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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인천=홍인택 기자] 남자축구 K리그에 염기훈이 있다면 여자축구 WK리그엔 이세은이 있다. 이세은의 강력한 왼발 프리킥이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25일 인천남동아시아드경기장에서 열린 현대제철 H CORE WK리그 2018 7라운드 인천현대제철과 수원도시공사의 경기에서 인천현대제철은 이세은의 활약에 힘입어 수원도시공사를 6-2로 꺾고 잠시 내줬던 1위 자리를 탈환했다. 이세은은 넓은 시야로 장슬기가 넣은 팀의 두 번째 골을 도왔고 2-2 동점 상황에서 강력한 왼발 프리킥으로 팀의 세 번째 골을 기록했다.

인천현대제철은 전반전에만 두 골을 기록하며 확실하게 앞서갔다. 이세은은 팀의 두 번째 골을 도왔다. 수원도시공사가 비야를 묶는 사이 측면으로 파고드는 장슬기에게 패스했고 장슬기는 스텝 오버로 수비수를 따돌린 뒤 팀의 두 번째 골을 넣었다. 이때만 해도 인천현대제철의 낙승이 예상됐다.

후반전 수원도시공사의 반격이 시작됐다. 후반 4분 수원도시공사가 오른쪽 측면을 파고들며 페이지가 한 골을 만회했고 3분 후에는 김미연이 헤더 골로 밀어 넣으며 2-2 동점이 됐다. 인천현대제철로서는 두 골이나 앞서가던 상황을 짧은 시간에 추격당한 꼴이 됐다.

최인철 감독은 선수들에게 침착함과 균형 유지를 요구했다. 그리고 후반 18분 인천현대제철에 프리킥 기회가 찾아왔다. 공은 굉장히 애매한 위치에 있었다. 직접 슈팅하기엔 조금 멀었고 박스 안쪽으로 공을 보내자니 조금 가까웠다. 공을 앞에 두고 따이스와 이세은이 자세를 잡았다. 그리고 이세은이 강력한 왼발로 슈팅을 때렸다.

이세은의 슈팅은 아름다운 궤적을 그리며 수원도시공사 골문을 맞고 땅에 떨어진 뒤 그대로 골문 안으로 들어갔다. 민유경이 처리하려고 했지만 속수무책이었다. 인천현대제철은 수원도시공사의 추격을 뿌리치고 3-2로 앞서갔다. 분위기가 꺾인 수원도시공사는 3분 후 박스 안쪽에서 비야에게 파울을 범했고 비야는 자신이 얻어낸 페널티킥을 그대로 골로 연결하며 4-2로 달아났다. 인천현대제철 쪽으로 승부의 추가 완전히 기울게 된 순간이었다.

최인철 감독도 그런 이세은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세웠다. 최인철 감독은 "왼발의 마법사다. 중요한 순간에 마법을 부렸다"라면서 "무회전도 잘 때리는 친구다. 마법사다운 역할을 해줬다. 임팩트도 워낙 좋은 친구고 컨디션과 감각이 좋으면 놀라운 일을 해낸다. 나도 깜짝 놀랄 때가 많다"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최인철 감독은 "남자축구에 염기훈이 있다면 여자축구에는 이세은이 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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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은은 감각적인 패스로 도움을 기록한 데다가 놀라운 프리킥을 성공시켰지만 그녀는 늘 자신에게 엄격한 선수다. 이날도 팀의 대승을 이끌었으나 가장 먼저 아쉬움을 전했다. 이세은은 "2-0으로 이길 때 몰아갔어야 했는데 아쉽게 2-2까지 갔다. 실점하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조금 아쉬운 경기"라면서 경기 소감을 밝혔다.

프리킥 골 말고도 이날 이세은의 존재는 특별했다. 수비 라인을 보호하는 이영주를 믿고 주저 없이 전진했다. 비야와 박희영이 수원도시공사 수비수들에게 묶여있을 동안 따이스와 장슬기에게 감각적인 패스를 연결하며 인천현대제철의 공격을 이끌었다. 팀 두 번째 골인 장슬기의 골도 이세은의 발끝에서 나왔다.

이세은은 도움 장면에서 또 아쉬움이 남아 있었다. 그녀는 두 번째 골 장면에 대해 "더 빨리 열어줬어야 했다. 타이밍이 좀 늦었다. 개인적으로는 아쉽게 생각한다"라면서 "에이, 다 도우면서 하는 거지"라며 애써 불만족을 털어내는 모습이었다.

프리킥 골에 대해 묻자 이세은은 "자신은 있었다"라며 그제야 표정을 풀었다. 이세은은 "원래 노리는 곳은 다른 곳이었다. 뚝 떨어지게 찬다고 찼는데 골대를 맞았다. '오, 어떡해. 들어가'라고 했는데 다행히 들어갔다. 그나마 들어가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라며 프리킥 골 상황을 설명했다.

자신감을 가득 담아 찬 공이 노린 곳을 향하지 않아도 골로 연결됐다. 이쯤 되면 왼발 장인이 맞다. 이세은을 염기훈과 비교하자 그녀는 "왼발은 염기훈이다. 염기훈과 비교되는 거 자체가 감사하다"라고 손사래를 쳤다.

이세은은 2008년에 팀에 입단해 어느덧 10년째 팀의 중원을 지키고 있다. 그렇게 이세은은 팀이 어려울 때마다 팀을 위해 왼발을 쓰며 팀이 정상 가도를 걸을 수 있도록 도왔다. 인천현대제철 왼발의 마법사 이세은은 이날도 팀을 위해 왼발을 썼다. 이세은도 염기훈처럼 왼발의 지배자가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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