 마쳤다. 이렇듯 모두가 김호남의 진심을 알고 또 그가 어떤 선수인지 알기에 더욱 안타깝게 다가왔던 그날의 퇴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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