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챌린지 아산 무궁화가 동네북 신세가 됐다 ⓒ 프로축구연맹 제공

[스포츠니어스 | 홍인택 기자] 아산 무궁화가 달갑지 않은 구애의 대상이 됐다. 부산과 성남이 아산을 승격 플레이오프에서 가장 만나고 싶은 팀으로 꼽았다.

2017년 K리그 순위 싸움은 어느 때보다 치열하다. K리그 클래식에서는 전북과 제주의 우승 경쟁이 계속되고 있다. 그 아래로는 AFC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놓고 울산, 수원, 서울이 날을 세우고 있다. 울산과 수원은 FA컵 변수도 있어 골치 아프다. 하위 스플릿은 두말하면 입 아프다. 8위 대구조차 잔류 경쟁에서 아직 완벽하게 벗어나지 못했다. 최하위 광주(승점 29점)는 최근 2연승을 거두며 어느덧 11위 전남(승점 33점)을 4점 차로 따라잡았다.

K리그 챌린지에서는 경남이 일찌감치 우승을 확정 지었다. 2위 부산도 남은 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3, 4위 승자와 플레이오프를 치른다. 뜨거운 쪽은 마지막 두 자리다. 아산, 성남이 승점 53점으로 각각 3위와 4위에 있고 부천이 승점 51점으로 바짝 뒤쫓고 있다. 세 팀 모두 가능성이 남아있다. 다음 주 마지막 경기 결과에 따라 두 팀은 일단 안도의 한숨을 쉴 것이고 한 팀은 다음 시즌을 기약해야 한다.

이 와중에 부산과 성남이 '플레이오프에서 가장 만나고 싶은 팀'으로 아산 무궁화를 꼽았다. 현재 아산이 3위를 기록하고 있는 팀인 것을 고려하면 뜬금없이 동네북이 된 셈이다. 두 팀이 아산을 꼽은 이유도 똑같았다. 부산 이승엽 코치는 故 조진호 감독의 말을 빌렸다. "아산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단지 올해 상대 전적이 좋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성남을 이끄는 박경훈 감독도 정말 똑같이 "아산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단지 올해 상대 전적이 좋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아산이 입장하고 있다 ⓒ 프로축구연맹 제공

부산, 아산에 패한 적이 없다

일단 부산의 상대전적을 살펴보자. 부산은 올해 아산에 패한 적이 없다. 얄궂게도 부산의 정규 리그 마지막 상대가 아산이다. 부산은 올해 아산을 만나 2승 1무를 거뒀다. 성남에는 1승 2무 1패, 부천에는 3승을 거뒀지만 1패를 기록했다. 한 번씩 져 본 팀보다는 그래도 한 번도 지지 않았던 팀을 만나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부산은 이번 시즌 아산을 상대로 4골을 넣고 1골을 실점했다. 4월 2일 아산 원정에서는 후반 29분 이정협의 골과 후반 48분 임상협의 골로 2-0 승리를 거뒀다. 5월 14일 홈에서는 권진영이 전반 7분에 득점하며 우위를 점했지만 후반 28분 김은선에게 실점하며 무승부를 거뒀다. 다시 아산으로 향한 8월 27일에는 전반 17분 고경민이 기록한 골을 끝까지 지키며 승리를 거뒀다.

부산은 성남이 조금 버겁다. 3골 3실점으로 골득실이 0이다. 1승 2무 1패로 사실상 승부를 가르지 못했다. 플레이오프는 내용보다 결과가 더 중요하다. 90분 내내 밀려도 득점에 성공하고 지키면 올라갈 수 있다. 부천을 상대로는 4골 1실점으로 아산과 동률이지만 한 번의 패배가 찝찝하다. 플레이오프에서도 패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산은 한 번도 지지 않은 아산을 만났으면 한다.

