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스포츠니어스|조성룡 기자] 제주유나이티드 정운에게 잊지 못할 한 해가 화려하게 마무리됐다.

올 시즌 제주 정운은 그 누구보다 행복했을 것이다. 사실 시작은 다사다난했다.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하면서 김포시민축구단에서 경기 감각을 이어왔던 정운은 소집해제 이후 원소속팀 제주로 돌아왔다. 하지만 그 사이 제주는 충격의 K리그2 강등을 당해 있었다. 그의 앞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K리그2에서의 험난한 승격 경쟁이었다.

게다가 정운은 갑작스럽게 포지션을 변경하기도 했다. 그동안 정운은 측면 수비수로 활약해왔다. 실력을 인정받아 2016년 K리그 클래식 베스트 일레븐에 선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정운은 제주에서 센터백으로 뛰기 시작했다. 선수 본인이 제일 그렇겠지만 보는 모두가 낯설었다. 정운의 고생은 쉽게 끝날 것 같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반전이 일어났다. 정운은 생각보다 훌륭하게 센터백 포지션을 소화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소속팀 제주는 시즌 초반의 부진을 딛고 승승장구했다. 그리고 결국 K리그2 우승을 차지하며 강등 당한 이후 바로 재승격에 성공했다. 여기에 정운은 하나원큐 K리그2 대상 시상식 2020에서 올 시즌 베스트 일레븐에 선정되며 영예를 안았다. 센터백 전환 첫 해에 엄청난 성과를 거둔 셈이다.

무언가 드라마틱한 이야기지만 정운은 <스포츠니어스>와의 통화에서 제법 덤덤한 목소리었다. 그는 시즌 초반을 회상하면서 "사실 갑자기 센터백을 맡기 시작한 것이다"라고 웃었다. 정운은 "아마 첫 경기 이후 두 번째 전남전을 준비하던 시기였다"라면서 "팀에 부상자가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래서 남기일 감독님이 갑자기 내게 센터백을 맡으라고 하셨다"라고 입을 열었다.

이어 그는 "기본적으로 공을 다루는 부분에서는 자신이 있었다"라면서도 "하지만 센터백과 측면 수비수는 아무래도 다른 부분이 많다. 그래서 수비하는 방법에 대해 잘 몰랐다. 그래도 어쨌든 센터백으로 준비해서 경기에 나갔다. 그 때 남 감독님이 좋게 보셨던 것 같다. 그 뒤로는 계속 센터백 포지션을 연습하면서 자연스럽게 센터백이 됐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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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정운에게는 여러가지 고충이 있었다. 그는 그 전까지 센터백 경험이 없었다. 아무리 같은 수비수라지만 정운에게는 새로운 도전이었다. 정운도 "처음에는 센터백 자리에 있는 것 자체가 불편했다"라면서 "센터백 자리는 내가 상대 선수를 놓치는 등 못하면 바로 실점으로 이어지는 곳이다. 심리적으로 많이 힘들었다"라고 토로했다.

다행히 정운은 조금씩 센터백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그는 "남 감독님이 가장 많은 말씀을 해주셨다. 센터백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전반적으로 도움을 주셨다"면서 "이정효 수석코치님도 수비적인 면에서 많은 조언을 해주셨다. 특히 센터백으로 경기하는데 있어 참고할 수 있는 영상을 많이 보내주셨다. 정말 도움이 많이 됐다"라고 고마움을 드러냈다.

이제 정운은 완전히 센터백으로 변신한 것 같다. 그 또한 "이제는 센터백이 더 편하게 느껴질 정도로 자리를 잡았다"라면서 "이게 또 하나의 장점이 됐다고 생각한다. 측면 수비수도 가능하고 센터백도 가능하다. 우리가 올 시즌은 백 스리를 주로 운용했지만 백 포로 전환할 경우 측면 수비수도 가능하다. 선택지가 많아졌다고 생각한다"라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 시즌 베스트 일레븐 선정은 정운 또한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정운은 "처음 센터백을 소화했으니 후보에 올라 기분은 좋지만 상을 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은 좀 덜했다"라고 말했다.

오히려 주변에서 더욱 정운의 수상 여부에 관심을 모았다. 다름아닌 독특한 기록 때문이었다. 정운은 2016시즌 K리그1 베스트 일레븐을 수상했고 2019년에는 대한축구협회에서 선정한 K3리그 베스트 일레븐에 이름을 올렸다. K리그2에서 이름을 올린다면 무려 세 개의 리그에서 수상의 영광을 안는 것이었다. 그리고 결국 그 기록을 달성했다. 정운은 "특이한 기록이다"라면서 "기대하지 않다가 상을 받으니 기분이 배가된다"라고 기쁨을 드러냈다.

하지만 정운은 올 시즌의 영광은 뒤로하고 다시 내년 시즌 준비에 들어갈 예정이다. 특히 그는 다시 돌아갈 K리그1 무대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정운은 "올 시즌 우리 팀의 모습을 보면서 내년이 더욱 기대된다"라면서 "제주가 2016시즌 K리그1 3위, 2017시즌 2위를 했다. 그 때 못지 않게 팀의 조직력과 분위기가 좋다. 내년에는 올해처럼 팬들을 위해서 좀 더 승리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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