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니어스|안산=전영민 기자] 5년 만에 리그에서 득점을 기록한 안산그리너스 수비수 이준희가 한 달 전 세상을 떠난 장인어른에게 득점의 영광을 돌렸다.

이준희의 소속팀 안산그리너스는 13일 안산와~스타디움에서 펼쳐진 FC안양과의 하나원큐 K리그2 2020 19라운드 홈경기에서 후반 9분 터진 이준희의 선제 결승골로 1-0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안산은 승점 17점을 기록하며 9위 충남아산(승점 18점)을 바짝 추격했다.

이날 안산 승리의 일등공신은 베테랑 수비수 이준희였다. 이준희는 후반 9분 코너킥 상황에서 자신에게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으며 경기의 주인공이 됐다. 이후에도 이준희는 자신의 본 포지션인 왼쪽 풀백 자리에서 제 역할을 다하며 팀에 승점 3점을 선사했다. 이준희의 맹활약 덕분에 안산은 시즌 네 번째 승리에 성공할 수 있었다.

경기 후 기자회견장에 모습을 드러낸 이준희는 "일단 올 시즌에 홈에서 승리가 없어서 다들 위축된 부분들이 많았는데 이번 경기를 앞두고 준비하는 과정에서 선수들, 코칭스태프, 구단 사무국 직원분들까지 모두 한마음 한뜻으로 준비를 해서 이렇게 홈에서 첫 승리를 거두지 않았나 생각된다"고 승리 소감을 전했다.

이어 이준희는 "올해 들어서 착하게 살아서 운 좋게 주워 먹기 골을 넣지 않았나 생각한다. 농담이다"라며 웃은 뒤 "우리가 세트플레이로 골이 없어서 경기 전에 감독님께서 약속된 플레이와 전략적인 플레이에 대해 준비를 많이 해주셨다. 비록 골은 내가 넣었지만 감독님의 전술이 맞지 않았나 생각한다. 또 선수들이 지시에 맞게 잘 움직여줘서 내가 골을 넣은 것 같다"고 전했다.

이날 이준희는 실로 오랜만에 득점을 기록했다. 이준희는 대구 소속이던 지난 2015시즌 리그에서 3골 1도움을 기록한 후 네 시즌(2016~2019) 동안 득점을 기록하지 못했다. 오랜만에 골맛을 본 소감에 대해 이준희는 "4~5년 만에 골을 넣었다. 대구 시절 이후로는 부상을 겪으며 훈련도 잘 못하고 경기에도 많이 나서지 못해 힘든 시간들을 보냈다. 그러다가 작년에 안산에 왔고 이렇게 선수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골을 넣을 수 있어 감회가 새롭다. 안산에 많은 감사함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준희는 "작년에 안산에 온 이후에는 완전히 부상이 완치됐다. 훈련 중에 조금의 부상이 있어서 2주 동안 훈련에서 이탈하기도 했는데 재활 훈련을 하며 경기에 나서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이 커졌다"라고 전한 뒤 "코너킥 상황에서 길게 들어갈 때 문전으로 쇄도하라는 감독님의 전략적인 부분이 맞아떨어졌다. 펠리팡이 주인공이 될 수 있었는데 행운의 토스가 내게 와서 넣었던 것 같다. 펠리팡이 무릎으로 트래핑 미스를 했는데 마침 내가 착하게 살다 보니깐 그렇게 왔던 것 같다"고 웃었다.

대구에서 데뷔해 경남, 서울이랜드, 부산 등을 거친 이준희는 지난 시즌부터 안산에서 뛰고 있다. "상대 팀으로 뛸 때부터 안산은 항상 관중이 많았다"라는 이준희는 "3천명 이상의 관중이 항상 들어왔다. 상대 팀에 있을 때 안산의 많은 홈관중 때문에 주눅이 드는 경우도 있었다. 이 팀에서 뛰기 시작한 이후부터는 책임감이 남달랐다. 작년에는 좋은 성적을 거두며 승리를 많이 했는데 올해는 무관중이다 보니 나태해지지 않았나 생각한다. 나뿐 아니라 선수들도 많이 반성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이준희는 "우리는 이번 경기를 준비하면서 한마음 한뜻이 됐고 비장했다. 이겨도 최하위기 때문에 오늘 이겼다고 너무 기뻐하기 보다는 다음 경기를 준비하자고 했다. 우리가 수원FC라는 1위팀을 이기고 방심하며 흐름을 타지 못했다. 올 시즌 시작할 때는 플레이오프를 목표로 했는데 좋은 성적이 나지 않았다. 하지만 플레이오프에 대한 마지막 간절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그걸 목표로 잡고 한 경기 한 경기 하다 보면 기적이 일어나지 않을까 생각하고 달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부상과 부침으로 2016시즌부터 2017시즌까지 두 시즌 간 리그 아홉 경기에 나서는데 그쳤던 이준희는 지난해 안산에 합류한 이후부터 경기 출전 수를 다시 늘려나가고 있다. "이 팀에 왔을 때 나이도 있었고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는 단계라는 생각이 들었다"라는 이준희는 "경기를 뛸 수도, 못 뛸 수도 있지만 내가 들어간 경기에서는 반드시 승점을 따오자는 목표를 안산에 왔을 때부터 가지고 있다. 실제로 내가 경기에 나섰을 땐 패배보다 승리나 무승부가 많지 않았나 생각한다. 앞으로도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고 전했다.

이준희는 중요한 승부처였던 이날 경기에서 무려 5년 만에 골을 넣으며 안산의 시즌 첫 홈 승리에 기여했다. 그러면서 이날 경기를 위해 팀 동료들과 코칭스태프, 그리고 구단 직원들이 많은 노력을 기울였음을 전하기도 했다. 그렇게 기자회견이 마무리 됐고 취재진의 모든 공식 질문이 끝났다. 하지만 자리에 앉아 머뭇거리던 이준희는 한 마디를 덧붙인 후 기자회견장을 떠났다. "오늘 행운의 골을 넣었는데 사실 한 달 전에 장인어른이 돌아가셨다. 하늘에서 장인어른께서 도와주신 것 같다."

henry412@sports-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