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명회의 현장에서 정운찬 KBO 총재와 사진 촬영에 임한 선수들 ⓒ스포츠니어스

[스포츠니어스 | 김현희 기자] 지난 10일, 한국 야구계는 두 번의 경사스러운 일이 있었다. 2019 시즌 프로야구 2차 신인지명회의를 통하여 총 100명의 루키들이 자신의 소속팀을 찾았던 것이 그 하나고, 또 다른 하나는 일본 미야자키에서 마감된 제12회 아시아 청소년 야구 선수권대회에서 대표팀이 우승을 차지한 것이었다. 대회에 참가 중인 선수들도 1차 지명 확정 유망주와 2학년들을 제외하면 모두 대상자였던 만큼, 드래프트는 프로야구와 아마야구가 만나는 유일한 접점이자 고교/대학야구 최대의 행사이기도 했다.

이에 <스포츠니어스>도 드래프트 현장에 직접 참석, 1라운드부터 10라운드까지 10개 구단이 호명한 100명의 유망주 이름을 들어볼 수 있었다. 또한, 지명회의 다음 날에는 <주간야구 왜> 팟빵 라디오 방송(http://www.podbbang.com/ch/9137?e=22709680))을 통하여 드래프트와 관련한 전반적인 리뷰를 진행할 수 있었다. 이에 본 편에서는 방송을 통하여 전달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포함하여 드래프트와 관련된 전반적인 리뷰를 Q&A 형식으로 진행해 보고자 하겠다. ①편.

Q) 지난 6월 25일 1차 신인 지명 행사도 나름 화려하게 진행된 걸로 알고 있다. 2차 지명회의 현장 스케치를 부탁한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나 취재진의 참가는 1차 지명 당시보다 많았다. 그도 그럴 것이 1차 지명은 대상자가 어느 정도 정해진 상황에서 발표 및 소개를 하는 자리가 아닌가. 그러나 2차 지명은 어느 구단이 누구를 선택할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다. 그래서 예상 외의 지명을 할 수 있는 구단이 나타날 수 있다. 그렇기에, 본인이 응원하는 선수가 호명되었을 때 장내 환호성도 기대 이상이었다. 경기 이후에는 팬들이 자유롭게, 응원하는 구단의 예비 루키들과 사진을 촬영하는 시간도 가질 수 있을 만큼 분위기가 화기애애했다. 그러나, 지명받지 못한 선수들에 대한 아쉬운 역시 공존했던 것도 사실이었다.

Q) 모두의 예상대로 1라운드 1~3번의 주인공은 KT 이대은, 삼성 이학주, 한화 노시환으로 결정됐다. 이 세 선수는 어떤 선수인가?

KT 이대은 : 말이 필요 없는 선수다. 특히, 한국과 미국, 일본 등 프로야구가 존재하는 3국에서 모두 야구를 한 경험이 있다는 것이 크다. 사실, 세계 야구 3강의 프로야구를 모두 겪은 이는 박찬호(LAD-오릭스-한화)를 비롯하여 구대성(한화-오릭스-뉴욕메츠), 이상훈(LG-주니치-보스턴), 임창용(삼성-야쿠르트-시카고C), 오승환(삼성-한신-콜로라도) 등 소수이지 않는가? 김동엽 역시 일본 니치난(日南) 학원에서 야구를 한 이후 북일고 졸업, 그리고 시카고 컵스를 거쳐 SK에 입단하지 않았는가? 이대은 역시 신일고 졸업 후 시카고 컵스 마이너리그를 거쳐 일본 지바롯데에 입단한 경험이 있다. 이후 경찰야구단을 대표하고, 프리미어12에서 국가를 대표하는 선수이기도 했다. 내년에 KT에서 선발 풀타임을 뛰어 줘야 한다.

삼성 이학주 : 2018 고교 유격수 4대 천왕은 경북고 김상수(삼성), 경기고 오지환(LG), 서울고 안치홍(KIA), 광주일고 허경민(두산)이었다. 그런데, 충암고 시절의 이학주가 미국 진출을 선언하지 않았다면, 이들 네 명 중 하나는 그 자리를 양보했을 것이다. 그만큼, 충암고 시절의 이학주는 탈(脫) 고교급이라는 평가를 받던 선수였다. 마이너리그 시절에도 탑 프로스펙트 100(Top Prospect 100) 안에 들 만큼 상당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늘 승격 직전 부상으로 뜻을 못 이루었다. 샌프란시스코 마이너리그 시절에도 마찬가지. 그러한 이유로 귀국 후 독립리그 성남 팬더스에서 플레잉 코치로 활약하기도 했다. 이번에 삼성에 지명됐는데, 공교롭게도 고교 라이벌이자 친구였던 김상수와 재회를 하게 됐다. 기본 소화 포지션은 유격수와 2루수지만, 3루 수비가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마이너리그 시절에도 3루수로는 총 3경기에 투입된 바 있다. 코너 내야수로 활약한다면, 연습이 필요하다.

