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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인천=홍인택 기자] 논란이 있었던 트레이드 이후 약 한 달 넘는 시간이 지났다. 두 감독은 김호남과 남준재에 관해 말을 아끼는 모습이었다.

18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19 26라운드에서 인천유나이티드와 제주유나이티드가 맞대결을 펼쳤다. 두 팀은 강등권에서 생존 싸움을 이어가면서 사람들의 기대를 모았지만 또 하나의 이야깃거리도 있었다. 김호남과 남준재의 맞대결이다.

두 사람은 지난달 4일 유니폼을 바꿔 입었다. 인천에만 세 번 입단하며 팬들의 사랑을 받았던 남준재는 제주로 향했다. 마찬가지로 제주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던 김호남은 인천 유니폼을 입었다. 사연 많은 두 선수가 각자 새로운 팀에서 팬들의 응원을 받으며 승점 6점짜리의 외나무다리에서 만났다.

경기에 앞서 두 감독 모두 두 선수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아끼는 모습이었다. 인천 유상철 감독은 김호남에 대해 "선수가 부담을 느낄까 봐 별 얘기는 하지 않았다"라면서 "본인 스스로 동기부여는 충분할 것이다. 오히려 내가 얘기해서 더 부담을 느낄 수 있다. 전체적으로 전술적인 부분만 얘기했다"라고 전했다. 이어 "김호남은 완전히 인천 선수가 됐다. 좋은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라고 덧붙이며 김호남을 지키는 모습이었다.

제주 최윤겸 감독도 마찬가지다. 남준재에 관한 질문이 나오자 최 감독은 매우 조심스럽게 답했다. 최 감독은 "특별히 주문한 건 없다"라면서 "내가 얘기하지 않아도 정신적으로 잘 준비했을 것이다. 다른 선수들에게 주문을 더 많이 했다. 남준재에게는 마음에 부담을 느끼거나 너무 잘하려고 하지 말라고만 했다"라고 전했다. 또한 최 감독은 "김호남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얘기했다. 두 선수의 상황을 명확히 판단하는 모습이었다.

예상대로 두 선수는 적극적으로 뛰었다. 남준재가 공을 잡을 때마다 인천 팬들의 엄청난 야유가 쏟아졌다. 그럼에도 남준재는 본인만의 속도를 살리며 최선을 다했다. 김호남도 마찬가지였다. 김호남은 측면에서 기회를 살리는 데 주력했다. 기회가 오면 과감한 슈팅도 아끼지 않았다. 인천 팬들은 그 누구보다 김호남의 이름을 크게 외쳤다.

하지만 후반 들어 남준재는 안현범과 교체되어 나갔다. 계속되는 야유에 최윤겸 감독이 선수 보호 차원에서 빼준 것으로 보였다. 경기를 마친 후 최윤겸 감독은 남준재의 이른 교체에 대해 "야유를 받아서 그런지 긴장한 거 같았다. 환영해줄 줄 알았는데 야유를 받아서 아쉽다. 우리 선수이기 때문에 아쉬움이 남는다. 그런 면에서 나도 김호남에게 미안하다. 남준재는 나름대로 인천이라는 팀에 공헌했고 열심히 한 선수였기 때문에 그런 부분은 아쉽게 생각하고 있다”라며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두 감독은 말을 아꼈다. 엄청난 야유를 받은 남준재는 "선수로서 마음이 아프다"라고 고백했다. 반대로 엄청난 응원을 받은 김호남은 최선을 다한 뒤 후반 36분 서재민과 교체되어 벤치로 들어왔다. 사람들의 시선을 모았던 이 두 선수와 두 팀의 경기는 이렇게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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