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운대 오승인 감독 ⓒ 광운대 스포츠채널-아르마스

[스포츠니어스 | 통영=홍인택 기자] 2010년부터 작년까지 춘계연맹전에서 우승과 준우승을 거둔 팀은 모두 탈락했다. 몇몇 강호들이 살아남은 가운데 광운대는 "우승할 때가 됐다"라며 각오를 다졌다.

광운대는 20일(화) 통영에서 열린 제54회 춘계대학축구연맹전(춘계연맹전) 32강에서 강호 숭실대를 만났다. 경기는 0-0으로 마무리됐다. 이어진 승부차기에서 광운대가 4-3으로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광운대와 숭실대와의 경기에서 두 팀 모두 수비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숭실대는 수비수 장현규(3학년)가 광운대 194cm의 장신 공격수 변수호를 꽁꽁 묶었다. 숭실대에 장현규가 있었다면 광운대에는 조석영(3학년)이 있었다. 같이 호흡을 맞춘 황태원(4학년)과 골키퍼 오찬식(3학년)은 꾸준히 공을 돌리며 숭실대를 앞으로 끌어들였다. 숭실대 공격수들의 체력을 소모시키고 역습을 노리겠다는 심산이었다.

결국 90분 동안 승부의 추는 기울어지지 않았고 두 팀은 승부차기에 돌입했다. 골대 진영과 선축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숭실대가 모두 선택권을 가졌다.

숭실대의 첫 번째 킥은 골키퍼 김정민(3학년)이 맡았다. 1번 키커가 골키퍼라는 사실에 경기를 지켜보던 모든 이들이 술렁였다. 그러나 김정민은 오찬식과의 대결에서 공을 높게 띄우고 말았다. 공은 골대를 넘어 경기장 철창을 때렸다.

이어지는 상황에서 광운대의 1번 키커는 광운대 주장 서승철이었다. 그러나 서승철도 실축하고 말았다. 오른쪽으로 찼으나 김정민이 방향을 읽고 뛰어들며 공을 막았다. 김정민은 큰 소리로 포효하며 선방의 기쁨을 한껏 표현했다.

흐름은 다시 원점이었다. 2번 키커들이 1번 키커들의 실축을 만회했다. 숭실대의 3번 키커는 공격수 강영웅(1학년)이었다. 강영웅이 찬 슛은 페널티 스폿을 지났지만 골문 안쪽으로 들어가진 못했다. 오찬식의 선방이었다. 오찬식 골키퍼는 덤덤하게 선방의 기쁨을 즐겼다.

긴장감은 광운대 5번 키커의 순서까지 이어졌다. 강민재(1학년)의 슛이 골망을 갈랐다. 광운대 선수들은 그제야 얼싸안고 기뻐했다. '승부차기 강호'로 불리던 숭실대를 승부차기로 꺾고 16강 진출에 성공하는 순간이었다.

광운대 오찬식 골키퍼 ⓒ 스포츠니어스

축구 관계자들은 하나 같이 "숭실대가 승부차기에서 졌나?"라며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숭실대는 승부차기 상황에서 꼭 승리를 거두는 팀이였기 때문이다. 오승인 감독도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있었으나 경기가 마무리되자 그제야 가슴을 쓸어내릴 수 있었다.

오승인 감독은 "40강까지 치르느라 선수들이 많이 지쳐있었다. 어려운 상황에서 16강을 갔다"라면서 "오늘이 가장 고비였다. 빡빡한 일정에 선수들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조 2위로 40강 진출한 것도 행운이었다. 이번 숭실대 경기도 그렇고 행운이 따르고 있는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이번 춘계연맹전을 바라보는 시선은 이변과 돌풍이다. 이름만 들어도 강력한 팀들이 모두 탈락했다. 연세대와 고려대, 경희대 등이 희생양이 됐다. 상대적으로 선수 운영이 어려운 팀들은 호시탐탐 '자이언트 킬링'을 노리고 있다. 살아남은 강호들은 '지금이야말로 기회'라며 우승을 노리고 있다.

광운대도 마찬가지다. 광운대는 2009년 춘계연맹전에서 아쉽게 동아대에 우승컵을 내줬다. 2010년부터 작년까지 춘계연맹전에서 우승과 준우승을 거둔 팀은 모두 탈락했다. 광운대는 이번 기회에 2009년의 영광을 되찾겠다는 심산이다.

오승인 감독은 이변이 속출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 "내가 보기엔 그렇지 않다"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는 "수도권 팀 위주로 프로에 진출한 선수들이 많아 조직력이 약할 수는 있다. 그러나 절대 그렇지 않다. 서울과 경기 지역팀들, 전통 강호 팀들이 강할 수밖에 없다"라면서 "8강 즈음엔 강한 팀들만 살아남아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오 감독은 또한 "살아남은 팀들이 강한 것"이라는 의견도 덧붙였다.

오승인 감독이 이끄는 광운대는 2014년 U리그 왕중왕전에서 처음으로 우승의 감격을 맛봤다. 당시 단국대를 1-0으로 꺾고 대학 축구의 강자로 인상을 남겼다. 오 감독은 이 시절을 떠올리며 "우승할 때가 왔다"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공격수들이 전부 1, 2학년들이다. 가면 갈수록 좋아질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이날 승부차기에서 세 번째 킥을 선방하며 16강 진출을 견인했던 골키퍼 오찬식에 대해서는 "대학 골키퍼 중에서도 랭킹 1위에 든다"라며 엄지손가락을 세웠다.

한편 오찬식은 승부차기에서 숭실대를 꺾은 것에 대해 "믿기지 않는다"라고 표현했다. 그는 "대비는 했지만 승부차기까지 갈 줄은 몰랐다. 수비수들이 잘 버텨준 덕분"이라며 팀 동료들에게 동을 돌렸다.

오찬식이 "믿기지 않는다"라는 표현을 쓴 이유는 숭실대가 작년 춘계연맹전에서 우승을 거뒀기 때문이다. 작년 우승팀을 꺾은 오찬식은 자신감에 가득 차 있었다. 그는 "승부차기는 언남고 재학 중에 많이 경험했다. 또 선수들이 나를 믿어줘서 이긴 것 같다. 더 간절했기 때문에 이긴 것 같다"라며 소감을 밝혔다.

숭실대를 꺾은 광운대는 자신감에 차 있다. 오찬식도 오승인 감독과 똑같이 말했다. "광운대도 우승할 때가 됐다. 이 기세를 이어나가 꼭 우승하겠다"라며 당차게 밝혔다.

토너먼트에서는 강팀들이 살아남기 마련이다. 성균관대를 이끄는 설기현 감독이나 용인대 이장관 감독, 아주대 하석주 감독도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현재 서울 지역에서 살아남은 대학은 정재권 감독이 이끄는 한양대를 제외하면 광운대가 유일하다. 이 강호들 사이에서 광운대 오승인 감독도 사냥감을 노리고 있다. 광운대는 16강에서 조민국 감독이 이끄는 청주대를 만난다. 광운대가 서울 지역 대학의 자존심을 지킬 수 있을지 시선이 모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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