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로웠던 ‘유소년 감독’ 김영후와 박진포의 맞대결 현장

ⓒ스포츠니어스. 경기 전 악수와 덕담을 나누는 김영후 감독(좌)과 박진포 감독(우)

[스포츠니어스 | 충주=김귀혁 기자] 프로에서 땀 흘렸던 두 선수가 이번에는 감독으로서 맞붙었다.

6일 충주유소년축구장에서는 ‘2022 충주CUP 전국유소년클럽축구대회’가 열렸다. 이번 대회는 사단법인 한국스포츠클럽협회가 주최 및 주관하고 충주시축구협회가 주관하여 운영한다. 총 네 개의 인조 잔디 구장으로 조성된 경기장에서 8세 이하부터 시작해서 9세, 10세, 11세, 12세 대회로 나누어 미래 축구 꿈나무들의 치열한 한 판 승부가 펼쳐진다.

이번 대회에서 10세 이하 팀은 총 7개 팀이 참여했다. 이 팀들은 A조와 B조로 나누어 진행하는 가운데 A조에는 네 팀, B조에는 세 팀이 포진했다. 여기에서 눈에 띄는 두 팀이 있었다. A조에 포진한 ‘김영후FC’와 B조에 있는 ‘울산FC리버스’다. 김영후FC는 이름 그대로 ‘내셔널리그’의 괴물로 불렸던 K리그 강원 출신의 김영후가 이끄는 팀이다. 울산FC리버스 역시 K리그 성남FC에서 활약했던 박진포가 지휘봉을 잡고 있다.

물론 이들 팀은 다른 조에 포진했기 때문에 만날 수 있는 확률은 드물었다. 토너먼트에서 좋은 성적을 얻어야 서로 맞붙을 수 있는 구조였다. 전날(5일) 예선전에서는 김영후FC가 1위를 기록한 가운데 박진포 감독이 이끄는 울산FC리버스는 B조 2위를 기록했다. 김영후FC는 1위로 곧장 4강전에 진출한 반면 울산FC리버스는 A조 4위의 성적을 거둔 평택유나이티드를 꺾고 올라와야 4강전에서 이들의 만남이 성사된다.

그런데 박진포 감독의 울산FC리버스가 이날 10시 40분에 치러진 평택유나이티드와의 경기에서 1-0 승리를 거두며 4강에 진출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프로에서 이름을 날렸던 선수들이 유소년 감독으로서 맞붙는 광경이 연출될 수 있었다. 물론 이들의 만남이 쉽게 이뤄지지는 않았다. 김영후 감독은 현재 12세 이하 팀을 중심으로 이끌고 있는 가운데 10세 이하 팀은 김병석 코치가 지휘봉을 잡고 있었다. 예정대로 라면 박진포 감독은 김영후FC의 김영후 감독이 아닌 김병석 코치와 지략 대결을 펼쳐야 했다.

ⓒ스포츠니어스. 경기 전 ‘김영후FC’의 김영후 감독 모습.

하지만 막상 현장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김병석 코치가 아닌 김영후 감독이었다. 김 감독은 경기 전 <스포츠니어스>와의 인터뷰에서 “원래는 내가 12세 이하 팀을 이끌고 있고 10세 이하 팀은 코치가 맡는다”면서 “갑자기 코치가 급한 일이 생겨서 서울로 올라가게 됐다. 나는 다음 주에 있을 6학년 대회 왕중왕전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급하게 찾아왔다”라고 이야기했다. 김영후는 현역 시절 골문 앞에서 괴물 같은 모습이 인상적인 선수였으나 인터뷰에서는 서글서글한 표정이 돋보였다.

이어 박진포 감독과의 친분을 묻자 김영후 감독은 “박진포 감독과 친분이나 인연은 크게 없다”면서도 “현역 시절 적극성 있게 뛰어다니는 모습과 함께 투지와 근성이 인상적이었다. 거기에 기술도 좋았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그는 “막 군대에서 전역하고 강원에 복귀했을 때가 있다. 그때 성남전에서 선발로 나서서 박진포 감독을 상대했다. 당시에 팀이 강등 싸움을 처절하게 벌이고 있을 때라서 기억이 난다. 인연이라면 인연이겠지만 날 기억이나 하겠느냐”라며 웃음을 보였다.

