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장에도 마부장같은 꼰대가 있다고? 네, 있습니다. ⓒ드라마 '미생' 스틸컷

[스포츠니어스 | 홍인택 기자] 최근까지 '꼰대'라는 키워드가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적이 있었다. 사회를 다루는 각종 매체는 '꼰대'를 자신들 나름대로 성찰했다. 세대 간의 갈등을 주로 서술했고 더 깊게 나아가 개인과 집단의 갈등으로도 해석했다. 그리고 축구장뿐만 아니라 축구를 소비하는 사람들도 '꼰대'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2002년과 박지성의 맨유 이적

서두에서 꺼낸 각종 매체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주로 과거의 영광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들이 꼰대가 된다. 한국축구팬들이 사로잡혀 있는 과거의 영광은 바로 2002년 월드컵이다. 당시 월드컵의 열기는 세계 그 어느 곳에서도 정확히 설명할 수 없는 기이한 현상이었다. 거스 히딩크 감독의 A대표팀은 월드컵뿐만 아니라 한국을 흔들어놨고 그 영광의 순간은 전 국민에게 새겨졌다.

문제는 이 영광이 이제는 과거에 불과하단 사실이다. 팬들의 기준은 화려한 외인 스타들을 하나씩 격파하는 붉은 유니폼에 고정됐다. 프로축구는 이 열기를 리그로 가져오지 못했고 다수의 클럽은 연고지 이전과 흡수를 반복하며 연고 지역 주민을 흡수하는 데 실패했다. 2002년의 스타들은 유럽으로 향했고 방송 및 언론들의 시선도 팀이 아닌 스타에게 향했다. 박지성이 맨유로 이적하며 또다시 기형적인 축구 소비가 일어난다. 한국축구의 기준은 월드컵과 박지성의 맨유 이적으로 인해 '2002년 A대표팀'과 '박지성이 뛰는 맨유'가 됐다.

기성용과 손흥민, 구자철을 비롯한 해외파들은 건재하다. 중국으로 향하는 선수들은 다소 우려 섞인 비난을 받을지언정 그만큼의 가치를 인정받고 자신의 몸값을 높였다. 그러나 2002년의 영광과 박지성의 활약에 비하면 한국축구의 화려함은 한풀 꺾였다고 해도 무방하다. 그리고 한국축구팬들이 최고의 순간을 체험한 뒤 15년이 흘렀다.

2002년이면 무려 15년전이다 ⓒ FIFA 제공

추억팔이가 꼰대질의 장치가 됐다

그 어느 때보다 세대갈등이 심해졌다고 한다. 젊은 세대들은 더는 기성세대의 성공 미담을 덕담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꼰대'라는 단어가 양산되고 유행하면서 아직도 소통하고 싶은 기성세대들은 자신이 꼰대는 아니었는지 끊임없이 되묻고 점검한다. 

한국축구팬들 사이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꼰대질은 과거의 영광을 되풀이하는 과정이다. "너 2002년 월드컵 못 봤냐?" 부터 시작해서 "내가 너만 했을 때 광화문과 시청광장은 말도 아니었다"라는 자랑까지 자신의 체험을 이야기한다. 정작 청자가 그 얘길 듣고 싶어 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어차피 축구를 즐기는 사람들이 나누는 공감대는 다 비슷하기 때문이다. 한두 명의 청자를 배려하기 위해 다수의 추억팔이를 멈추기란 힘들 것이다. 

대표팀의 성적이 부진하면 아직도 2002년 이야기가 나오는 사실은 믿기 힘들다. A매치 기간 비난의 대상은 율리 슈틸리케 감독으로 향했지만 그 와중에서도 2002년을 운운하는 댓글을 찾아볼 수 있었다. 대부분은 선수들의 투지에 관한 이야기다. 물론 이와 관련된 얘기는 회식자리에서 과장님과 부장님께 더 많이 들을 수 있다. 게다가 확신에 가득 찬 목소리로 말한다. 흥미로웠던 부분은 언론에서 다뤘던 말들을 그분들이 인용한다는 점이었다.

축구는 변화에 민감하다.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와 마찬가지로 끊임없이 변화하고 진화하는 스포츠 종목이다. 2015년 FIFA 회장상을 받은 일본의 가가와 히로시(93)기자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말하길 "축구는 사회를 쓰는 것"이라고 말했다. 15년 전의 한국과 현재의 한국은 축구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많이 변했다. 한국 대표팀의 4강 진출은 문자 그대로 '신화'가 됐다. 좋은 레퍼런스로 사용할 수 없다는 얘기다.

물론 월드컵은 일반적인 이야기다. 과거의 영광에 강하게 묶여 있는 이들은 사실 K리그 각 팀 서포터들 사이에서 더 많이 찾아볼 수 있다. 구단의 역사와 함께한 그들의 서포터 경력은 존중을 넘어 존경받을 만하다. 그러나 간혹 일부 팬들은 "요즘 팬들은 응원하려는 노오오력도 안 하고 불평만 늘어놓는다"며 훈계를 늘어놓는다. 놀라운 점은 그들의 나이보다도 그들의 서포터 경력이 길어질수록 꼰대 성향이 두드러진다는 점이다. 

2002년이면 무려 15년전이다 ⓒ FIFA 제공

꼰대 탈출법과 예방법은?

꼰대가 되는 것을 경계하고 탈출하기 위한 기본적인 방법은 다른 매체에서 이미 다루었다. 한 유명 매체에서는 "틀린 것이 아닌 다른 것임을 인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다른 매체에서는 "세상은 미래의 것이라는 진리를 인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꼰대들의 가장 큰 착각 중 하나는 "젊은이들 비위를 맞추면 꼰대를 벗어날 수 있다"라는 것이다. 이와 같은 사고는 자신을 더 지치게만 할 뿐이다. 변화하는 사회를 인식하고 그 속에서 깊이 있는 자아 성찰을 추구해야 한다. 물론 축구의 경향을 살펴보는 것도 중요하다. 축구팬하기 참 쉽지 않다.

한국 축구의 위대한 순간을 기록하고 기억하는 일은 중요하다. 그러나 과거의 찬란한 역사가 다음 세대로 전달되는 과정이 부정적인 영향으로 나타난다면 조심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미 한국 축구의 역사를 공부한 세대들에게 지식자랑을 하는 행위는 의미가 없다. 서포터의 자부심이 오히려 새로 유입된 팬들에게 배타적인 태도로 비칠 수 있는 것도 문제다. 축구를 사회의 창으로 바라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intaekd@sports-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