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원 삼성, 전남 드래곤즈 제공

[스포츠니어스 | 홍인택 기자] 소녀시대는 '어리다고 놀리지 말아요'라고 했다. 그들이 맞다. 적어도 한찬희와 윤용호는 어리다고 놀리면 안 될 것 같다. 이들은 K리그의 매력적인 콘텐츠로 성장할 가능성이 보인다.

1일(목) 드디어 K리그1(클래식)이 개막했다. 전남 드래곤즈는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수원 삼성을 상대로 무려 6년 반 만에 승점 3점을 챙겼다. 완델손.C의 프리킥, 최재현의 헤더 골로 전남이 수원을 2-1로 잡았다. 다른 경기장에서는 전북 현대가 울산 현대를 2-0으로 이겼고 제주 유나이티드는 FC서울을 홈으로 불러 0-0 무승부를 거뒀다.

수원과 전남의 경기를 지켜봤다. 수원이 AFC 챔피언스 리그에서 보여줬던 다양한 공격 옵션을 어떻게 펼칠지도 궁금했고 유상철 감독의 전남은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도 궁금했다. 전반전 김은선이 뛸 때까지는 수원이 경기를 주도했고 꽤 좋은 공격장면도 나왔다. 그러나 김은선이 무릎 부상으로 경기장을 빠져나오자 상황은 바뀌었다. 전남은 저돌적으로 부딪혔고 결과적으로 수원을 상대로 2-1 승리를 거뒀다.

ⓒ 수원 삼성

무기력했던 수원, 빛과 같았던 윤용호

수원의 11명 중 가장 눈에 띄는 선수는 단연 윤용호였다. 골이 필요한 순간 데얀은 득점을 기록하지 못했고 바그닝요는 좀처럼 골문 앞으로 전진하지 못했다. 염기훈이 이기제의 골을 도우며 K리그 통산 100도움이라는 위업을 달성하는 순간에도 윤용호의 움직임은 번뜩였다.

윤용호는 공격 2선에서 미드필더와 공격수를 이어주는 역할을 했다. 쳐진 공격수로서 그의 역할을 다 했다. 수원의 선수이기 때문에 이런 예가 적절할지는 모르겠지만, FC서울에서 아드리아노에게 공을 전달했던 신진호가 기억났다. 전반 9분에 보여줬던 키 패스는 놀라웠다. 바그닝요에게 전달됐던 공을 바로 잡더니 전남 수비수 네 명을 그대로 무력화시키며 데얀에게 패스했다. 데얀은 전남 골키퍼 이호승과 일대일 찬스를 맞았지만 그의 슈팅은 그대로 이호승의 손에 걸리고 말았다.

전반 27분 보여줬던 힐 패스도 놀라웠다. 데얀은 수비수들을 끌어당기는 상황이었고 바그닝요가 돌파하며 윤용호에게 전달했다. 윤용호는 반대쪽에 있던 염기훈의 위치를 정확히 알고 있었다는 듯이 주저 없이 왼발 뒤꿈치로 염기훈에게 패스를 연결했다. 이번에도 윤용호보다 앞에 있던 5명의 전남 수비수들은 무력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염기훈을 끝까지 따라갔던 이슬찬이 염기훈의 슈팅을 막으며 실점을 막을 수 있었다.

승부의 추가 팽팽했던 후반 41분에도 윤용호의 움직임이 빛났다. 윤용호는 데얀에게 공을 주더니 그대로 되받고 골문 앞으로 달려가 슈팅까지 만들었다. 이호승의 선방, 전남의 수비로 역전골은 무산됐지만 약간은 무기력했던 수원의 후반전에 가장 필요한 모습이었다.

윤용호의 빛났던 플레이에도 수원은 전남에 결국 1-2로 졌다. 경기 후 서정원 감독은 경기 결과에 아쉬워하면서도 윤용호의 평가만큼은 긍정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서 감독은 "윤용호는 예전보다 경험이 쌓였다. 올해 쳐진 공격수 역할을 맡기면서 미드필더와 공격의 연결고리 역할을 맡겼다"라며 "전반전과 후반전 활기찬 움직임을 보였고 침투 패스가 좋았다"라고 평가했다. 서 감독은 윤용호에 대해 "앞으로 기대가 많이 되는 선수"라고 칭찬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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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플레이어가 없다고? 한찬희가 스타 플레이어다

한편 한찬희도 전남 중원에서 자신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이날 전남은 4-3-3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중원에는 박준태와 유고비치, 그리고 한찬희가 있었다. 전남은 전반전 수원에 다소 밀리는 모습을 보여줬지만 후반전 이후 중원을 완전히 장악했다. 박준태의 역할도 좋았지만 이날 중원 장악의 일등공신은 한찬희였다.

