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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대전=이정원 인턴기자] 신인 고준영의 프로 데뷔전은 '얼떨떨하다', 한 단어로 요약됐다.

17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2 2019 서울이랜드FC와 대전시티즌과의 경기가 0-0으로 끝났다. 치열한 공방전이 펼쳐진 가운데 또 한 명의 새싹이 그라운드를 밟았으니 그 주인공은 바로 만 18세 신인 서울E의 고준영이다.

고준영은 후반 25분 교체 투입돼 후반 추가시간 5분까지 합치면 약 25분의 출전 시간을 소화했다. 지난 9일 안산그리너스와의 홈경기에도 후보 명단에 포함됐었지만 경기장을 밟는 데는 실패했다. 하지만 이날 경기에서는 팽팽한 공방전이 이어지던 후반 승부처에 교체 투입돼 눈길을 끌었다.

경기 후 믹스드존에서 만난 고준영은 "출전 예상을 못 했다. 그래도 계속 준비를 열심히 하고 있었는데 감독님이 부르셨다"고 운을 땐 고준영은 "뛰다 보니 호흡도 안 되고 정신없이 공만 보고 뛰었다"며 얼떨결하고 흥분이 가득 찼던 데뷔 소감을 전했다.

고교 졸업 직후 곧바로 서울E에 입단한 고준영. 그는 올 시즌 개막 3경기만에 경기에 뛰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30분이 채 되지 않는 출전 시간이었기에 아쉬움도 있었을터. 이에 고준영은 "그래도 데뷔전이니까 이정도도 감사하다"며 "사실 오늘 데뷔할거란 생각을 못했다. 열심히 했는데 감독님이 기회를 주셨다"고 말했다.

고준영은 이날 올 시즌 팀 내 유일한 득점자인 알렉스와 교체되어 경기장을 밟았다. 한 골이 소중한 0-0의 공방전에서 올 시즌 신인이자 데뷔전을 가지는 고준영에게 부담감도 있었을터. 그는 어떤 마음으로 경기에 임했을까. 이에 "투입되니까 당연히 긴장됐다. 하지만 열심히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라면서 "최선을 다해 팀에 도움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담담하게 말했다.

경기 후 서울E 김현수 감독 역시 "고준영의 투입은 나름대로의 승부수였다"며 고준영에 대한 기대감을 전했다. 감독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고준영. 그가 투입 직전 감독에게 받은 주문은 무엇일까. 고준영은 "감독님께서 미드필더가 볼을 잡으면 수비라인이 올라오니 침투하라고 주문하셨다. 감독님이 주문한 역할은 70% 정도 소화한 거 같다"고 전했다.

천안 제일고 재학 시절 고준영은 빠른 스피드와 양발을 자유자재로 쓸 수 있는 선수로 이름을 날렸다. 하지만 프로 무대는 엄연히 고등학교 시절과는 다르다. 아무리 초고교 특급 유망주라 할지라도 프로 무대에서 사라지는 것은 한순간에 일이다. 고준영이 느끼는 고교시절과 프로의 느낌은 어떨까.

고준영은 "프로는 쉽지 않다. 너무 힘들다. 오늘도 긴장하다 보니 아무것도 안 됐다"면서도 "하지만 고등학교랑 프로가 달라서 그런지 새롭다. 나는 이제 시작이다. 열심히 해서 더욱 성장해야 한다"며 당차게 말했다.

고준영은 경기 종료 후 뒷이야기도 전했다. "형들이 '괜찮다. 오늘 잘 했다. 다음 경기 잘해보자'고 말했다"고 한 고준영은 조언의 주인공이 마스다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마스다는 서울E의 외국인 선수이며 국적은 일본이다. K리그에서만 통산 101경기를 소화한 마스다는 어느덧 한국말을 마스터했다고 고준영은 전했다.

고준영은 이날 경기에서 얻은 교훈에 대해 얘기하며 인터뷰를 이어갔다. 이에 "열심히 해야 더 높게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물론 아직은 처음이이서 정신도 없고 얼떨떨하기도 하다. 하지만 끝까지 열심히 하는 사람한테는 기회가 온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고준영은 "오늘 경기로 프로 데뷔를 했는데 기분이 정말 좋다. 앞으로 더 성장할 테니까 기대 많이 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한 후 인터뷰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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