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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인천=홍인택 기자] 22일 중부지방 낮 최고 기온 37도. 습도는 70%. 살인적인 더위가 한반도를 찾아왔지만 이 환경이 낯설지 않은 한 사람. 고슬기는 "그렇게 덥지 않았다"라고 말하며 '쿨내음'을 진동했다.

인천유나이티드는 22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K리그1 2018 19라운드에서 이상호의 선제골로 끌려갔으나 남준재와 문선민의 동점골, 역전골로 역전승을 거뒀다. 무려 17경기 만에 승리였다.

고슬기도 그 오랜 무승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고슬기는 조금은 외롭게 수비라인을 보호했다. 인천의 수비진이 무너지고 실점을 허용할 때마다 인천의 수비진과 전 감독을 비롯해 고슬기의 이름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공격 성향이 강한 고슬기가 전진하면서 수비라인과 간격이 벌어지는 일이 일어났다. 고슬기는 충분히 커버하지 못했고 다른 팀이 그 공간을 이용하면서 실점하는 장면이 나타났다.

이기형 전 감독이 팀을 떠나고 안데르센 감독이 새로 부임해도 고슬기는 그 자리에 섰다. 후반기 시작과 동시에 4경기 14실점을 하면서 수비 극복이 어려워 보였다. 그리고 흐름과 상관없이 항상 의외의 결과를 내는 인경더비가 찾아왔다. 고슬기는 이날도 수비라인 앞에서 허리를 지켰다.

그러나 이번엔 상황이 달랐다. 한석종이 부상에서 복귀하면서 고슬기 옆을 지켰다. 고슬기는 "내가 공격 성향이 강해서 가끔 공격을 나가면 한석종이 커버를 잘해준다. 한석종을 믿고 공격과 수비를 함께 할 수 있었다. 호흡도 잘 맞는 거 같아서 좋다"라면서 동료의 든든함을 자랑했다.

고슬기가 서울을 상대로 추가 실점을 하지 않고 승리를 거둔 원동력은 또 하나 있었다. 바로 고온다습한 날씨였다. 이날 우리나라 중부지방은 오후 기온이 섭씨 37도에 달했고 습도마저 70%에 달했다. 취재석에 앉은 기자들과 경기 감독관은 가만히 앉아있어도 땀을 흘리며 부채질을 했다.

김진야의 활약을 지켜보러 온 김학범 감독도 예외는 아니었다. 전반전이 끝나자 "아 너무 덥다"라면서 잠시 자리를 비웠다. 무더운 날씨에 전반과 후반 중반 쿨링 브레이크까지 주어졌다. 그러나 고슬기만이 이 환경에 익숙했다.

고슬기는 인천으로 오기 전 더운 나라에서 축구를 했다. 2012년 울산현대를 떠나 카타르의 엘자이시SC 유니폼을 입었고  2014년부터 태국 부리람 유나이티드 유니폼을 입으며 더운 지역만 골라서 축구를 하러 다녔다. 고슬기는 "태국이 덥긴 덥다"라고 전했다.

고슬기는 "태국이나 중동, 너무 더운 나라에서 뛰다 보니까 나는 오늘 그렇게 덥다고 느끼진 않았다. 그곳 날씨에 적응이 된 거 같다"라면서 이 폭염이 별거 아니라는 듯이 말했다. 고슬기는 "체력적 우위도 승리의 원동력일 수도 있다. 그래도 선수들이 다 같이 열심히 뛰어주니까 나도 같이 뛸 수 있었다. 모두가 더웠을 것이다. 다 같이 같은 상황이라 크게 개의치 않았다"라면서 매우 시원하게 대답했다.

고슬기는 "무승 끝에 승리해서 너무 좋다. 선수들이 다 같이 너무 고생해서 이겼다"라면서 "오늘 경기는 끝났다. 전남드래곤즈 원정이 승점 6점짜리 경기다. 준비 잘해서 꼭 이기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쿨내음'을 퍼뜨렸다. 그러나 그의 진심을 느낄 수 있었던 건 웃으면서 전한 그의 마지막 말이었다.

"그래도 다음엔 좀 덜 더웠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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