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박세진 ⓒ 스포츠니어스
대구 박세진 ⓒ 스포츠니어스

[스포츠니어스 | 남해=김귀혁 기자] 데뷔 시즌은 누구에게나 의미 있는 시기다. 일반인으로 따지면 이제 막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사회초년생과 비슷하다. 모두가 주목하면서도 그렇게 큰 기대를 하지 않는 모순적인 시기이기도 하다. 아직 모든 것이 서투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주목한다는 것은 혹시 모를 '잠재력이 폭발하지 않을까'라는 희망 때문이다. 그리고 그 바람이 이뤄질 때 팬들의 함성은 더욱 높아진다.

앞서 이야기한 내용은 아마 이 선수에게 해당되지 않을까 싶다. 2004년생 선수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시즌 리그 33경기에나 나섰다. 데뷔 시즌에 정규 리그 대부분 경기에 나선 것이다. 시즌 초반 다소 어색했던 이름도 후반부로 다가갈수록 점점 대구 팬들에게 익숙해졌다. 이 과정에서 한 골 한 개의 도움을 기록하며 공격 포인트의 맛까지 봤다. <스포츠니어스>가 이 이야기의 주인공인 박세진을 경남 남해 대구의 전지훈련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은 대구 박세진과의 일문일답이다.

태국 치앙라이에 이어 2차 전지훈련이 한창입니다.
태국에서 한 달을 하고 남해에 왔네요. 태국에서는 체력을 많이 신경 썼기 때문에 근력 운동도 많이 했고 뛰는 양이 많아서 좀 힘들었어요. 그래도 2차 전지훈련에 와서는 경기가 많아서 조금 덜합니다. 확실히 경기 체력이 많이 올라오거든요. 물론 안 힘들지는 않습니다. 저는 둘 다 힘들어요.

최원권 감독이 훈련에서 열정적이더라고요.
태국에서는 저처럼 어린 선수들이 많다 보니 조언을 많이 해주셨어요. 제가 많이 뛰는 스타일이다 보니까 경기에서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말씀해 주셨고요. 하고 싶은 대로 공도 받으면서 경기를 풀어 나가라고 하셨고 수비에서의 위치도 많이 강조하시더라고요.

지금 방은 어떤 선수와 쓰고 계시나요.
저는 (이)용래 형하고 같이 쓰고 있어요. 나이 차이가 얼마나 나는지 모르겠네요.

이용래 선수가 1986년생으로 알거든요.
제가 2004년생이니까··· 18살 차이네요. 그런데 워낙 용래 형이 편하게 방을 쓰도록 해주세요. 훈련할 때도 잘 알려주시고요. 사실 작년에는 제가 프로 1년 차다 보니까 먼저 다가가기가 어렵기도 했죠. 그런데 용래 형이 작년부터 계속 말씀도 많이 해주셔서 올해는 그래도 편해졌어요.

그래도 2005년생 선수들도 이번에 들어왔는데 어때요.
아직은 실감을 못 하겠어요. 겨우 한 살 아래잖아요. 그래도 서너 살 차이 정도 나면 조금 후배라는 게 실감이 날 것 같은데 아직은 덜하네요.

태국에서도 이용래 선수와 같은 방이었나요.
아니에요. 태국에서는 (고)재현이 형하고 방을 같이 썼어요. 형과는 다섯 살 차이가 나는데 외출도 같이 나가고 많이 다녔죠. 왜냐하면 작년에도 원정 경기에 가면 룸메이트였거든요. 원래 (이)진용이 형이 용래 형 룸메이트였는데 군대에 가는 바람에 지금처럼 방이 구성된 것 같아요.

대구 박세진 ⓒ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대구 박세진 ⓒ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본격적으로 지난 시즌 얘기를 해볼게요. 경기를 정말 많이 뛰셨습니다.
저는 사실 지난 시즌 들어가기 전에 한 경기 뛰기도 어렵다고 생각했어요. 왜냐하면 작년 동계 훈련이 조금 힘들었거든요. 형들하고 같이 부딪히면서 하다 보니 어려웠어요. 제가 뛸 수 있을까 싶었죠. 그리고 개막전이 포항과의 경기였는데 원래는 제가 K4리그 B팀 경기에 뛰는 거였어요. 그런데 최원권 감독님께서 '한번 따라와 봐라'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그러다가 바로 리그 2라운드에 데뷔전을 치렀어요. 심지어 선발이었으니 저는 전혀 예상치 못했죠.