그럼에도 얼마 전까지 프로에서 뛰었던 선수들이 유소년 지도자로서 만나는 것은 흔치 않은 광경이다. 김영후 감독은 “유소년 경기를 하다 보면 생각보다 프로 출신 지도자를 만나는 경우가 많이 없다. 특히 박진포 감독은 동시대에 뛰었던 선수였다”면서 “이전에 ‘염기훈주니어축구클럽’의 권혁진 감독과 ‘K리거강용축구교실’의 강용 감독을 만난 기억은 있지만 그렇게 자주 있는 모습은 아니다. 내가 유소년 감독을 맡은 지 3년밖에 안됐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스포츠니어스. 경기 전 ‘울산FC리버스’의 박진포 감독 모습.

경기 전 만난 울산리버스FC의 박진포 감독도 “김영후 감독과 친분이 있는 것은 아니다. 강원에 계셨을 때 몇 번 경기했던 기억은 있다. 확실히 득점을 잘하는 선배였다”라며 김 감독의 현역 시절을 이야기했다. 이후 그는 “내가 유소년 팀을 이끈 지 1년도 안 됐다”면서 “나보다 훨씬 나이가 많은 분들은 지도자로 만나봤지만 동시대에 같이 선수로 활약했던 분을 만나기는 처음이다. 확실히 새로우면서도 같이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입장이다 보니 반갑다”라며 김영후 감독과의 만남을 기대했다.

두 팀의 목표는 다르다. 김영후FC의 목표는 우승이지만 창단한 지 1년도 안 된 울산FC리버스는 도전자의 입장이다. 박진포 감독은 “팀을 만들어서 아이들을 훈련시킨 것이 1년이 채 안 된다”면서 “우리는 어디를 가든 항상 도전자의 입장이다. 상대가 어떤 모습이든 간에 우리는 우리만의 플레이를 펼치기 위해 노력하는 편이다. 오늘도 상대에 맞추기보다 우리 아이들이 더 잘할 수 있는 것을 주문해서 결과를 가져오겠다”라며 당찬 포부를 드러냈다.

ⓒ스포츠니어스. 경기 전 악수와 덕담을 나누는 김영후 감독(좌)과 박진포 감독(우)

그렇게 시작된 4강전. 양 팀 선수들은 심판진이 알리는 주의 사항을 경청한 뒤 중앙에서 도열했다. 이때 두 팀의 감독도 서로를 쳐다보며 알아보고는 미소를 지으며 악수를 청했다. 먼저 지도자로서 선배인 김영후 감독이 “울산에서 지도자 생활하신 지 얼마나 되셨어요”라고 묻자 박진포 감독은 “이제 막 1년 됐습니다”라고 답했다. 그러자 김 감독도 “아이고 열심히 하셔야겠네요. 우리도 3년 전에 똑같이 4학년 팀부터 시작했어요”라고 화답했다. 이후 두 감독은 서로를 격려하며 각자의 위치로 넘어갔다.

경기는 박빙이었다. 김영후FC가 먼저 선제골을 기록했으나 박진포 감독의 울산FC리버스도 조직적인 역습으로 여러 차례 골문을 위협했다. 하프 타임에서의 조언 역시 현역 시절 두 감독의 플레이와 닮았다. 박진포 감독은 선수들 간에 포기하지 말라는 의미와 함께 동기 부여를 자극하며 투지를 불태우도록 했다. 이에 반해 김영후 감독은 볼 터치 이후 돌아서는 방법 등 기술 지시에 초점을 맞췄다. 이후 펼쳐진 후반전 역시 전반전과 비슷한 양상으로 흘러갔고 경기는 김영후FC의 1-0 승리로 끝났다. 경기가 끝난 뒤에도 두 감독은 악수를 청하며 축하와 위로의 이야기를 건넸다.

경기 후 만난 김영후 감독은 “상대는 이제 1년 된 팀인데 이 정도면 굉장하다”면서 “나도 3년 전에 똑같이 10세 이하 팀을 만들며 유소년 팀 운영을 시작했다. 이대로만 발전한다면 충분히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 것이다”라며 패배한 울산FC리버스에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울산FC리버스 박진포 감독 역시 “이제 만들어진지 1년이 안 된 팀이라 큰 기대는 안 하려고 한다”면서도 “이전에는 3위만 기록해도 선수들에게 잘했다고 칭찬해줬다. 그런데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는지 점점 높은 성적을 바라게 되더라. 결과적으로는 아쉽지만 다음 2라운드에 더 높은 성적을 거두겠다”라며 운동장을 떠났다.

gwiman@sports-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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