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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성남=이정원 인턴기자] 경기장보다 맛집에서 보는 것이 더 쉽다는 ‘성남의 문제아’ 자자가 이제는 감독의 전화도 안 받는다?

19일 성남종합운동장에서 펼쳐진 하나원큐 2019 K리그1 12라운드 성남FC와 강원FC의 경기. 보통 경기 한 시간 전 양팀 감독과 취재진은 사전 인터뷰를 진행한다. 경기 각오나 부상 선수들의 근황, 이날 경기에서 주목해야 할 선수 등을 얘기하며 가벼운 만담을 가진다.

경기 전 만난 성남 남기일 감독 역시 "강원에 확실한 스트라이커가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며 "우리가 최소 실점 3위를 달리고 있지만 득점에서 자기 역할을 해줄 선수가 필요한데 그런 부분이 아쉽다"라고 첫 운을 뗐다.

성남의 부진한 공격력 원인에는 국내 선수들의 미비한 성장, 외국인 선수들의 잔부상이 있다. 하지만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바로 자자의 부재다. 자자는 1986년생으로 네덜란드 명문 페예노르트에서 프로 데뷔를 했다. 이후 헤타페 CF(스페인), SC 인테르나시오날(브라질) 등을 거쳤고 지난 시즌까지는 태국의 무앙통 유나이티드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갔다.

만 33세라는 적지 않은 나이가 걸림돌이 되기도 했지만 명문 팀에서 뛰었던 경력과 더불어 아시아권 리그에서의 프로 선수 생활을 했기에 한국에서의 적응 부분도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것이 많은 이들의 예상이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자자는 우리가 생각한 자자가 아니었다. 그는 올 시즌 리그 한 경기도 출전하지 못했다. '자자를 보기 위해서는 경기장이 아닌 성남 맛집을 찾아서 가야한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올 정도였다.

남기일 감독은 "정말 답답하다. 자자는 진짜 모르겠다. 팀하고 안 어울리려고 한다. 그걸 알고도 구단이 데려오긴 했지만 답답하다"며 "현재 팀 훈련을 소화하지 못하고 개인 운동만 하고 있다. 팀 훈련만 하면 아파서 못 하겠다고 나간다.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리고 남기일 감독은 폭풍발언을 했다. 자자가 자신의 전화도 안 받는다는 것이다. 남기일 감독은 "훈련을 시키려고 해도 내 전화를 안 받는다. 징벌을 내리고 싶어도 만날 수가 없다. 제멋대로 한다. 선수 본인의 개인성향이 짙다. 선수들과 식사를 할 때도 '왜 내가 여기서 밥을 먹느냐'고 하면서 나간다. 정말 답답하다"고 한숨을 쉬며 말했다.

반면 경기 전 만난 강원 김병수 감독은 강원에 속한 한 외국인 선수를 칭찬했다. 바로 제리치다. 지난 시즌 36경기에 출전해 24골 4도움을 기록하며 K리그1 득점 2위에 올랐던 제리치는 지난 경남전까지 무득점에 그치며 부진의 빠진 상태였다. 제리치는 이날 득점포를 가동하며 팀의 2-0 승리를 이끌었다.

지난 시즌까지 팀의 주전 공격수로 맹활약했던 제리치는 올 시즌 부진에 빠졌고 전술상 맞지 않는다는 이유까지 더해지며 좀처럼 기회를 받지 못했다. 하지만 경기 전 만난 김병수 감독은 제리치를 칭찬했다. 김병수 감독은 “제리치는 외국인 선수 같지 않다. 인간성이 굉장히 좋다. 실력 부분은 의심할 필요가 없는 선수다. 하지만 제리치의 골보다는 우리 팀의 승리가 우선이다”라고 말했다.

ⓒ 성남FC 제공

그러면서 “제리치 본인이 그만큼 노력은 한다. 하지만 제리치에게 의존하면 안 된다. 우리가 좋은 축구를 하기 위해서는 개인이 아닌 팀으로서 융화가 잘 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김병수 감독은 정조국과 함께 제리치를 투톱으로 선발 기용하는 전술 변화를 꾀했다. 그리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제리치는 팀이 0-1로 끌려갈 때 동점골을 뽑아냈고 결국 팀은 극적인 2-1 승리를 거뒀다. 득점 장면뿐 아니라 제리치는 시종일관 위협적인 모습을 보였다.

외국인 선수에 대한 두 팀 감독의 반응은 극과 극이다. 한 쪽은 도저히 통제가 되지 않는 외국인 선수 때문에 한숨을 쉬고 있다. 선수들과 어울리려고도 하지 않고 ‘겸상’도 거부하는 자자는 심지어 감독의 전화까지도 피하고 있다. 반면 지난 시즌에 비해 올 시즌 기회가 적었던 또 다른 외국인 선수는 자신에게 기회가 주어지자 골로 화답했다. 감독 역시 “인성은 말할 것도 없다는”고 그를 칭찬했다. 김병수 감독 입장에서는 해본 적 없는 고민을 남기일 감독은 하고 있다.

김병수 감독은 승리를 확정지은 뒤 펼쳐진 기자회견에서 “앞으로도 제리치-정조국 투톱은 플랜A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제리치에게 기회가 적게 돌아갈 수도 있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제리치에 대한 신뢰는 굳건하다. 문제는 전술적으로 정조국과 겹치는 부분이 있어 제리치를 어떻게 활용하느냐는 점 뿐이다. 남기일 감독은 “최전방에서 방점을 찍어줄 공격수가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자자에게 기대했던 역할이었지만 그는 여전히 맛집만 탐방하고 있다.

자신의 SNS에 맛있다는 뜻의 포르투갈어 ‘suave’만을 남기며 태업 중인 자자 때문에 골치가 아픈 남기일 감독으로서는 인성 좋고 실력 있는 확실한 외국인 공격수도 플랜A가 아니라는 김병수 감독이 내심 부럽지 않을까. 자자와 성남의 계약 기간은 2020년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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