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유나이티드 장내 아나운서 안영민 씨 ⓒ 스포츠니어스

[스포츠니어스 | 홍인택 기자] 장내 아나운서의 역할은 생각보다 특별하다. 단순히 홈 경기 전 행사를 진행하거나 안내하는 것뿐만이 아니다. 장내 아나운서는 홈 경기장을 찾은 팬들이 홈 선수들을 응원할 수 있게 돕는다. 선수들이 이겼을 때나, 졌을 때나 항상 선수들을 대변해 가장 먼저 팬들에게 인사하는 직업이다.

승리한다면 다행이지만 경기에 지면 선수들이나 팬들만큼 괴로워하는 사람이 있다. 10년 째 인천유나이티드의 장내 아나운서를 맡고 있는 안영민 씨는 "이번 시즌이 제일 힘들었다"라고 말했다.

어찌 보면 팬들과 선수들 사이를 잇는 중재자 같은 역할이다. 그는 패배했을 때도 "다음에는 승리할 수 있게 선수들을 응원해달라"라고 말해야 한다. 패배한 채로 경기 종료 휘슬 세 번이 울려도 빠르게 마음을 다잡고 다음 홈 경기 안내를 해야 한다.

안영민 씨는 8일 인천 중구 국민체육센터에서 다문화가정 어린이들을 돕는 '드림컵 축구 대회'에서도 전·현직 인천 선수들과 함께 자선행사에 참여하며 행사 진행을 맡았다. 현장에서 만난 그는 인천의 생존에 기뻐하며 "정말 다행이다"라고 전했다.

그는 이번 시즌 인천유나이티드를 돌아보며 "스플릿 라운드가 없을 땐 지면 말았는데 스플릿 라운드가 생기면서 작년에 이어 올해도 계속 잔류 싸움을 했다"라며 "올해는 주변에서도 떨어지는 거 아니냐고 해서 정신적으로 힘들었다. 믿음은 늘 갖고 있는데 지켜보기가 어렵더라"라고 전했다.

안영민 씨는 "FC서울전 승리로 마음이 좀 놓였던 것 같다"라면서 마지막 전남드래곤즈와의 경기 뒷 이야기를 전했다.

그는 "현장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팬들도 많이 찾아와주셨고 그 분위기를 다 만들어 주셨다. 2-1로 앞설 때 김민정 아나운서와 중간에 둘이 울었는데. 지금도 생각하니까 울컥한다"라면서 "이게 정말 장점이자 단점인데 우리는 한 경기, 한 경기가 너무 소중하다. 진짜 막 가슴속의 뜨거움이 우승팀보다 더 있었다고 생각한다"라며 뒷 이야기를 전했다.

그는 인천의 장내 아나운서로 선수들과도 인연을 맺으며 선수들이 참여하는 자선행사에도 함께 참여했다. 드림컵 축구대회 1회부터 그의 탁월한 진행력을 앞세워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축구를 즐길 수 있게 도왔다.

안영민 씨는 "작년에는 출장 때문에 참여하지 못했다. 선수들과 함께 친목도 다지고 옛날 문학경기장 때 추억도 되살리고 좋다"라면서 "저도 사실 다문화가정에 대한 생각이 없이 살았다. (강)수일이와 친해지면서 좀 더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다르지만 모두 우리 국민 아닌가. 하면 할수록 더 많이 도와주고 싶다. 우리가 더 잘돼서 이 친구들이 차별받지 않았으면 한다"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그는 "지금 다문화가정 사람들 중에 힘든 사람들이 많다고 하더라. 이 분들이 차별없이 우리나라 국민으로서 잘 살 수 있게 작은 힘이라도 될 수 있으면 좋겠다"라고 전하며 친숙한 목소리와 능숙한 진행으로 다문화가정 어린이들에게 즐거움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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