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FC 팬들의 승부조작 사면 반대 걸개 ⓒ 스포츠니어스
부천FC 팬들의 승부조작 사면 반대 걸개 ⓒ 스포츠니어스

[스포츠니어스 | 목동=명재영 기자] 징계 축구인 사면 조치의 후폭풍이 거세다.

29일 목동종합운동장에서 하나원큐 FA CUP 2라운드 서울이랜드와 부천FC의 경기가 열렸다. 이날 경기는 서울이랜드가 이시헌의 해트트릭을 포함해 전반에만 네 골을 터트리고 후반에 두 골을 추가하면서 부천에 6-0 대승을 거뒀다.

서울이랜드로서는 홈에서 맞이한 감격스러운 이번 시즌 첫 승리다. 박충균 감독 체제로 재편한 이후 리그에서 1무 2패로 아쉬운 출발을 했지만 3주의 휴식기 동안 문제점을 보완해서 좋은 결과를 만들었다.

K리그2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부천이 0-6 대패를 당한 것도 충격이었지만 이날 경기 외적으로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바로 걸개 게시와 관련된 문제였다. 부천 원정 팬들은 이날 경기 중에 '승부조작 사면 반대'라는 문구의 걸개를 내걸었다.

어제 대한축구협회가 발표한 징계 축구인 100인 사면에 대한 메시지였다. 대한축구협회는 어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국가대표팀 친선경기 우루과이와의 경기 직전에 이사회를 개최해서 징계 축구인 100명에 대한 사면을 의결했다.

이 사면 대상에는 2011년 K리그 승부조작 사태로 제명 징계를 받은 48명도 포함됐다.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 자축과 축구계 화합이라는 명목으로 기습적으로 사면을 단행하면서 축구계의 반발을 불렀다.

이사회 다음 날인 이날에는 전국에서 FA컵 2라운드 경기가 열렸다. 각 구단의 팬들은 각자의 걸개와 메시지로 항의의 뜻을 표시했다. 부천 팬들도 이에 동참했다. 그러나 잡음은 걸개 게시 후 흘러나왔다.

팬들이 걸개를 경기장에 게시하자 안전 경호 요원이 얼마 지나지 않아 현장으로 찾아왔고 걸개 게시를 불허한다고 알려왔다. 경기 감독관이 특정 주체에 대한 비난하는 메시지의 걸개 게시를 중단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사유를 설명했다.

팬들이 반발하자 다시 경기감독관과 구단, 협회 등 여러 주체 간의 소통이 이어졌다. 다시 전해온 메시지는 걸개 게시 허용이었다. 대한축구협회에 보고가 이뤄졌고 걸개 게시가 허용됐다는 설명이었다.

부천 팬들은 이후 걸개를 테이프로 부착하지 않고 여러 인원이 직접 경기 시간 내내 들고 있으면서 더욱 강한 항의의 메시지를 내비쳤다. 현장에서 만난 한 부천 팬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서 "우리는 시작일 뿐이다. 이제 전국적으로 이런 걸개들이 내걸릴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날 경기장에는 조병득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의 모습도 보였다. 조 부회장은 경기 후 부임 첫 승을 거둔 서울이랜드 박충균 감독을 격려한 뒤 경기장을 떠났다.

hanno@sports-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