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유나이티드

[스포츠니어스 | 홍인택 기자] 종료 휘슬이 세 번 울리면 희비가 갈리기 마련이지만 이날은 누구도 만족스럽게 웃지 못했다.

지난 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K리그1 2018 4라운드 FC서울과 인천유나이티드의 '경인더비'가 열렸다. 서울 에반드로가 선제골을 기록하며 서울이 웃는 듯했지만 인천 송시우가 동점골을 터뜨리며 1-1 무승부가 됐다.

후반 '시우타임'에 터진 동점골이었던만큼 인천 팬들이 웃을 만도 했다. 게다가 서울 팬들은 송시우의 동점골이 터지기 직전 승리를 장담할 때 부르는 응원가를 불렀다. 시즌 첫 승을 염원하던 서울에 찬물을 끼얹은 골이었다. 그만큼 이 경기는 인천 측의 만족도가 더 높은 경기였다.

인천 팬들이 강인덕 대표이사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 스포츠니어스

강인덕 대표이사-팬 사이 불통 여전

그러나 인천 팬들은 마냥 기뻐할 수 없었다. 구단을 대표하는 강인덕 대표이사와 이기형 감독에 대한 불만이 여전하다. 인천 팬들은 지난 전북 현대전 홈 승리에도 구단 이사회와 이 감독에게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FC서울 원정에서도 그들의 불만은 현수막으로 드러났다. 팬들은 '경인더비' 시작 전 현수막을 들어 올리며 구단 측 불통에 항의했다.

인천 팬들이 내건 현수막에는 '독재자의 말로는 항상 비극', '유나이티드 이사회는 해산하라'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강인덕 대표이사를 향한 불만이다. 현장팀 '파랑검정'을 포함한 인천 서포터스 연합은 작년 12월 20일 인천광역시청 브리핑룸에서 성명서 발표 및 기자회견을 갖고 '인천유나이티드 운영의 조속한 정상화'를 요구했다.

인천 팬들은 "강 대표이사가 계속 말을 바꾸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강 대표이사는 인천 팬들에게 선수단 선발 개입 의혹을 받고 있다. 인천 팬들은 "강 대표이사가 이기형 감독 경질 약속을 비롯, 임중용 코치를 포함한 1군 코치들이 구단을 나간다고 밝혔다. 그러나 언론 발표는 내용이 다르다. 더 이상 강 대표이사를 신뢰할 수 없다"라며 강한 불만을 드러낸 적이 있다. 아울러 이기형 감독을 향해서는 "자신의 책임을 코치진에게 전가한다"라며 지적했다. 인천 측은 지난 3월 1일 팬 간담회를 진행했으나 팬들의 반응은 여전히 싸늘하다.

반면 인천은 이번 시즌 초반 꽤 좋은 흐름을 타고 있다. 강원FC를 만나 1-2로 졌지만 '대어' 전북 현대를 3-2로 잡았다. 이어진 대구FC, FC서울과도 무승부를 거두며 현재 6위를 기록하고 있다. 저번 시즌 하위권 탈출조차 버거웠던 인천으로서는 선전하고 있는 셈이다. 쿠비와 아길라르, 무고사, 문선민, 송시우 등이 좋은 활약을 펼치며 나쁘지 않은 결과를 거두고 있다.

그러나 팬들은 좋은 결과에도 완전히 만족할 수 없다. 구단 측은 여전히 팬들을 설득하지 못했다. 성적과 결과로만 팬들을 설득하기엔 역부족이다. 일부 인천 팬들은 여전히 강 대표이사와 이 감독을 향해 "팀을 떠나라"라고 요구한다. 지난달 1일 열린 간담회 이후로 "팬들과 소통하고 있다"라는 요지의 기사가 발행된 게 불을 지폈다. 인천 팬들은 승리에도 마냥 즐거워할 수 없다.

인천 팬들이 강인덕 대표이사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 스포츠니어스

설득 '골든 타임' 놓친 서울

인천이 나쁘지 않은 결과에도 팬들의 마음을 사지 못하고 있는 한편 서울 팬들은 결과만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서울은 개막 후 네 경기 째 승리가 없다. 2무 2패로 승점 2점을 획득하는 데 그쳐 현재 강등권을 간신히 벗어난 10위를 기록하고 있다.

서울 팬들도 현수막으로 불만을 표현했다. 서울 팬들은 후반전이 시작하자 '황선홍 OUT! 프런트 OUT!', 'K리그-2로 가는 빠른 리빌딩'이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인천전 결과가 1-1 무승부로 끝나자 또 야유가 터져 나왔다. 서울 팬들은 이미 지난 강원FC전 1-2 패배 상황에서도 황선홍 감독을 향해 큰 소리로 야유했다.

황선홍 감독은 계속해서 "믿어달라"는 태도를 보이고 있으나 팬들의 인내심은 한계치에 도달했다. 겨울 이적시장에서부터 누적된 불만이 터져 나왔다는 해석이 주를 이룬다. FC서울은 꽤 오랫동안 시즌 초반 부진했다. 그런데도 올해 유독 시즌 초반 팬들의 불만이 거센 이유는 황선홍 감독의 리빌딩 선언이 설득력을 얻지 못하기 때문이다.

서울 팬들은 황 감독에 이어 FC서울의 구단 운영진에게도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이적 시장에서 구단 측이 야망을 잃었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팬들은 황 감독을 향한 불만에도 서울 구단 측이 침묵하자 구단 운영진에까지 책임을 묻기 시작했다. 서울 구단 운영진 측은 이에 대한 어떠한 보도 자료도 내놓지 않고 있다. 온전히 황 감독 홀로 이 모든 불만과 맞서고 있다. 그마저도 인천전 승리가 무산되면서 부담이 늘어났다.

한두 경기 승리를 거둬도 이 불만은 크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심지어 팬들 사이에서는 다음 주 8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슈퍼매치'에서 서울이 패배해야 황 감독이 물러날 수 있다는 여론까지 형성됐다. 서울 팬들이 가장 지기 싫어하는 수원 삼성전에서 승리를 거둬야 황 감독의 계획이 설득력을 얻는다. 황 감독도 '4월 농사'의 중요성을 언급한 적이 있다. 더불어 수원뿐만 아니라 이후 펼쳐지는 경기에서 매번 총력전을 펼쳐야 한다는 의지를 밝혔다.

결국 문제는 팬들의 신뢰다. 두 구단은 팬들의 신뢰를 얻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프로팀은 팬들을 품어야 진정한 '원 팀'이 될 수 있다. 팬들의 아낌 없는 신뢰가 쏟아지는 팀은 무섭다. 서울의 위용이 떨어진 원인은 팬들의 신뢰를 얻지 못한 부분도 크다. 인천도 아직은 나쁘지 않은 결과를 거두고 있지만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 두 구단은 언제쯤 팬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까.

intaekd@sports-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