박준태가 전남의 공격 장면을 만들어냈다면 그 공격을 시작할 수 있었던 시작점은 한찬희였다. 한찬희는 중원에서 수원의 공을 따내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으며 전남의 볼 점유율을 높이는 역할을 해냈다. 기록상으로, 하이라이트 장면에서 나타난 모습보다도 팀을 위한 헌신적인 움직임을 누구보다 잘 보여준 선수가 한찬희였다.

전남은 수원을 상대로 전반전 조금 밀리는 양상을 보였다. 수비수들의 역할이 컸다. 그러나 45분 내내 끌려다니기만 해도 전남은 힘들어질 수밖에 없었다. 전남은 계획대로 수원의 측면 뒷공간을 노리는 공격을 단행했다. 크로스가 번번이 빗나가거나 박자가 맞지 않던 상황에서 전남의 좋은 장면은 전반 32분에 나왔다. 조금 답답했던 전남의 공격을 깨우는 한찬희의 중거리 슈팅이었다. 슈팅은 비록 노동건과 수원 골문 위로 지나갔지만 시도가 적절했다. 전남도 싸울 수 있다는 의지를 가장 명확하게 드러낸 슈팅이었다.

전남 유상철 감독도, 경기 후 만났던 가솔현도 "전남에는 스타 플레이어가 없다"라고 했다. 가솔현은 "있다면 김영욱 정도"라고 했다. 하지만 한찬희도 충분히 전남의 스타 프레이어로서 활약할 가능성이 있다. 한찬희는 그만큼 자신의 능력을 입증하고도 남았다.

흡족한 표정으로 경기 후 기자들과 만난 유상철 감독은 한찬희에 대해 "잘한다, 잘한다 말로만 들어서 궁금했는데 진짜 잘하더라"라면서 웃음꽃을 활짝 피웠다. 유 감독은 이어 "능력과 재능을 갖고 있는 선수다. 그의 재능을 다 쏟아부어야 하는데 방법을 모르는 것 같았다"라며 "좀 더 세밀하게 축구를 쉽게 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얘기했다"라며 이날 한찬희의 활약에 만족한 모습을 보였다.

콘텐츠가 걱정이신가요?

삼일절에 열렸던 K리그1의 최대 이슈는 이동국과 염기훈이었다. 이동국은 울산을 상대로 교체 출전해 개막 축포를 터뜨리기도 했다. 작년 시즌 10월 22일 강원전을 시작으로 K리그에서만 5연속 득점, AFC 챔피언스 리그 경기까지 포함하면 7경기 연속 득점이다. 이동국의 활약과 더불어 염기훈은 K리그 통산 100도움이라는 대업을 달성했다. 이기제의 골이 터지는 순간 수원의 응원석에서는 '100번의 헌신, 우리의 26'이라는 걸개가 걸렸다. 주요 언론도 이 둘을 조명했다.

누군가는 이동국과 염기훈의 활약에 "간판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라고 했다. 다른 매체에서는 "이동국의 골과 염기훈의 도움은 여전히 매력적인 콘텐츠"라면서도 "그들을 대신할 새로운 이야깃거리가 필요하다"라며 걱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동국도 "나보다 젊은 새 얼굴을 보러 와야 K리그도 흥행이 될 수 있다"라고 밝혔다.

이동국과 염기훈은 위대한 선수다. 동의한다. 그러나 일부 매체의 걱정이 괜한 걱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K리그는 여전히 매력적인 콘텐츠로 넘치고 신인 선수들은 계속 프로 무대에 진출한다. 수원과 전남의 경기에서는 이 두 선수들이 가장 빛났다. 윤용호는 1996년생, 23살 프로 2년차 선수다. 한찬희는 1997년생, 22살 프로 3년 차 선수다. K리그1 미디어데이에는 각 팀의 주장과 함께 어린 선수들이 참여하면서 시즌 각오와 포부를 밝혔다. 어리다고 놀리지 말자. 이들도 K리그의 매력적인 콘텐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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