선발인 건 경기 며칠 전에 알았나요.
사흘에서 나흘 정도 전에 조금은 알았어요. 그래도 확실하지는 않았죠. 왜냐하면 저희 팀은 항상 포지션이나 선수도 변경해 가면서 하거든요. 만약에 수요일에 선발 조끼를 입었다고 해도 목요일에 또 바뀔 수 있었어요. 그래서 아예 예상을 못 했다가 경기 전날에 조금 짐작만 하는 정도였죠. 그러다가 경기 당일에 확실히 선발인 걸 알았습니다.

부모님께도 알려드렸을 것 같거든요.
부모님께 경기 전에 살짝 말씀드리기는 했어요. 그런데 크게 기대는 하지 말라고 했죠. 열심히 하라고는 하셨는데 정말 엄청나게 긴장했어요. 심장도 막 뛰고요. 경기장에서도 부모님 얼굴이 잘 안 보이더라고요. 그래도 나쁘지 않은 데뷔전을 치렀던 것 같아요. 부모님께서도 잘했다면서 수고했다고 말씀하셨고요. 뛰고 나서도 생각보다 괜찮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물론 이후에도 몇 경기씩 뛰어 보니까 쉬운 게 아니었지만요.

공격 포인트도 엄청 일찍 기록했잖아요.
1라운드 로빈 광주전에서 도움을 먼저 했죠. 후반전에 0-3으로 지고 있는 상황에서 교체로 들어갔는데 확실히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니까 기분이 좋더라고요. 빠르게 추격 골을 넣는 게 중요했는데 당시에 경기가 어수선했어요. 에드가가 수비를 하다가 상대 선수가 넘어졌는데 심판 선생님이 휘슬을 안 불었거든요. 상대가 항의하고 있었는데 그때 제가 치고 들어간 다음에 패스해서 골이 들어갔죠.

그 경기가 0-3으로 지고 있다고 3-3 동점, 그리고 다시 3-4로 패배한 경기잖아요.
처음에는 빨리 추격하는 골을 넣어야겠다고 생각했다가 2-3까지 만들고 '할 만하겠는데'라는 생각은 했어요. 그리고 3-3 동점을 만들고는 역전할 수 있겠다고 봤고요. 분명 저희가 흐름을 타고 있었기 때문에 한 골 더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아쉽게 바로 실점했죠.

이후에도 경기에 계속 나섰습니다. 조금 얼떨떨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거든요.
저는 처음에 리그에서 한 경기라도 뛰어보자는 생각이었어요. 그러다가 데뷔전 기회를 조금 일찍 받는 바람에 열 경기로 목표를 잡았죠. 

뛰면서 형들도 여러 조언을 해주셨을 것 같은데요.
일단 대구가 수비적으로 하다 보니까 제가 들어가면 조금 더 많이 뛰어야 하거든요. 그런데 작년에는 제 수비가 약해서 형들이 그런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셨어요. (홍)철이 형도 조금 더 강하게 하라고 하셨고 다른 형들도 비슷하게 말씀하셨어요. (고)재현이 형도 막 부딪히라고 했고요. 많은 도움이 됐죠.

그러면서 점점 프로에 적응했군요.
사실 1라운드 로빈 때까지만 하더라도 적응이 됐다는 느낌은 아니었어요. 그때는 몸이 붕 떠 있는 느낌이었는데 2라운드 로빈 때부터 골도 넣고 프로다운 느낌을 많이 받았죠.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적응이 된 것 같아요.

붕 떠 있다고 했는데도 계속 출전했잖아요.
일단 최대한 열심히 했어요. 동계 훈련 때부터 무언가를 보여주려고 열심히 뛰어다니다 보니 기회도 왔고요. 연습 경기 때도 제 플레이를 보여주려고 했어요. 또 최대한 살아남고 싶기도 했죠. 사실 1군에서 운동을 하기가 쉽지 않잖아요. 저도 처음에는 2군에 있다가 열심히 해서 1군에 올라왔는데 거기에서 또 떨어지면 너무 아쉬울 것 같더라고요.

