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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홍인택 기자] 권창훈이 아킬레스건을 다쳤다. 월드컵은 불발이다. 권창훈은 지난 14일 러시아 월드컵을 앞둔 우리 대표팀 명단에 이름을 올렸지만 부상으로 제외될 가능성이 크다.

안타깝다. 최근 프랑스 리그1 경기에서 훌륭한 활약을 펼친 선수라 더 그렇다. 권창훈에게 위로의 말을 전하고 싶다. 수원삼성에서 뛸 때도 특유의 번뜩임이 돋보였지만 프랑스에서 보여준 그의 능력은 특별했다. 월드컵 무대에서도 권창훈의 활동량과 특유의 번뜩임으로 상대 수비수들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모습을 기대했다.

본인에게도 매우 큰 아쉬움으로 남을 것 같다. 월드컵이란 무대를 향한 기대감이 어느 정도일지 상상하기 힘들다. 월드컵을 앞두고 부상 등으로 아쉽게 탈락한 선수들이 밝힌 아쉬운 마음과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 나이나 경력은 달라도 김민재나 염기훈이 느꼈던 아쉬움보다 더 클 것 같다. 게다가 권창훈은 28인 명단까지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대표팀 소집을 앞둔 최종전에서 다치고 말았다. 아킬레스건보다도 마음이 크게 다치지 않았기만을 바랄 뿐이다.

한편 이 소식을 접한 팬들도 안타까움을 전했다. 주세종도 대표팀 소집을 앞둔 경기에서 쓰러졌고 이근호도 쓰러졌다. 대표팀 선수들이 쓰러질 때마다 팬들은 가슴을 졸였다. 다행히 주세종과 이근호는 큰 부상 없이 털고 일어났지만 결국 권창훈의 '아웃' 소식이 팬들에게 전해졌다.

그 순간 팬들도 좌절이 컸던 것 같다. 유럽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던 선수였고 평가전에서도 인상적인 활약을 보여줬기에 그 마음이 더 전해졌다. 우리 대표팀 선수 중 최근 가장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던 선수다. 이 선수가 월드컵 무대에서 붉은 유니폼을 입고 어떤 활약을 펼칠지 궁금했다. 오른쪽 측면에서 혹은 최전방까지 활용가치가 높았던 공격자원이기에 안타까움은 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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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움보다 무관심의 쓸쓸함을 지나칠 수 없다

그런데 조금 이상했다. 바로 얼마 전까지 우리 대표팀의 월드컵 성적으로 3전 전패를 예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는 김민재가 부상으로 쓰러지면서 마치 확신에 가까운 미신으로 번졌다. 이미 성적 면에서는 기대치를 끌어올릴 수 없었던 대표팀인데 권창훈의 부재가 이를 더 가속화시켰다.

월드컵 최종 예선을 거치며 우리 대표팀과 팬들 사이에서는 어떤 공감대가 형성됐다. "우리는 월드컵 진출국 중 최약체"라는 공감대였다. 그 공감대는 여전히 변하지 않았다. 월드컵을 앞두고 발표된 명단을 보면서도 사람들은 시큰둥했다. 그나마 공격진에서 이야깃거리가 만들어진 건 문선민과 이승우였다. 권창훈은 당연히 뽑혀야 한다고 생각한 것일까? 신태용 감독의 전술 활용 가치에 적합한 선수임은 분명하지만 어느 선수도 대표팀 자리를 '보장'할 수는 없다.

우리 대표팀을 바라보는 비관적인 시선과 무관심에 쓸쓸함을 느꼈던 게 바로 얼마 전이다. 최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 의하면 평소 축구에 관심을 두지 않는 사람의 비율은 49%로 절반에 가까운 수치였다. 16강 진출을 기대한 사람은 37%였다. 10명 중 약 6명은 16강 진출에 실패할 것으로 예상했다. 해당 여론조사는 지난 16일과 17일 양일간 조사된 결과로 김민재와 염기훈 부상 소식 이후, 그리고 대표팀 명단 발표 이후 이루어진 조사다. 여전히 비관적인 전망에 더 비관적인 소식이 더해졌을 뿐이다.

권창훈의 부상 여부로 사람들이 대표팀에 거는 기대가 더 위축될 수는 있다. 그러나 모르긴 몰라도 16강 진출을 기대한 37%의 사람 중에는 '예상'보다 '응원'의 목적으로 그렇게 대답했을 확률도 높을 것이다. 권창훈의 존재 여부와 상관없이 16강 진출은 어렵다. 그래도 월드컵이라는 무대에서 우리나라를 보는 즐거움이 있다. 이탈리아와 네덜란드, 중국 사람들은 자국 출신 선수들을 월드컵에서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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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이들의 분발을 촉구하며

권창훈의 부재가 참으로 안타깝지만 월드컵을 앞둔 시점에서 권창훈의 빈자리를 채워야 할 고민도 이루어져야 한다. 권창훈을 대체하기 쉽지 않겠으나 이재성이나 이창민도 충분히 권창훈의 역할을 해줄 수 있다. 혹은 어쩔 수 없이 포기해야 했던 공격 계획을 다시 꺼내어 들춰볼 기회도 생겼다. 많은 팬과 다수 감독도 아쉬워한 석현준 카드를 다시 꺼내게 될 수도 있다. 국내 한 프로팀 감독은 김신욱과 석현준의 공존도 가능할 것이라는 견해를 밝힌 적이 있다. 권창훈의 순간적 번뜩임을 포기해야 한다면 김신욱과 석현준의 존재로 상대 수비를 압박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권창훈의 부재로 다른 팀을 응원하겠다는 소리도 나왔다. 연이은 부상 낙마와 기성용의 소속팀 스완지가 강등을 당한 것도 신태용 감독의 저주라는 불미스러운 말도 나온다. 의견은 다를 수 있지만 이런 건 미신을 믿는 헛소리에 가깝다. 어차피 우리는 잃을 게 없는 최약체였다. 어차피 잃을 게 없으니 '행복회로'를 돌려보자. 주축 선수들의 부재를 훌륭하게 채워줄 스타의 탄생, 혹은 '승점 제물'이라고 여겼던 우리가 기적을 일으킬 수도 있지 않나. 우리가 지난 브라질 월드컵의 알제리가 될 수도 있다.

권창훈과 더불어 김민재와 염기훈의 쾌유를 바란다. 이번 월드컵은 아쉽지만 월드컵만이 축구는 아니다. 월드컵에 출전하지 못한다고 그들의 축구가 끝나는 건 아니다. 주세종과 이근호도 이제 다치지 말았으면 한다. 월드컵을 앞두고 한 경기를 더 치러야 하는 K리그 선수들도 부상을 조심했으면 한다. 최종 명단에 뽑힐 때까지 모두 열심히 노력해줬으면 한다. 그들이 러시아에서 후회 없이 뛰기만을 바랄 뿐이다. 그들의 노력으로 이 대표팀을 향한 비관을 뒤집어줬으면 한다.

intaekd@sports-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