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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서울월드컵경기장=홍인택 기자] 눈에 띄지 않지만 조용하게 치고 올라오는 무서운 신인이 있다. 그동안 FC서울은 크게 두각을 나타내는 신인이 적은 편이었다. 올해는 조영욱이 전방에서 폭넓은 활동량과 연계능력으로 팬들을 즐겁게 해줬지만 여기 또 다른 한 명의 떠오르는 별이 있다. 측면 수비수 윤종규는 최용수 감독 체제에서 점점 그 모습을 드러내는 중이다.

윤종규는 지난 시즌까지 경남FC로 임대되어 K리그 챌린지 5경기에 나섰다. 서울로 돌아온 이후 올해는 좀처럼 기회를 잡지 못하다가 전남드래곤즈와의 경기에서 처음으로 FC서울 유니폼을 입고 K리그1 경기에 나섰다. 윤종규는 적극적인 공격 가담을 보여줬고 이번 34라운드 강원FC와의 경기에서도 선발로 출장했다.

서울로 돌아온 최용수 감독은 경기 전 인터뷰에서 "팬들에게 빚이 있다"라면서 한마디를 덧붙였다. 그는 "서울을 떠나고 계속 후회로 남은 일이 있었다. 바로 어린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지 못하고 키우지 못한 것이다. 그래서 다시 돌아오면 꼭 어린 선수들을 한번 키워보고 싶었다"라며 윤종규와 황기욱을 언급했다.

윤종규는 강원FC와의 경기에서 오른쪽 윙백으로 나왔다. 반대쪽에는 윤석영이 배치됐다. 윤종규는 윤석영만큼의 채찍 크로스를 올리지는 못했지만 그만큼 엄청난 활동량과 공격 가담으로 공간을 커버했다. 수비나 공격이나 강원 공격진에도 크게 밀리지 않으며 가능성을 증명했다. 한국 나이로 스물한 살. 젊은 선수의 열정과 투지는 물론이고 노련함까지 엿보이기도 했다.

사실 윤종규는 실물로 봤을 때 프로필 사진보다도 울산현대의 이근호와 매우 닮았다. 보통 신인의 얼굴은 알아보기 쉽지 않다. 그러나 초면이었던 윤종규와의 만남도 이근호와 닮았다는 정보를 바탕으로 매우 쉽게 알아차릴 수 있었다. 윤종규는 "밥 먹듯이 듣는 말"이라며 인정했다.

그렇게 많이 뛰고도 윤종규는 크게 지치지 않은 듯 보였다. 윤종규는 경기를 마친 후 "감독님이 주문했던 플레이가 경기장에서 많이 나왔고 좋은 기회도 많이 나왔다. 하고자 하는 부분도 잘 됐지만 경기 결과가 비겨서 많이 아쉬웠던 경기"라며 자신의 두 번째 선발 출전을 돌아봤다.

윤종규는 전남드래곤즈를 상대로 1부리그 데뷔전을 치렀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경남 소속으로 경기에 나선 적은 있어도 K리그1에서 뛰어본 적은 이번이 두 번째다. 그만큼 점점 기회를 잡는 중이다. 윤종규는 "감독님이 전에 인터뷰하실 때 젊은 선수들을 많이 믿는다고 하셨다. 그 말에 부응하기 위해 열심히 했다"라면서 "기회가 오는 것에 대해서는 항상 감사하게 생각한다. 이 기회를 잡아서 좋은 모습을 꾸준히 보여주는 게 제가 해야 할 역할"이라며 이날 경기 무승부의 아쉬움을 씻고 당당하게 얘기했다.

떠오르는 신인이고 가능성이 넘치는 선수지만 사실 서울 측면 수비수의 자리는 경쟁이 강하다. 왼쪽에는 윤석영이 버티고 있으며 오른쪽에는 신광훈도 있고 고요한도 필요에 따라 측면 수비를 담당한다. 좀 더 공격적인 백 스리를 노리는 경우 심지어 측면 공격수인 김한길이나 윤승원도 배치될 때가 종종 있다.

윤종규는 겸손한 모습이었다. 그는 "제가 형들을 많이 보고 배우려고 한다. 같이 몸으로 부딪쳐 보고 그래야 더 빨리 배우는 것 같다"라면서 "아무래도 말로 하는 건 한계가 있다. 훈련장에서 계속 부딪히고 형들이 하는 걸 보고 많이 배우는 것 같다"라며 내로라하는 선배들을 향한 존경을 나타냈다.

윤종규는 흥미롭게도 이날 왼쪽 윙백으로 나선 윤석영과는 다른 유형의 윙백 역할을 맡았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국가대표팀과 비교한다면 왼쪽에는 홍철이 있는 듯했고 오른쪽에는 김문환이 있는 듯했다. 그만큼 둘의 차이는 컸다. 윤종규는 "저는 많이 뛰는 스타일"이라면서 "(김)문환이 형과 가깝다고 생각한다. 사이드백에서 제일 중요한 게 체력이기 때문에 체력을 중심으로 두고 훈련하고 있다"라며 설명해줬다.

이날 서울은 박주영의 선제골을 지키지 못하며 무승부로 경기를 마쳤지만 윤종규는 신인답게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그는 "저번 제주전보다는 이번 경기가 확실히 전술적이나 공격 기회에서 많은 부분이 나왔다. 저번 경기에서 졌고 이번에 비겼으니 다음엔 이기도록 하겠다"라며 "내년에 기대해도 좋다"라고 각오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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