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니어스 | 홍인택 기자] 너무 많은 기대를 한 탓일까. 강원FC가 시즌 첫 개막전으로 홍역을 앓고 있다. 강원FC는 이번 시즌 K리그 클래식으로 승격하며 ‘1일 1영입’으로 언론과 팬들의 많은 주목을 받았다. 그것도 정조국, 이근호, 문창진 등 굵직한 이적을 성사시키며 이적시장 기간동안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러나 기대를 모았던 강원의 첫 개막전은 참담했다. 팬들과 언론은 강원의 미숙한 행정처리와 그라운드 관리를 비판했다. 설상가상으로 경기도 패배했다.

평창의 상태가 어땠는지는 이미 많은 언론을 통해 밝혀졌다. 그러나 실패의 원인을 강원에만 묻는 모양새다. ‘일을 키우고 수습을 못했다’라는 의견에는 동의하지만 모든 비난의 화살을 강원에게만 향하는 것은 불합리하다. 또한 앞으로 벌어진 상황에 대해 준비해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스포츠니어스>의 취재 결과 평창 알펜시아 스타디움의 미래가 밝지만은 않다는 게 더 큰 걱정이다. <스포츠니어스>가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를 단독으로 취재했다.

안일한 대응과 조율 부족

지난 해 강원도개발공사가 평창의 스키점프대 사후관리 방안을 고민하고 있던 차에 조태룡 대표의 제안으로 1만석 이상의 이색적인 축구장이 만들어졌다. 강원도개발공사는 강원FC에 알펜시아 경기장을 무료로 임대해주기로 했다. 강원은 지난 시즌 새롭게 마련된 평창 경기장에서 K리그 챌린지 4경기를 성공적으로 치렀다. 8월 20일 부천과의 첫 경기를 치렀으므로 그 당시엔 눈 걱정도 없었다. 당시 평창 경기장에 대한 평가는 극찬이 이어졌다. 스키점프대 옆 암벽에서는 폭포수가 흐르고 있었다. 그야말로 강원의 새 경기장은 ‘자연이 준 선물’이었다.

하지만 ‘자연이 준 선물’은 어쩌다 끔찍한 ‘논두렁’이 되었을까. 표면적으로 알려진 사실은 이렇다. 평창 스키점프 경기장에서는 2월 16일까지 테스트 이벤트 형식의 스키점프 대회가 있었다. 17일부터 강원과 강원도개발공사, 올림픽조직위원회, 알펜시아 리조트가 협력하여 제설작업을 시작했다. 강원이 강원도개발공사와 협력하여 평창 경기장을 쓰기 시작한 것은 작년 여름이었다. 강원도개발공사는 그 때 당시 ‘겨울에는 스키점프를 하고 여름에는 축구를 하면 될 것’으로 안일하게 생각했다.

그러나 막상 평창올림픽 테스트 이벤트와 K리그 개막 일정이 맞물리자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1만 톤에 달하는 눈과 흙을 치우고 개막전을 준비하기에 2주는 너무 짧았다. 3월 들어 추가적으로 눈이 내리는 등 상황이 여의치 않아 중장비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잔디가 벗겨지기도 했다. 결국 강원도개발공사가 올림픽조직위원회와 강원FC를 조율하는 역할을 충분히 수행하지 못했다. 올림픽 테스트 이벤트 일정을 더 앞당기지 못했던 것을 포함해 테스트 이벤트로 인해 다져진 눈을 녹이기 위한 환경에 대해 충분히 시뮬레이션하지 않았다.

강원 제설작업은 쉽지 않았다 ⓒ 강원FC 제공

7월 이후 또 한 번 예상되는 논란

더 큰 문제는 앞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측에 따르면 2018년 열리는 평창올림픽을 준비하기 위해 평창 알펜시아 스타디움에서는 오는 7월부터 시설공사가 시작된다. 평창올림픽 조직위원회 한 관계자는 “해외 통신사의 입주 때문에 늦어도 10월부터는 경기장 출입이 어려울 것이다. 언론에는 강릉만 동계올림픽 보안시설로 지정돼 있는 것처럼 보도됐는데 평창 또한 강릉과 함께 보안시설로 지정됐다”고 전했다. 물론 이 문제는 아직까지 언론을 통해 공론화 되지 않았지만 7월 이후 평창 알펜시아 스타디움 사용 문제를 놓고 또 다시 한바탕 논란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강원의 타임 테이블에는 정규리그 마지막 일정이 10월 1일 울산과의 홈경기로 잡혀있다. 스플릿 라운드까지 고려하면 11월 중순까지는 경기를 치러야 한다. 강원FC는 “이번 시즌 전 경기를 평창에서 치른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천문학적인 금액이 투입된 평창올림픽 일정이 K리그 일정에 의해 연기될 가능성은 적다. 이건 강원FC뿐만 아니라 프로축구연맹이나 대한축구협회에도 쉽지 않은 문제다. 평창올림픽을 준비하기 위해 평창 알펜시아 스타디움이 대대적인 시설 공사에 들어가면 또 다시 프로 경기를 치를 수 없는 환경이 된다.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관계자는 "평창이 올 7월부터는 시설공사에 들어가고 일정 조율을 하더라도 10월 이후로는 미루지 못한다"고 전했다.

문제는 강원도개발공사가 이와 같은 일정을 강원에 공지했는지 여부다. 수뇌부끼리 협의된 내용들이 실무진에게 전달되지 않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강원도개발공사와 올림픽 조직위가 해당 내용을 강원FC에게 공지하고 일찌감치 대책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강릉은 강릉시청과의 껄끄러운 관계가 아직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원주의 경우 조명 문제로 저녁경기는 불가한 문제가 있다. 남은 대책은 결국 춘천으로 좁혀진다. 현재 강원 관계자는 여름 이후 좋아질 잔디 상태를 기대하고 있지만 강원FC가 7월 이후 또 다시 떠돌아 다니는 신세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앞으로가 더 큰 고민이다

강원FC의 행정능력은 미숙할 수밖에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인력과 경험 모두 부족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때문에 연맹관계자들이 도와줄 정도다. 일을 벌린 만큼 수습하지 못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강원FC는 FC서울과의 홈 개막전 이후 많은 비난을 받고 그에 대한 사과문까지 게시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앞으로다. 강원FC가 평창 알펜시아 스타디움의 잔디를 최상으로 관리하고 화장실과 매점, 주차장 등 편의 시설에도 꾸준히 신경 써 이곳 축구장다운 곳으로 만들어 냈다고 가정해 보자. 그럼에도 오는 7월이면 이곳은 또 다시 복잡한 공사장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 이후에는 또 일을 어떻게 진행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나간 경기는 그렇다고 쳐도 앞으로 뻔히 보이는 미래에 대해서는 미리 미리 대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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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평창 알펜시아 스키점프 축구장 ⓒ 강원FC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