부모님께서도 좋아하셨겠네요.
좋아하셨죠. 원래 아버지께서는 축구에 대해 참견을 많이 하는 스타일인데 올해부터는 안 그러시더라고요. 딱히 축구를 전문적으로 하신 건 아니었는데 해외 축구를 자주 보세요. 그래서 축구 보는 눈이 조금 높습니다. 가끔 스트레스받을 때도 있었는데 지금 와서 보면 덕분에 실력이 늘기도 했어요. 또 어릴 때는 아버지가 무서웠으니 신경을 쓰면서 경기하기도 했고요.

그런 아버지께서 프로에 간다고 하니 어떤 반응이었나요.
조금 우셨던 것 같아요. 처음에 고등학교 감독님이 말씀하신 것 같은데 기분이 너무 좋아서 우신 걸로 알아요. 사실 어머니께 그 이야기를 들어서 자세히는 모르겠어요.

리그 데뷔골 이후 대구 박세진의 모습 ⓒ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리그 데뷔골 이후 대구 박세진의 모습 ⓒ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이제 데뷔골 이야기도 해볼게요. 그때도 광주전이었잖아요.
(홍)철이 형이 패스를 줬을 때 돌아선 뒤에 제가 한번 슈팅을 때려봐도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왜냐하면 그 전에 경기했을 때 제가 슈팅을 한 번 못 했거든요. 그때 밖에서 벤치에서도 그렇고 때리라는 말씀을 해주셨고요. 그 말을 듣고 각이 보이길래 바로 슈팅을 했는데 골대 안으로 들어가는 것처럼 보이는 거예요. 사실 그전까지는 의심을 조금 했죠. 설마 들어가나 싶었는데 진짜 들어가니까 엄청 신기하더라고요. 감정이 말로는 설명이 안 됐어요. 사실 그때 당시에 기대를 별로 안 했는데 마침 세징야 위치에서 경기를 뛰었거든요. 그 위치에 있다 보니까 기회가 왔던 것 같아요.

홍철 선수가 한 턱 쏘라고 하지 않았나요.
그때 제 골이 묻혔어요. 왜냐하면 (이)진용이 형이 프로 첫 도움을 기록했거든요. 그래서 진용이 형이 경기 끝나고 버스에서 단체로 뭘 사겠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때 버스에서 그렇게 말씀하시는 바람에 묻히는 감이 있었죠.

그때 득점 이후 공격포인트 욕심도 더 생겼을 것 같은데요.
일단 DGB대구은행파크에서 골을 못 넣어서 아쉬운 게 조금 컸고요. 그리고 그때 인터뷰에서 공격 포인트 다섯 개로 목표를 바꿨어요. 이후에도 자신감이 조금 올라오다 보니 욕심도 한 번씩 부려봤죠. 물론 조급한 것도 없었고요. 저는 연결해 주면서 수비 열심히 하면 됐거든요. 그러면서 경기를 치렀던 것 같습니다.

리그 33경기를 뛰었습니다. 체력적으로 힘들었을 것 같아요.
1로빈 라운드하고 파이널 A에서 체력적으로 조금 힘들었어요. 특히 파이널 라운드에서는 집중력이 많이 떨어졌죠. 왜냐하면 그때 A매치 경기가 많아서 휴식기가 계속 있었거든요. 한 경기 정도 하고 오래 쉬는 게 반복됐죠. 그러다 보니까 몸도 붕 뜨면서 살짝 풀어졌던 것 같아요. 밥도 많이 먹어서 살도 조금 쪘고요. 그러다 보니 파이널 라운드에서는 확실히 몸이 잘 안나갔어요. 올해는 그러지 않도록 몸 관리도 잘해야 할 것 같습니다.

시즌이 끝나고도 많은 생각이 있지 않았나요.
일단 올해 경쟁을 계속해야 하기 때문에 거기에 준비해야 했죠. 또 1년 차 때 경기도 많이 뛰어봐서 '더 잘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래도 나름 대구 팬들도 많이 알아보시겠네요.
경기가 끝나면 알아봐 주시는 팬분들이 계시는데 그러면 기분이 좋죠. '인스타그램' 팔로워도 원래 200명대였는데 지금은 2,700명 정도예요. DM도 종종 받는데 가끔 너무 많이 오면 받아주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요. 특히 골 넣었을 때 더욱 그랬던 것 같아요.

