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신인지명회의 주요 멤버들. 사진 정 중앙이 당시 LG 지명을 받은 강승호다. ⓒ스포츠니어스

[스포츠니어스 | 김현희 기자] 지난 7월 31일을 기점으로 2018 프로야구에서 트레이드 시장도 모두 마감됐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와는 달리 국내 시장은 선수들에 대한 팀별 이동폭이 크지 않은 편이다.

선수 출신 단장들이 구단마다 자리를 잡으면서 한때 큰 폭의 선수 이동이 발생하고 또 메이저리그의 룰 5 드래프트와 같은 '2차 드래프트'가 격년마다 시행되면서 1980~2000년대와는 확실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올해 드래프트 시장에서는 큰 폭의 이동은 없었고 마감일을 목전에 두고 두산베어스 외야수 이우성-NC다이노스 투수 윤수호의 트레이드와 LG트윈스 내야수 강승호-SK와이번스 투수 문광은의 트레이드만이 이루어졌을 뿐이었다. 큰 판은 아니었지만 각 팀에서 나름대로 기대가 큰 선수들간의 이동이었기에 '내어주기 참 아쉽다'라는 목소리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그 중 가장 나중에 트레이드 소식이 들려 온 곳은 LG와 SK였다. LG가 그 동안 '포스트 오지환'으로 키워 온 내야수 강승호를 SK에 내주는 조건으로 투수 문광은을 받기로 한 것이다. 트레이드 자체에 대한 펙트는 뒤로 하더라도 LG 팬들로서는 조기 군복무까지 해결하면서까지 키워 온 탑 프로스펙트(Top Prospect)를 내어주는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상당했다. 실제로 강승호의 나이는 올해 겨우 24세인데 비해 문광은은 31세로 쓸 수 있는 시기 또한 서로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이 트레이드는 정말로 일방에게만 유리할 수밖에 없는 것일까?

문광은-강승호 트레이드는 '당연한 일'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현 시점에서 트레이드에 대한 평가를 논하는 것은 상당히 의가 없는 일이다. 따라서 일방에게만 유리할 것이라는 대답은 '아니라(No)'를 넘어 '절대 아니다(Never)'라고 할 수 있다. 서로 부족한 부분을 최소 비용을 사용하여 보완한다는 트레이드에 대한 고유의 목적만 생각해 보면 더욱 그러하다. 좋은 외야수와 코너 내야수 자원들이 많은 SK 입장에서는 유격수와 2루수를 커버해 줄 만한 백업 멤버가 아쉬울 수밖에 없었고 무더운 더위 속에서 불펜 투수들의 소모가 심했던 LG 입장에서는 경험이 풍부한 중견급 투수 한 명이라도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특히 트레이드 대상이 되는 두 선수가 새로운 보금자리에서 각오를 새롭게 하면 서로 윈-윈 할 수도 있는 일이었다. 두 선수의 나이는 애초 고려의 대상이 아니었다.

SK로 자리를 옮긴 내야수 강승호는 북일고 졸업과 함께 LG 트윈스에 합류, 당초 '포스트 오지환'의 강력한 후보로 거론됐던 유망주였다. 북일고 시절에는 주로 유격수를 맡았으나 당시 프로 스카우트 팀은 3루수나 2루수로도 성공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을 정도였다. 당시 부산고 정현(KT)과 함께 라이벌 구도를 형성할 만큼 고교 시절에는 높은 평가를 받았다. 공교롭게도 둘은 내야수 자원임에도 불구하고 2013 신인지명회의에서 나란히 1라운드에 지명을 받으면서 라이벌다운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

다만, 강승호에 대해 이병훈 당시 KBSN 해설위원은 "당장 고쳐야 할 것이 눈에 보인다. 원래 홈런 타자가 아닌데, 타구 비거리에 욕심을 두고 있다. 특히, 우측 테이크백을 하는 과정에서 단 1cm라도 뒤로 밀리면 좋은 타구가 나오지 않는데, 그 점을 강승호가 깨달았으면 좋겠다"라며 보완해야 할 점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프로 입단 이후 경찰야구단 입대를 통하여 군복무를 빠르게 해결하면서 타격에 잠시 눈을 뜨는 듯 싶었으나 올해 1군과 퓨쳐스리그에서 모두 기회를 잡지 못하면서 확실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여기에 2루수에 정주현이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면서 LG 역시 주저 없이 트레이드를 결정했을 가능성이 크다.

2009년 대학 하계리그 우승 당시의 문광은. ⓒ스포츠니어스

문광은에 대한 이야기는 2009년 대학야구 하계리그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동의대를 이끌고 있던 조성옥 감독의 별세 소식이 알려지면서 선수들은 사령탑 없이 결승전을 치러야 하는 어수선한 상황을 피할 수 없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이상번 감독대행(현 동의대 감독)은 선발로 4학년 에이스를 투입하면서 전의를 다졌다. 그 이가 바로 문광은이었다. 스승이 빠진 가운데서도 호투를 펼친 문광은은 팀의 2-1 승리가 확정되자마자 눈물을 흘리면서 조성옥 감독을 추모하는 일부터 먼저 했다. 당시 '세상에서 가장 슬픈 우승 세레머니'라는 제목의 기사는 결승전이 열린 목동 구장의 분위기를 대번해 주기도 했다. 그리고 당시 하계리그 MVP에 오른 문광은은 2010 신인지명회의 1라운드에서 가장 마지막에 SK의 지명을 받으면서 또 다시 이름을 알리기도 했다. 당시 SK 스카우트 팀은 140km 중반에 이르는 빠른 볼과 안정적인 경기운영능력에 큰 점수를 줬다는 후문이다.

다만, 프로 입문 이후에는 초반 2년 외에는 꽤 평범한 모습을 보여준 것이 아쉬울 뿐이었다. 올해까지의 기록은 프로 통산 5승, 평균자책점 6.89로 대학 시절만 놓고 보면 더욱 분발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이러한 시기에 트레이드를 통하여 본인의 마음을 다 잡는 계기가 된다면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일 수 있는 일이다.

문광은과 강승호. 둘은 서로 다른 포지션에 놓여있는 이들이지만 드래프트에서 모두 1라운드에 지명되었다는 점, 그리고 입단 당시 큰 기대를 지닌 채 팬들의 관심을 받았다는 공통 분모를 안고 있다. 이러한 두 명의 투-타 유망주에 대한 평가는 트레이드 이후 성과로 판단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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