성남도 아산에 패한 적이 없다

성남의 상대전적은 조금 더 역동적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부산을 상대로는 팽팽하게 맞섰다. 그러나 부천을 상대로 어려운 시즌을 보냈다. 성남은 올해 부천을 상대로 1승 1무 2패를 기록했다. 4월 8일 성남 홈에서는 1-2로 패배했다. 5월 29일 부천 원정에서는 2-0으로 승리를 거두고 7월 2일 홈에서 1-1 무승부를 거뒀지만 마지막 만남이었던 9월 10일 2-3 패배를 당했다. 조수철과 호드리고에게 실점하며 이대로 무너지나 싶었지만 호드리고 득점 후 2분, 4분 간격으로 따라갔던 성남이었다. 그러나 후반 19분 문기한의 골로 패배하고 말았다.

반면 아산을 상대로는 3승 1무로 호성적을 거뒀다. 골득실도 5골 1실점으로 4골이나 차이가 난다. 5골 중 2골은 박성호의 골이었다. 박경훈 감독은 시즌 내내 박성호의 활용에 심혈을 기울였다. 최근에는 그를 주로 조커로 기용하며 체력 안배를 하다가 '빅 매치'가 있는 날에는 박성호를 믿고 선발로 내세웠다. 박성호는 지난 22일(일) 대전을 상대로 페널티 킥 골을 여유롭게 처리하며 '그래도 아직은 박성호'임을 증명했다.

아산이 입장하고 있다 ⓒ 프로축구연맹 제공

아산은 부천을 만나고 싶겠지만…

동네북처럼 두들겨 맞았던 아산이지만 엄연히 K리그 챌린지 3위에 자리 잡고 있는 팀이다. 아산의 시즌 상대 전적을 살펴보면 '천적 관계'에 있는 팀을 엿볼 수 있다. 아산은 특히 수원FC와 안양에 강한 면모를 보였다. 두 팀을 상대로 거둔 승점만 24점이다. 4번씩 만나 8번 모두 승리를 거뒀다. 마지막 한 경기를 남긴 현재 시점에서 아산의 승점이 53점임을 고려하면 승점의 거의 절반을 수원FC와 안양에서 뺏어온 것이나 다름없다.

앞서 언급했듯이 아산은 플레이오프 경쟁자로 만날 수 있는 부산과 성남에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그러나 만약 부천이 플레이오프에 진출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그래도 부천을 상대로는 2승 1무 1패를 거뒀기 때문이다. 부산과 성남이 아산을 선호하는 이유로 상대전적을 꼽았다면 아산은 같은 이유로 부천을 만나고 싶어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부천의 부진이 길어지면서 플레이오프 경쟁에서 가장 어려운 처지에 있다는 것이다. 부천은 현재 승점 51점으로 5위에 자리 잡고 있다. 성남, 아산과 승점 2점 차이라 마지막 경기 결과까지 지켜봐야 한다. 그나마 부천은 아산과 성남보다는 상대적으로 무게감이 떨어지는 상대를 만난다. 아산과 성남은 부산과 경남을 마지막 라운드에서 만난다. 부천의 마지막 상대는 서울 이랜드다. 아산이 원하는 그림은 부천이 어떻게든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 그림이다. 성남이 경남에 패배하고 부천이 서울 이랜드를 잡으면 아산은 플레이오프에서 부천을 만나 해볼 만한 대진이 만들어진다. 물론 부천을 잡고 올라간들 부산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 함정이긴 하다.

그러나 축구는 참 마음처럼 되지 않는다. 부천은 압도적인 경기를 펼치고도 수원FC에 패배했다. 성남은 대전을 상대로 허우적거리며 승점 1점도 겨우 얻어내면서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 짓지 못했다. K리그 챌린지는 어느 팀 하나 '승점 자판기'가 없다. 매 경기 감독들과 만나 인터뷰를 할 때면 늘 듣는 말이 있다. "어느 한 팀 쉬운 팀이 없다." 성남과 부산은 "아산이 좋다"며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지만 상대전적은 상대전적일 뿐이다. 두 팀도 아산이 만만한 팀이 아니란 것은 알고 있다. 플레이오프는 어떤 형태로든 누군가에게는 잔혹하기 마련이다. 누가 울고 웃게 될지는 경기 종료 후에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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