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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창녕=홍인택 기자] 왼팔에 매여진 주장 완장. 7번. 최전방 공격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떠오른다. 그런 선수가 창녕에도 있었다.

21일 창녕스포츠파크에서 열렸던 제26회 여왕기전국여자축구대회에서 경기율면중과 제주조천중의 경기를 찾았다. 그중 한 선수가 눈에 들어왔다. '저 선수는 딱 호날두네'라고 생각했다. 등 번호 7번에 주장 완장을 달고 있는 최전방 공격수 김민지였다.

단순히 주장이나 등 번호만의 상징으로 그녀를 호날두처럼 본 것은 아니었다. 전체적으로 팀의 공격을 이끌었고 율면중의 공격이 답답할 때마다 그녀가 나타나 공격을 이끌었다. 제주조천중 선수들은 나름대로 서로를 격려하며 수비 후 역습을 노렸지만 김민지의 존재가 그들의 계획을 모두 물거품으로 만들었다.

김민지는 팀의 에이스다운 모습을 보여주며 전반 20분 팀의 선제골을 기록했다. 마치 골 세리머니처럼 김민지의 득점 이후 '쿨링 브레이크'가 주어졌다. 학부모들은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는 운동장에서 뛰는 자녀들을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바라봤다. 율면중 지석민 감독은 '에이스'의 자리를 중앙 미드필더로 옮겼다.

제주조천중은 선제 실점 이전에도 중원을 장악하며 율면중을 괴롭혔다. 율면중으로서는 가장 원하는 모습대로 팀의 선제골을 뽑아낸 셈이다. 수비라인은 올리면서도 중원과의 간격을 좁히며 더 강한 수비를 보여줬다. 게다가 팀의 선제골을 기록한 김민지가 중원으로 자리를 옮기자 중원 장악력도 높아졌다. 경기는 율면중의 계획대로 착착 진행됐다.

제주조천중 학생들이 나름 고군분투했지만 쉽지 않았다. 결국 전반 종료 직전 추가시간에 율면중의 추가골이 터졌다. 율면중은 기세를 잡더니 후반전에도 경기 템포를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주도했다. 김민지가 중원을 탄탄하게 지키며 동료들과 패스를 주고받았고 간결한 터치로 제주조천중의 측면과 뒷공간으로 패스를 찔러줬다. 결국 후반 32분 장선우의 추가골이 터졌고 후반 종료 직전 김민지가 팀의 마지막 골을 넣으며 제주조천중에 4-0 대승을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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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를 마친 김민지는 "대회에서 이렇게 크게 이긴 적이 처음이다. 8강 올라가서 잘하고 싶다"라며 승리 소감을 전했다. 팀의 주장으로서, 또 최전방 스트라이커로서 느끼는 부담은 팀 동료들과 운동장에서 공과 말을 주고받으며 풀어냈다. 김민지는 "부담을 떨쳐내서 이겼던 거 같다"라며 승리 요인을 밝혔다.

김민지를 인터뷰하자 그녀의 주변에 팀 동료들이 모여들었다. 김민지를 가리키며 "이 언니 대표팀이다"라며 슬쩍 정보를 준다. 찾아보니 작년 11월에 열렸던 U-14 한일교류전에서 두 차례 교체 선수로 투입됐다. 아쉽게 득점은 없었다.

팀의 에이스이자 주장이고 대표팀까지 승선했다. 이쯤 되면 본인에게 직접 물어보고 싶었다. 혹시 호날두와 역할이 겹치는 게 아니냐고 물으니 어이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호날두는 좀 아닌 것 같다"라고 말한다. 이유를 물어보니 "중앙 미드필더가 더 편하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그래도 마지막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끝까지 물어봤다. "그럼 롤모델은 누구인가?" 김민지는 당당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이니에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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