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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홍인택 기자] 최근 FC서울 신진호의 위치가 예사롭지 않다. 신진호는 지난 8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 삼성과의 슈퍼매치에 이어 11일 포항 스틸러스와의 경기에서도 최전방에서 상대 수비수들을 괴롭혔다.

축구 선수들에게 주어지는 역할은 매우 세세하고 점점 진화하고 있다. 굳이 큰 마디로 나누자면 네 가지다. 골키퍼, 수비수, 공격수, 그리고 공격과 수비 중간에서 연결고리 역할을 맡는 미드필더다. 신진호는 미드필더다. 수비와 공격을 이어주는 역할이다. 

미드필더를 표현하는 단어는 꽤 여러 가지가 있다. 공수의 연결고리, 중원을 담당하는 허리 등이다. 더 세세하게 따지면 공격형 미드필더, 수비형 미드필더, 측면 미드필더가 있고 역할에 따라 박스 투 박스, 딥 라잉 미드필더가 있다. 신진호는 주로 공격형 미드필더, 혹은 딥 라잉 미드필더 역할을 맡아왔다. 그가 상주 상무로 입대하기 전 FC서울 유니폼을 입고 아드리아노에게 찔러 넣어줬던 패스는 팬들의 마음을 사기에 충분했다.

이번 시즌 신진호는 미드필드에서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서울의 수비가 흔들렸던 이유도 컸다. 김성준과 정현철은 서울이라는 팀과 황선홍 감독이 원하는 축구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해 보였다. 헐거워진 미드필더 공간을 상대 공격수들이 원하는 만큼 이용했다. 신진호는 그 공간을 커버하기 위해 계속 수비에 가담했다. 신진호의 장점이 살아날 수 없었던 경기가 계속됐다. 

그가 FC서울에서 최전방 위치에 있는 모습은 다소 어색했다. 사실 신진호는 수원전이나 포항전에서 결정적인 슈팅 기회를 잡지는 못했다. 공격수 위치에 있다면 골도 넣어야 한다. 그러나 단순히 골을 위해서 신진호를 공격수로 올리진 않았을 터였다. 서울엔 신진호 말고도 골을 기록할 수 있는 선수들이 있다. 그렇다면 황선홍 감독이 그에게 원하는 모습은 무엇이었을까. 

황 감독은 "상대 수비에 부담을 주고 전방부터 압박하기 위해 신진호를 위로 올렸다"라고 설명했다. 신진호에게도 같은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포항과의 경기를 마친 신진호는 "전술적으로 전방에서 상대 수비를 끌어내리는 게 내 역할이었다. 감독님의 주문으로 내려가서 연결하기보다 전방압박에 초점을 맞추고 경기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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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호의 전진 배치는 서울의 공격 의지를 말해준다. 수원전에서도 경기 초반에는 에반드로와 함께 어느 정도 효과는 있었다. 그리고 포항전에서 신진호의 전술적 활용이 서울에 긍정적인 모습을 안겨줬다. 포항의 공격은 채프만에서 시작된다. 채프만에게 공이 연결되려면 수비지역부터 빌드업해야 한다. 신진호는 그런 포항의 수비수들을 괴롭히며 공을 따냈다. 상황에 따라 안델손과 위치를 바꾸며 서울의 최전방에서 종횡무진 뛰어다녔다. 

그런 신진호를 바라보며 그에게 너무 많은 부담이 가해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는 이들이 많았다. 공격형 미드필더나 딥 라잉 미드필더에 어울리는 그가 박스 투 박스 미드필더를 맡더니 이제는 최전방 공격수 역할을 소화해야 한다. 

신진호 '시프트'라는 묘책을 낸 황선홍 감독이지만 황 감독 나름대로 제자를 걱정하기도 했다. 황 감독은 포항과의 경기 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신)진호도 부담은 있을 거다. 상주 상무로 떠나기 전에 워낙 팬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팬들에게 어필하고 싶은 마음도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최전방 위치가 전술적으로 생소함은 있을 거다. 그 생소함은 신진호만의 문제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정작 황 감독의 이야기를 전해 들은 신진호는 "부담은 전혀 없다"라고 말했다. 그는 "팀이 승리가 없었고 결과를 가져왔어야 했다. 그래서 감독님이 나에게 최전방 역할을 맡겼다"라면서 "난 내 포지션에서 주어진 역할을 준비하면 된다. 준비한 내용을 바탕으로 본능적으로 움직이려 한다"라고 전했다. 그는 "기본적인 생각은 하지만 플레이할 때 특별히 너무 많은 생각을 하진 않는다"라고 덧붙이면서 위와 같이 말했다.

공격수다운 말이다. K리그 감독들은 공격수들이 가진 능력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전술과 전략을 설명하고 수비 조직력을 강조하는 감독들은 공격 작업만큼은 "어렵다"라고 말한다. 어쩌면 신진호가 전한 말에 정답이 있을지도 모른다. 상대 수비 진영에서 생각이 많아지는 순간 판단속도는 느려진다. 찰나의 순간에 상대 수비들은 조직적으로 자리를 잡는다. 그만큼 공격 장면을 만들어내기도 어려워진다. 공격수의 본능이야말로 감독들과 팬들이 공격수에게 거는 기대가 아닐까. '공격수' 신진호는 본능적으로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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