골 넣었을 때 부모님은 경기장에 오기 힘들었겠네요.
아녜요. 그때도 부모님이 광주까지 오셔서 경기를 보셨어요. 원래는 안 오시려다가 가시게 된 거거든요. 골을 넣었더니 어머니는 우셨다고 하더라고요. 그때는 아무래도 경기장이 좁다 보니까 부모님도 잘 보였어요.

결과적으로 그 골이 마지막 득점이었습니다. 그래서 올 시즌 더 욕심이 나시겠는데요.
작년보다는 올해 공격 포인트를 더 기록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은 하고 있어요. 감독님께서도 제가 슈팅 능력이 좋은 편이 아니다 보니 연습을 많이 하라고 하셨고요. 더 노력해 봐야죠.

돌이켜보니 기억에 남는 경기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광주전에서 골 넣은 게 아무래도 가장 기억에 남죠. 또 제가 실수해서 실점했던 경기도 생각나고요. 울산 원정이었는데 제가 실수하는 바람에 그게 역습으로 이어졌고 결국 골을 먹혔거든요. FC서울 원정 경기에서도 제 가랑이 사이로 공이 들어가는 바람에 프리킥 실점을 했고요. 확실히 주눅이 많이 들더라고요. 자신감도 많이 떨어졌고요. 특히 당시에는 이기거나 비길 수 있는 경기였는데 결국 그러지 못했거든요. 그 기억도 확실히 오래가고요. 최대한 잊는 게 제일 중요하다는 걸 느꼈죠.

반대로 득점했을 때의 기억도 오래갔을 것 같은데요.
영상도 많이 돌려봤죠. 그날 잠도 잘 못 잤고요. 소름이 계속 돋더라고요. 부모님께도 연락을 드렸는데 놀라시면서 기분 좋아하시길래 저도 덩달아 좋았죠.

득점하고 도움도 느낌이 다르지 않나요.
사실 고등학생 때는 도움을 해도 별 감흥이 없었어요. 골 넣었을 때만 기분이 정말 좋았고요. 그런데 프로에서 도움을 기록하니까 고등학교에서 골을 넣는 것보다 더 좋더라고요. 그런데 골은 또 그거보다도 더 좋았습니다. 그 기분을 알기 때문에 올해에는 공격 포인트 다섯 개 정도를 목표로 잡았어요.

조광래 축구교실 출신인 것으로도 알고 있는데요.
맞아요. 그런데 아직 대표님께는 한 번도 관련해서 얘기한 적이 없어요. 당시에 진주에서 배웠는데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4학년 초반까지 배웠던 걸로 기억합니다. 

이후에 대구로 와서 조금 놀랍기도 했겠네요.
왜냐하면 그때 조광래 대표님이 저를 가르쳐 주셨고 자주 오시기도 했거든요. 또 초등학교 때 대표님 얼굴 그려져 있는 사인지가 있는데 거기에 사인을 받은 기억도 있어요. 그게 아직 집에 있더라고요. 그런데 그 기억은 못 하시고 저를 처음 보시고는 "단디 해라"라고 하시더라고요.

마지막으로 올 시즌 각오와 함께 마무리하겠습니다.
작년보다는 더 공격적으로 임하기 위해 노력하려고 해요. 또 작년에는 좋은 모습과 함께 그렇지 못 한 모습도 많이 보여드리기도 했잖아요. 올해는 좋지 않은 부분을 보완해서 시즌 들어가면 더 좋은 모습 보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대구 박세진 ⓒ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대구 박세진 ⓒ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박세진은 대부분의 질문에 담백하게 답변했다. 프로 2년 차 선수가 맞나 싶을 정도로 덤덤했다. 그러다가도 골과 도움 이야기가 나오자 바로 이야기가 길어졌다. 자신이 느꼈던 바를 솔직하게 드러냈는데 영락없는 동나이대 선수였다. 지금까지 말한 것들이 박세진을 설명한다. 그라운드 안에서 나이 같지 않게 침착하면서도 젊은 선수 특유의 에너지가 느껴졌다. 이제 2년 차를 맞이하는 박세진의 앞에는 현재의 젊음과 미래의 경험이 놓여 있다.

gwiman@sports-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