한화 노시환 : 경남고의 4번 타자이면서도 마무리 투수로 올시즌 내내 올라운더로서의 면모를 선보였다. 특히, 1학년 때부터 1년 선배 롯데 한동희와 번갈아가며 4번을 치면서 홈런포를 생산해 낸 경험이 있다. 투수로도 144km를 던질 만큼 강한 어깨를 자랑한다. 이번 아시아 청소년 대회 국가대표로도 선정되었으며, 3루 수비의 안정감이 인상적이다. 이러한 점 때문에 이정훈 한화 스카우트 팀장이 지명회의 전부터 1라운드 지명을 공언하기도 했다.

인터뷰에 응하는 이학주, 이대은, 윤정현 ⓒ스포츠니어스

Q) 그렇다면, 1라운드 전체 2번 지명을 받은 삼성 이학주가 과연 현재 KBO리그에서 정상급 활약을 보이고 있는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수비실력을 가지고 있다고 봐도 좋은가?

결론부터 언급하자면, "그렇다."라고 단언할 수 있다. 2008 고교 유격수 4천왕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을 만큼 고교 시절에도 다재다능했고, 일부는 되려 김상수, 안치홍, 오지환, 허경민보다 낫다고 평가하는 경우도 있다. 지명권을 행사한 삼성이 어떠한 방향으로 쓸지는 아직 모를 일이나, 최상의 시나리오는 김상수와 함께 키스톤 콤비를 이루는 일일 것이다.

Q) 이들 세 구단 외에 넥센, LG, SK, NC, 롯데, 두산, KIA의 1라운더들은 어떤 선수인가?

넥센 히어로즈 : 세광고를 졸업하고, 동국대에서 잠시 야구를 하다가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계약을 맺은 좌완 윤정현을 지명했다. 사실, 세광고 시절부터 에이스로 주목을 받았으나 당시에는 체구가 그렇게 큰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미국 무대를 경험하고, 군 복무를 하면서 철저하게 자기 관리를 한 결과 좋은 체격 조건을 갖추게 됐다. 특히, 해외파 및 일반 선수 트라이아웃에서 좋은 공을 던지면서 1라운더로 급부상했다. 공교롭게도 넥센은 지난해에도 2차 1라운드에 해외파 김선기를 지명했다. 둘은 또한 세광고 동문이기도 하다. 세광의 좌-우 펀치들이 넥센에서 제 몫을 해 줘야 다른 어린 투수들이 성장할 시간을 가질 수 있다.

LG 트윈스 : 부산고의 좌완 에이스 이상영을 지명했다. 당초 LG는 이번 2차 상위 라운드에서 좌완투수를 지명한다는 계획을 지니고 있었다. 이에 최초에는 해외 유턴파인 윤정현 지명 쪽으로 기울었으나, 앞서 넥센이 지명하면서 이상영 지명을 결정했다. 설령 이상영이 LG의 선택을 받지 못했어도 1라운드 어느 구단이든 그를 지명했을 것으로 보인다. 145km에 이르는 빠른 볼이 강점이나, 스프링캠프를 통하여 충분히 150km도 던질 수 있다. 성장 속도가 빠를 경우, 내년 개막 엔트리에도 오를 수 있다. 좌완투수로 1이닝이라도 막을 수 있느냐의 여부는 코칭스태프의 몫일 것이다.

SK 와이번스 : 올 시즌 고교 유격수 4대 천왕 중 가장 빼어나다는 평가를 지닌 광주제일고 내야수 김창평을 지명했다. 빼어난 타격감으로 이번 아시아 청소년 선수권대회 MVP에도 성정됐다. 특히, 홍콩전에서는 만루홈런 포함한 사이클링을 기록했다. 팀에서는 주로 3번을 쳤지만, 1번 타자로도 어울릴 만큼 발도 빠르다. 지난해 유격수 랭킹 1위로 손꼽혔던 피츠버그의 배지환 못지 않다는 평가다.

NC 다이노스 : 장충고의 우완 장신 에이스 송명기를 지명했다. 당초 서울지역에서 강력한 1차 지명 후보로 꾸준히 이름이 오르내리던 유망주였다. 그도 그럴 것이, 190cm가 넘는 151km의 빠른 볼은 쉽게 칠 수 없기 때문이다. 하드웨어가 좋다보니, 다른 선수들에 비해 확실한 경쟁 우위가 있다. 앞서 지명권을 행사한 구단들이 주로 해외 유턴파를 선택하면서 송명기가 NC 차례까지 오는 행운도 뒤따랐다.

