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생활로 자신을 가꾸는 서정원 감독 ⓒ 프로축구연맹 제공

[스포츠니어스 | 홍인택 기자] 서정원 감독이 그만의 특별한 스트레스 해소법을 밝혔다. 서정원은 정원을 가꾸며 스트레스를 해소한다고 전했다.

현대 사회에서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으로 여겨진다. 최근 안타깝게 유명을 달리한 故 조진호 감독은 평소 심장병을 앓던 것으로 알려졌다. 故 조진호 감독이 갑자기 세상을 떠나며 그동안 외면해왔던 '감독'이라는 자리의 무거움이 조명됐다. 치열한 성적 싸움에 임하는 감독들이 한 마음으로 "너무 힘들다"라고 전하기도 했다.

프로축구 감독은 외롭고 고통스러운 직업이다. 멘탈코칭 웹툰에 참여하고 있는 현직 프로축구선수에 의하면 감독이 중요한 경기 한 게임을 마칠 때마다 받는 스트레스 양이 '교통사고로 조수석에 앉은 친구가 죽는 걸 보고 있을 때와 같은 강도의 스트레스'라고 한다. 그러나 감독들은 이런 극한 상황에서도 선수단에 영향이 갈까 봐 자신의 감정을 숨긴다. 많은 감독이 이구동성으로 "참 외로운 직업"이라고 하는 이유가 있다.

대부분의 사회인은 마음이 맞는 친구, 동료들과 술 한 잔을 기울이며 그 날의 설움을 잊는다. 가끔은 노래방까지 가서 소리를 지르고 춤을 추며 스트레스를 푼다. 스트레스의 유형과 정도, 받아들이는 사람이 다양한 만큼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술'보다 '풀'이 좋은 서정원 감독

지난 21일(토) 슈퍼매치를 앞두고 서정원 감독을 만났다. 서정원 감독은 수원 삼성이라는 큰 팀을 맡고 있다. 팀의 명성을 생각하면 서정원 감독도 큰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다. 한편 서정원 감독은 선수 시절뿐만 아니라 은퇴 후에도 술을 입에 대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술 자체를 몸에서 받아들이지 못한다고 한다.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서는 스트레스의 원인이 되는 사건, 사고를 잊으려고 노력하는 경향이 강하다. 술을 전혀 못 하는 서정원 감독은 어떻게 어려운 상황을 잊고 털어낼까. 그는 의외의 대답을 내놓았다. "정원을 가꾼다"고 전했다. 그 말을 듣자마자 '이름과 어울린다'라는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그의 이야기를 좀 더 자세히 들어봤다. 그는 "많은 생각이 들지만 앞으로의 대처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아쉬운 상황에서 아픈 사람은 선수들이다. 미래를 보고 빨리 잊으려 노력하는 편이다. 마당 잡초도 뽑고 물도 준다"라며 스트레스 해소 방법을 전했다.

이어 "아내와 화분을 꾸미는 편이다"라면서 "쉬는 날에는 집 밖을 안 나간다. 나가더라도 가벼운 산책을 하거나 집 화단을 정리한다. 기분이 좋을 때도 화단을 가꾼다"라고 전했다. 서정원 감독에게는 그의 집 정원을 가꾸는 일이 술 한 잔을 기울이는 것보다 "감성적으로 마음이 평온해진다"라고 한다.

그런 서정원 감독도 팀이 한참 안 풀렸을 때는 술을 시도해 본 모양이다. 그러나 술을 입에 털어 넣는 순간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서정원은 그의 이름대로 '정원'을 가꾸는 것이 가장 큰 행복인 셈이다.

서정원 감독은 재계약 과정에서도 자신을 가꿨다 ⓒ 프로축구연맹 제공

수원 감독 5년, 그리고 재계약 사이

돌이켜보면 서정원 감독도 우여곡절이 많다. 2012년 수원이라는 큰 팀을 처음 맡을 당시엔 걱정도 많았다고 한다. 처음엔 '5년 정도 팀을 맡는다면 만족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했다. 동시에 '할 수 있다면 더 길게 수원 감독을 이어가고 싶다'라는 생각도 했다. 그 이유로 서 감독은 '보람'을 꼽았다.

수원 구단은 많은 변화가 있었다. 공격적인 투자보다도 효율을 선택했다. 서 감독은 수원의 장기적인 비전과 함께 출발점에 섰었다. 화려한 스쿼드로 빅사이닝을 했던 수원과는 환경이 달랐다. 옛 명성과는 어울리지 않는 선수단을 보며 조금 아쉬운 마음도 들 법했지만 서정원 감독은 그 속에서 돌파구를 찾으려 노력하고 있다.

그는 "투자를 줄이면서 팀을 만드는 것이 공부가 된다. 지난 5년을 돌아보면 어린 선수들에게 성장 기회를 마련한 것 같다. 연도별로 대표팀에 몇 명씩 보내기도 했다. '죽었다'라는 평가를 받은 선수들에게도 부활의 장을 마련했다"라며 지난 경기를 복기하듯 수원 삼성 감독 '서정원'의 행보를 복기했다.

그러면서 서 감독은 "재계약 발표 시기가 미뤄지면서 국내·외 다른 팀 제의도 많이 들어왔다"면서 고백했다. 그는 다른 팀의 제의를 뿌리치고 최근 수원과 2+1 계약서에 사인했다. 그는 "선수들을 보면서 이대로 떠나는 것은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선수들이 팀에 남기 위해 연봉도 삭감하며 남아줬다. 선수들이 가장 많이 희생했다"라고 전했다. 선수단과 서 감독의 유대감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수원의 아픈 기억은 작년부터 올 시즌 초반까지 이어졌다. 힘겹게 팀을 다시 상위권으로 끌어올렸으나 스플릿 라운드를 앞둔 상황에서 또다시 수비 실책으로 실점해 승리를 놓치는 경우가 많았다. 그 상황에서 다른 팀의 스카우트 제의도 받은 서 감독이다. 그가 받은 스트레스 정도는 상상하기 어렵다. 아마 그가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서 감독이 이끄는 수원은 스플릿 라운드에 돌입하며 울산 현대를 상대로 승점 3점, FC서울을 상대로 승점 1점을 획득하며 의미 있는 결과를 얻었다. 불투명했던 재계약도 성사됐다. 그사이 서 감독의 마당은 아름답게 가꿔졌을 것이다. 지금 서정원의 정원은 어떤 모습일까. 수원처럼 푸른 모습일까. 이 질문은 그의 사생활을 파헤치게 될까 봐 차마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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