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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홍인택 기자] K리그 최초로 준프로 계약 선수로서 데뷔골을 기록한 FC서울 강성진의 점심 메뉴는 소고기 가래떡볶음이었다.

강성진이 활약하고 있는 FC서울은 지난 3일 광주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1 광주FC와의 경기에서 0-3으로 밀리다 마지막 고요한의 골로 4-3 대역전극을 거뒀다. 준프로 계약 선수인 강성진은 이 과정에서 팀의 귀한 동점골을 기록하며 활약했다. K리그 역사상 준프로 계약 선수가 득점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강성진은 올해 FC서울과 준프로 계약을 맺었다. 준프로 계약은 구단 산하 유소년 클럽 소속 선수 중 고등학생 대상으로 체결 가능한 계약이다. 즉 강성진은 현재 오산고등학교에 재학 중이다. 미처 성인이 되지 못한 선수가 프로 구단과 계약을 맺고 팀은 치열한 생존경쟁을 펼치는 과정에서 역전의 발판을 마련한 귀한 동점골을 기록했다. 강성진은 후반 33분 오른쪽 측면에서 고요한의 패스를 받은 뒤 골문을 향해 각도를 좁혔고 상대 수비 다리 사이로 왼발 슈팅을 통해 득점했다. 강성진은 득점 후 터치라인쪽으로 달려가 동료들과 함께 동점골의 기쁨을 나눴다.

팀으로서도 선수 개인으로서도 깊은 인상을 심어줄 수 있는 골이었다. 강성진은 <스포츠니어스>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데뷔골을 넣게 되어서 기쁘고 (고)요한이 형의 패스를 잘 받고 넣을 수 있어서 기뻤다"라며 데뷔골 소감을 전했다. 강성진의 골을 도운 고요한 또한 강성진에게 "축하한다"라면서 "조영욱 데뷔골 넣었을 때도 내가 패스해줬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성진은 "0-3으로 지고 있는 상황에서 다같이 '할 수 있다'고 하고 하나씩 따라가보자고 했던 게 계속 들어가면서 뒤집기 어려운 점수를 역전할 수 있어서 기뻤다. 승점도 갖고 올 수 있어서 무엇보다 더 기뻤던 거 같다"라며 데뷔골 기록 당시 느낌을 생생하게 전달했다.

강성진의 데뷔골에 팬들도 함께 기뻐했다. 특히 서울 팬들 사이에서는 강성진이 고등학생인 점을 염두하고 경기가 치러진 다음날 오산고등학교의 매점 메뉴와 급식 메뉴표를 알아보는 등의 잔치가 열렸다. 한 팬이 올린 오산고등학교 식단표 상에 있는 11월 4일 메뉴에는 훈제오리야채무침과 콘버터구이, 고추장찌개 등이 기재되어 있다. 팬들은 "오리야채무침 두 번 타먹어도 된다"라며 강성진을 응원했다. 단, "콘버터구이는 안된다"는 말도 덧붙였다.

하지만 아쉽게도 강성진은 오리야채무침과 콘버터구이는 먹지 못했다. 수능을 앞두고 학교 측에서 약 2~3주 전부터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강성진은 "요즘은 학교에 가지 않아 숙소에서 지내고 있다"라면서 "오리야채무침은 못먹었지만 짬뽕순두부와 소고기 가래떡볶음을 먹었다"라고 전하며 쑥스럽게 웃었다. "두 번 타먹었냐"는 질문에는 웃으며 "그냥 밥하고 반찬 똑같이 먹었다"라고 답했다. 학교에 가지 않았기 때문에 강성진의 데뷔골을 본 학교 반 친구들의 반응은 자세히 듣지는 못했다. 다만 강성진은 "주변에서 다들 많이 축하한다고 해주시고 이제 시작이고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말해주셨다"라며 주변 인물들의 반응을 전했다.

대역전극을 펼친 서울이지만 아직 갈 길이 바쁘다. 생존 경쟁을 펼치는 파이널B그룹에서 남은 경기는 단 세 경기다. 고등학생 신분으로 리그를 소화하고 있지만 각오도 남다르다. 강성진은 "옆에서 형들과 감독님, 코치진을 비롯한 FC서울에 관련된 모든 분들이 다같이 도와주시고 있다"라면서 "형들과 선생님들도 많은 조언을 해주신다. 우리가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믿고 따라가면서 팀에 보탬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며 당찬 목소리로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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