롯데 자이언츠 : 천안북일고의 내야수 고승민을 선택했다. 이에 대해 상당 부문 의외라고 평가하는 이들도 있으나, 그만큼 롯데가 다른 유망주를 제치고 고승민을 1라운드에 지명했던 것은 이른바 '센터 라인'에 대한 보강이 절실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천안북일고 살인타선의 시작을 담당했던 유망주였으며, 주 포지션인 2루수와 함께 유격수도 볼 줄 안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수비력보다 더 무서운 것은 타력. 올해 한화 1차 지명을 받은 변우혁과 함께 팀을 먹여 살렸다. 봉황대기 준우승 주역.

두산 베어스 : 본 기자가 상당히 깜짝 놀랐던 1라운드 지명이 두산에서 나왔다. 부천고 투수 전창민을 지명했기 때문이다. 당초 1라운드 지명 대상자로 체크를 하지 못했던 상황이라 호명되는 순간 상당히 당황했던 것도 사실. 하지만, 145km의 빠른 볼을 쉽게 던지는 유망주라는 사실이 변하는 것은 아니다. 타력 또한 좋아 기본이 잘 되어 있는 것으로 평가를 받는다. 이러한 두산의 선택은 장신 좌완 투수를 1라운드에서 과감하게 지명했던 2010 시즌 전면 드래프트를 보는 듯했다. 그의 지명을 위해 이복근 스카우트 팀장 등이 세심하게 체크를 했다는 후문이다.

KIA 타이거즈 : NC 지명을 받은 송명기와 함께 서울 지역에서 강혁한 1차 지명 후보로 손꼽혔던 덕수고 에이스 홍원빈을 지명했다. 원래 포지션은 포수였으나, 덕수고 정윤진 감독이 동계 훈련 기간 동안 1:1로 직접 지도를 시행한 끝에 153km의 빠른 볼을 던질 수 있었다. 다만, 컨트롤에서 다소 애를 먹었던 부분은 보완이 필요하다. 그러나 190cm가 넘는 장신 우완 투수가 1라운드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것 역시 KIA에게는 행운이었다.

Q) 1라운더들 모두 데뷔 첫해 1군에 진입할 확률이 높지 않다. 하지만, 중하위권 픽에서도 특급 선수가 나올 수 있는 가능성이 제로인 것은 아니다. 2라운드 이후 지명자들 중에서 충분히 1군 진입이 가능한 선수를 누구로 보면 될까?

해외 유턴파 선수들이 이대은, 이학주, 윤정현만 있는 것은 아니다. SK가 지명한 두 명의 해외 유턴파 선수들도 있는데, 이들을 조금 더 지켜보라고 언급하고 싶다. 2라운드에 지명을 받은 하재훈과 5라운드 지명을 받은 김성민이 그 주인공이다. 하재훈은 마산용마고를 거쳐 시카고 컵스 마이너리그를 경험했다. 특히, 고교 시절에는 간간이 투수도 할 만큼 강한 어깨가 인상적이었다. 또한, 마이너리그 올스타도 경험했으며, 포수를 거쳐 외야수비도 안정감이 있었다. 일본 독립리그에서는 외야수로 포지션이 기록되어 있지만, 정작 SK가 하재훈을 호명했을 때에는 투수로 지명했다.

야탑고를 거쳐 오클랜드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은 김성민은 고교 2학년 때에도 홈런포를 가동할 만큼 상당히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 홈런을 뽑아냈던 상대가 당시 고교 투수 최대어였던 광주일고 유창식이었다. 이러한 파워 덕분에 이듬해 오클랜드와 계약에 성공했다. 그러나 부상 등으로 제 기량을 뽐내지 못하다가 귀국하여 경기도 독립리그 성남 블루팬더스에서 운동과 군복무를 병행했다. '곤잘레스'라는 별명이 있을 만큼 파워가 상당하고, 포수로서의 안정감 역시 아직 죽지 않았다. 그렇기에, 내년 1군 백업 포수로 모습을 드러낼 가능성이 크다.

Q) 올해에는 특이한 이력을 가지고 있거나 극복하기 어려운 일을 털어내고 당당히 프로에 입단한 선수들이 있다. 그 중 뇌종양이라는 어려움 속에서도 야구의 꿈을 놓지 않은 노시훈 선수의 이야기가 많은 야구팬들에게 감동을 줬다. 이번에 10라운드에서 NC에 지명되는 기쁨을 누렸는데, 노시훈은 어떠한 실력을 갖춘 선수인가?

