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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성남=홍인택 기자] '우린 괜찮아. 다시 함께 뛰자.' 탄천종합운동장 원정석에 걸린 메시지다.

30일 탄천종합운동장. 성남FC와 제주유나이티드의 하나원큐 K리그1 2019 마지막 경기가 펼쳐졌다. 이미 K리그1에서 살아남은 성남과 이미 K리그2로 강등이 확정된 제주의 경기였다. 같은 시간 경남FC와 인천유나이티드는 승강플레이오프를 치르지 않는 10위 자리를 두고 치열한 싸움을 펼치고 있었다. 부산에서는 승격을 위해 FC안양과 부산아이파크가 맞대결을 펼쳤다. 어떻게 보면 이날 성남과 제주의 경기는 크게 중요하지 않은 경기로 보였다.

제주도라는 섬의 특성상, 그리고 팀의 강등이 확정된 상황상 원정 팬들이 모이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꽤 많은 팬들이 탄천종합운동장의 원정석에 삼삼오오 모여있었다. 그들은 금요일 저녁, 혹은 경기가 열린 토요일 아침 일찍 그들의 팀 제주를 응원하기 위해 수도권 지역으로 이동했다. 그들은 성남에 모였고 그 어느 때보다 더 큰 목소리로 적지에서 뛰는 선수들을 응원했다.

중년쯤 되어 보이는 여성 제주 팬은 "팀이 지든지, 강등이 되든지, 잘하든지 끝까지 우리 팀이다. 마지막까지 선수들 힘내라고 버티라고 응원하려고 왔다"라며 "자식 같은 마음이다. 선수들이 기죽지 않았으면 한다. 축구는 올해가 끝이 아니고 계속된다. 우리도 계속 응원할 것이다. 한 해 두 해 시간이 걸리더라도 다시 1부 리그로 올라올 때까지 끝까지 응원할 테니 용기를 잃지 말았으면 한다"라고 전했다.

제주 팬들은 강등과는 상관 없이 팀을 응원하기 위해 모였다 ⓒ 스포츠니어스

다른 남성 팬은 제주가 수원삼성에 2-4로 패배하고 강등이 확정됐을 당시 팬들의 상황을 전하기도 했다. 그 팬은 "화를 내는 분도 있었지만 오히려 많은 분들이 선수들을 격려하더라. 강등에 실망하는 분들도 많겠지만 다시 올라가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많았다"라고 전하며 "그래도 승격이라는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웬만하면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 중이다"라고 덤덤한 모습으로 전했다.

물론 아쉬움을 전하는 팬도 있었다. 한 여성 팬은 "아직 시간이 지난 수원전 60분 전까지 머물러 있는 것 같다. 속상하긴 하지만 원래 승패에 상관없이 계속 응원을 해왔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줬으면 해서 어제(금요일) 먼저 올라와 있었다"라고 밝혔다. 아쉬운 마음을 전하긴 했지만 이 여성 팬은 "내년에도 힘냈으면 좋겠다"라며 응원의 끈을 놓지 않았다.

이날 제주는 성남에 1-3으로 패배하며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했다. 내년부터 제주는 K리그2에서 시즌을 치르게 된다. 이 팬들은, 어쩌면 당연하게도 K리그2에 있는 제주를 응원하러 모일 것이다. 이날 제주의 응원석 앞에는 '우린 괜찮아. 다시 함께 뛰자'라는 걸개 문구가 적혀 있었다. 그 걸개 문구를 제작한 한 팬은 "우리가 좋아서 하는 거다. 우리의 마음을 담았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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