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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그랜드힐튼 호텔=홍인택 기자] FC서울의 주장 완장은 무겁다. 이번 시즌은 신광훈이 그 짐을 짊어지게 됐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듯이 신광훈은 부담을 덜어주는 동료들이 있어 걱정이 덜하다.

27일(화)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 호텔에서 K리그 미디어데이가 열렸다. 이번 시즌 FC서울의 주장으로 선임된 신광훈이 황선홍 감독, 신인 조영욱과 자리를 함께했다. 신광훈은 시즌을 앞두고 "1월 초부터 착실하게 잘 준비했다"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FC서울의 비시즌은 혹독하다. 팬들이 보여준 반응은 서울 관계자들이 어떤 말을 해도 싸늘했다. 핵심 선수들의 이적은 겨울 내내 이슈가 됐다. 팬들의 실망은 이적시장뿐만이 아니었다. FC서울은 전지훈련 기간 동안 팬들이 이해할만한 결과를 내지 못했다. 무실점 경기가 많았다. 일본 가고시마에서의 마지막 훈련에서야 도카이 대학을 상대로 7득점을 올렸다.

신광훈이 전지훈련 결과에 대해 입을 열었다. 그는 "스페인 전지훈련 때 다 같이 모여서 훈련을 못 했다"라고 밝혔다. 그는 "김성준, 고요한은 A대표팀에, 조영욱은 23세 이하 대표팀에 합류한 상황이었다. 게다가 부상 선수들도 있었다"라며 "원래 연습 경기를 15경기 정도를 계획하고 있었다. 부상 선수들이 너무 많아 7~8경기밖에 못했다. 뛸 수 있는 선수들이 100%에 미치지 못했다"라고 전했다.

그는 스페인 무르시아 전지훈련의 의미에 대해 "우리가 어떤 방향으로 나가고 어떤 축구를 해야 하는지 공유하고 몸으로 체험해보는 시간이었다. 일본에서 조금씩 선수들이 합류하기 시작했다"라고 설명했다.

이번 시즌 FC서울의 키워드는 '변화'와 '템포'다. 충격적인 이적 소식에 많은 언론 매체가 서울을 향해 질문을 던졌고 황선홍 감독은 그때마다 위의 두 가지를 강조했다. 결국은 시즌 시작 후 결과를 봐야 하는 상황이다. 그리고 선수들은 시즌이 시작되기 전 황선홍호의 '변화'와 '템포'를 체험했다고 볼 수 있다.

신광훈은 "선수들 변화 폭이 예상보다 컸다"라며 "나도 처음에는 선수들끼리 호흡이 잘 맞지 않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잘 맞았다. 다들 같이 경기를 해봤던 선수들이 많았고 감독님이 원하시는 축구를 선수들도 잘 받아들이고 있다"라고 전했다. 그는 "작년보다는 더 빠른 템포 축구를 훈련했고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변화의 폭이 큰 만큼 주장의 짐이 무겁다. 주장은 선수들과 감독의 가교역할을 해야 할 뿐 아니라 선수단을 하나로 뭉치게 만드는 역할도 해야 한다. 신광훈은 "팀이 좋은 상황일 때 주장을 맡았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면서 "어려운 시기에 주장을 맡아서 부담되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어차피 맡은 주장이다. 즐기면서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어 "팬들은 경기력이나 결과로 팀을 판단할 것이다. 경기력과 결과가 좋으면 주장인 나도 같이 좋은 평가를 받겠지만 그렇지 않을 땐 내가 더 큰 책임을 질 수 있는 위치에 있어 부담은 된다"라며 "도전하는 위치에 있다. FC서울에 걸맞은 주장이 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포부를 밝혔다.

신광훈의 말에는 무게감이 있었다. 진중한 만큼 긴장과 떨림이 전달되기도 했다. 서울의 주장 자리는 절대 가벼운 자리가 아니다. 실제로 고명진은 서울의 주장 완장을 찼다가 그 부담감에 경기력이 떨어지는 일도 있었다. 백지장도 맞들어야 낫다. 그에게 지워진 무거운 짐은 누구와 나눌까.

서울의 부주장은 고요한이다. 그가 답이 될 수 있다. 고요한을 언급하는 순간 신광훈은 한결 편해 보였다. 그는 "고요한도 많이 도와주고 의견도 많이 내주는 편이다. 신진호도 많이 의지하는 편"이라며 "워낙 경험 있는 형들도 많다. (곽)태휘 형, (박)주영이 형들이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준다"라고 전했다. 그는 "형들은 주장 경험이 있는 반면 나는 주장이 처음이다. 서울의 상징과 같은 형들이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줘서 형들 덕분에 좀 더 편하게 할 수 있는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신광훈은 지난 시즌 부상으로 경기 출전 시간이 적었다. 이제 주장 완장을 차는 위치에 있기에 출전 시간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신광훈도 이에 동의했다. 그는 "올해는 부상 없이 팀에 많이 기여하고 헌신하고 싶다. 몸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할 것 같다"라고 전했다.

특히 신광훈은 "전북 선수들 개인 기량이 좋다. 또 워낙 좋은 선수들이 지친 상태에서 교체로 나가도 또 그만한 선수들이 나온다. 그 선수들까지 90분 동안 잘 막아낼 수 있을 정도로 몸을 만들고 싶다"라고 전했다.

한편 라이벌 팀으로 이적한 데얀에 대해서는 "어후"하며 한숨을 푹 쉬었다. 그는 "작년에 워낙 좋은 관계로 지냈고 개인적으로 밥도 먹었다"라며 "데얀이 팀을 떠날 수도 있다는 소문이 났을 때부터 마음이 아팠었다. 포항에 있었을 때부터 데얀이 좋았는데 와서 직접 만나보니까 너무 좋은 사람이었다"라며 고백했다.

하지만 데얀은 수원 선수가 됐다. 서울의 주장으로서 그 의미를 모르지 않는 그였다. 그는 마지막으로 씨익 웃으며 "지금은 다른 팀이다. 절대 살살 봐주는 거 없이 강하게 할 것"이라며 라이벌 팀의 공격수를 향해 전의를 불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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