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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부천=홍인택 기자] 90분 동안 펼쳐지는 한 경기에서 두 팀 모두 승리를 위해 전술 변화가 이루어졌다. 두 지략가들의 싸움이 펼쳐졌고 이 싸움에서 부천이 승리했다.

5일 부천종합운동장에서 펼쳐진 하나원큐 K리그2 2021 부천FC1995와 충남아산FC의 경기는 후반전 터진 이시헌의 프로 데뷔골이자 결승골로 부천이 리그 13경기 만에 승리를 거뒀다. 이영민 감독은 선수들에게 고마움을 전했고 박동혁 감독은 실망감을 드러내며 "나부터 재정비하겠다"라고 밝혔다.

두 팀의 경기는 많은 주목을 받진 않은 경기였다. 같은 날 대한민국 남자축구대표팀이 오랜만에 국내에서 투르크메니스탄과 월드컵 아시아예선 경기가 열렸기 때문이다. 게다가 두 팀은 K리그2 순위표에서 최하위에 위치한 팀이다. 하지만 두 팀의 축구는 후반전부터 다양한 변화를 보여주며 재미를 더했다.

전반전은 두 팀 모두 정형화된 전술을 들고 나왔다. 부천의 경우는 크리슬란이 명단에서 제외되고 조건규가 최전방에서 싸워주는 형태의 3-4-3이었다. 충남아산은 3-5-2 포메이션으로 나서며 선수비 후역습 전술을 꺼냈다. 전반전은 평소 두 팀이 보여준 속도감과는 달리 서로를 경계하며 조심스럽게 대응했다. 두 팀 모두 이렇다 할 결정적인 장면이 없었다.

하지만 후반전 시작과 함께 박동혁 감독이 먼저 본심을 드러냈다. 스리백의 한 축을 담당했던 유준수를 최전방 공격수로 올리며 4-2-3-1 형태로 전환했다. 그러면서 후반 시작 6분 만에 결정적인 기회를 만들어냈다. 왼쪽을 돌파한 이은범이 반대쪽 먼 곳을 향해 크로스를 올렸고 공간을 침투하던 유준수가 논스톱으로 슈팅을 기록했다. 비록 부천 수비에 슈팅이 막히면서 선제 득점은 무산됐지만 박동혁 감독의 전술과 전략이 잘 맞아 떨어진 순간이었다.

수비 대신 공격에 무게를 더 뒀기 때문일까. 오히려 충남아산의 빌드업을 깬 부천 이시헌이 단독 드리블 돌파를 이어가며 충남아산 골망을 흔들었다. 후반 17분에 벌어진 일이었다. 이때부터 두 감독의 지략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부천은 한 골을 지키면서 역습을 노렸고 충남아산은 점점 더 공격 기어를 올렸다.

충남아산의 선택은 알렉산드로였다. 김인균과 유준수, 박민서를 계속 최전방에 두었고 박세직을 한 칸 내리며 알렉산드로에게 공격 임무를 맡겼다. 부천은 조건규 대신 추정호를 투입하면서 상대 수비를 흔들 요량이었다.

충남아산이 포메이션 변화, 교체카드와 선수 포지션 이동으로 이런 저런 수를 썼지만 부천 수비진도 단단했다. 후반전도 중후반으로 이르자 이영민 감독이 허리에 무게를 더하기 시작했다. 최전방에서 싸우던 박창준 대신 송홍민을 투입하면서 공격진을 투톱으로 바꾸고 중원 안정감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후반 막판으로 갈 수록 박동혁 감독보다 이영민 감독의 수가 통하기 시작했다. 충남아산은 득점을 위해 수비라인을 끌어올렸는데 이를 송홍민을 비롯한 부천 수비진들이 길게 걷어내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생긴 충남아산의 뒷공간을 추정호와 한지호가 끊임없이 위협했다. 비록 추가 득점은 나오지 않았지만 부천이 골을 더 많이 넣을 수 있었던 순간도 분명 있었다.

경기 후 박동혁 감독은 "승점 3점을 위해 준비하고 노력했다"라며 "어떻게든 이기기 위해 전술 전략을 바꿨다. 실점할 때는 득점하려고 공격적으로 바꿨다"라며 전술 변화에 대해 언급했다. 이영민 감독은 이시헌의 활약을 짚으며 "자기 발 밑에 들어가면 소유할 줄 알고 패스할 줄 안다. 박창준과 한지호와 성향이 다른 스타일이다. 이시헌이 들어가면서 공 소유를 할 거라고 생각했다. 미드필더 지역에서 잘하는 선수다. 충남아산하고 경기했을 때 공격 면에서 매끄러운 연결 플레이를 생각하면서 투입했는데 골까지 넣었다"라고 밝혔다.

K리그2는 아직까진 강등이 되지 않기 때문에 전술 변화에 더 부담이 없을 수 있다. 하지만 두 팀 모두 프로인 이상 성적에 대한 부담과 승부욕이 존재한다. 프로무대의 최하위권에 있는 두 팀의 경기였지만 두 팀은 90분 안에서도 살아남기 위해 계속 변화와 변칙을 노렸다. 그리고 두 지략가들의 싸움은 부천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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