뇌종양이라는 사실이 너무 부각되지 않았으면 한다. 또한, 이러한 투병 과정을 극복하고 프로 입단에 성공했다는 스토리 때문에, 연고 구단이 지명했다는 이야기도 어불성설이다. 철저하게 '선수 노시훈'만 봐 줬으면 한다. 2학년이었던 2016년에도 상당히 좋은 공을 가진 유망주였음엔 분명하다. 공 끝에 힘이 있어 정상적으로 선수 생활을 시행했다면 지난해 이승헌(롯데), 이채호(SK), 박재영(KT) 등과 함께 마산용마고 마운드를 이끌었을 선수다. 빠른 볼 최고 구속이 145km에 이를 만큼 상당히 유망했는데, 안타깝게도 뇌종양 판정을 받아 한동안 그라운드를 떠나 있어야 했다. 그러나 이를 극복하고 다시 선수로 복귀했다. 마산용마고 김성훈 감독의 적극적인 후원도 한 몫 했다. 그 자체만으로도 대단한 일인데, 복귀전에서 144km의 빠른 볼을 던지며, 건제함을 과시했다. NC 양후승 스카우트 팀장도 "우리 지역 유망주라서 누구보다도 관심있게 지켜봤던 선수다.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인 만큼, 잘 키워보고 싶었다."라며 지명의 변을 밝히기도 했다.

인터뷰에 응하는 이학주, 이대은, 윤정현 ⓒ스포츠니어스

Q) 이번 신인 드래프트에는 쌍둥이 형제가 나란히 지명되는 진풍경도 있었다. 천안북일고 최재성과 최재익이 나란히 3라운드 전체 26순위, 27순위로 프로팀의 지명을 받았다. 이 두 선수 어떤 선수인가?

서울 배명중학교 출신으로 1분 차이로 형과 아우가 된 쌍둥이 형제다. 둘 모두 올해 천안북일고 마운드를 책임진 인재이면서도 봉황대기 준우승 멤버라는 공통분모가 있다. 140km를 넘나드는 속구를 던지는 점까지 똑같이 닮았다. 그런데, 형인 최재성이 사이드암인데 반해 동생인 최재익은 정통파 우완 투수다. 공교롭게도 태어날 때와 똑같은 1분 차이로 같은 라운드에 다른 팀 지명을 받게 됐다. NC 양후승 스카우트 팀장은 "원래 우리가 쌍둥이 둘을 모두 지명하려고 했다. 그런데, 앞서 최재성이 SK에 지명되자 곧바로 우리가 타 구단에 동생 최재익마저 빼앗길 수 없어 바로 지명권을 행사했다."라며, 두 형제 지명에 대한 에피소드를 밝히기도 했다.

Q) 한 번도 야구부가 있는 학교에서 선수생활을 해본 적이 없는 선수도 10라운드에서 지명의 기쁨을 얻게 됐다. 일본 독립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우완 사이드암 한선태 선수가 그 주인공이다. 비(非) 선수 출신이라는 신분으로 프로 입단에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인가?

부천공고 재학 시절, 2009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을 TV로 보다가 야구의 꿈을 키웠다고 들었다. 당시 우리가 준우승하지 않았는가? 앞서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대표팀이 금메달을 획득한 것도 일정 정도 영향을 준 것 같다. 그러한 의미에서 한선태 역시 색다른 의미의 베이징 키즈일 수 있다. 이에 인근 부천고에 야구부가 있어서 입단 테스트를 받아 보려 했으나, 선수 출신이 아니라는 점이 큰 제약이 됐다. 그래서 잠시 꿈을 접고 사회인 야구 등을 통하여 이를 해소하다가 독립리그 파주 첼린저스 창단 소식에 바로 입단 테스트를 받고 합격이 됐다고 한다. 이후 일본 독립리그에도 극적으로 진출하면서 자신의 이름을 알렸고, 거기에서 김무영 전 소프트뱅크 투수를 코치로 만나 체계적으로 야구를 배울 수 있었다고 한다. 이에 신인지명 트라이아웃에도 참가, 145km의 빠른 볼 구속을 기록하면서 현장에 있던 프로 스카우트 팀이 엄지를 치켜 세웠다고 한다. 이러한 점 때문에 10라운드에서라도 지명을 받은 것 같다. 현장을 찾은 양상문 LG 단장도 "10라운드 우리 순번까지 있다면, 꼭 지명해서 키워보고 싶었다."라며, 지명의 변을 밝히기도 했다.

- 2편에서 계속 -

eugenephil@sports-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