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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수원=김현회 기자] 수원 축구 역사에 있어 눈이 내리는 날은 잊지 못할 날이 될 것이다.

수원FC는 29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하나원큐 K리그2 2020 승격 플레이오프에서 경남FC을 상대로 최준에게 선취골을 내줬지만 후반 종료 직전 안병준이 극적인 페널티킥 결승골을 기록하며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후반 종료 직전 이 한 골로 두 팀의 희비가 엇갈렸다.

이날 경기에서 무승부를 기록한 수원FC는 이로써 무려 4년 만에 다시 K리그1 무대를 밟게 됐다. 올 시즌 제주와의 치열한 선두 다툼에서 2위로 밀려낸 수원FC는 경남FC와의 부담스러운 플레이오프에서 극적인 무승부를 거두고 역사를 완성했다.

이날 경기장에는 경기 시작 전부터 눈발이 날렸다. 올 겨울 첫 눈이었다. 경기 도중 눈발이 날렸다가 멈추기를 반복했다. 뭔가 될 것 같다가도 되지 않은 이날 수원FC의 축구를 보는 듯했다. 당장이라도 눈이 쏟아질 것 같은 하늘 표정이 딱 수원종합운동장과 같은 분위기였다.

수원에서 첫 눈을 맞으며 역사적인 경기를 보고 있다니 ‘그날’이 떠올랐다. 같은 팀은 아니지만 같은 수원 연고 팀인 수원삼성이 하얀 눈을 맞으며 우승을 했던 바로 ‘그날’이었다. 2008년 12월 7일 한국 축구 역사상 가장 아름다웠던 우승 풍경이 또렷하게 스쳤다. 하얀 눈이 내리는 날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던 그 모습은 한국 축구 역사에 남을 명장면이었다.

오죽하면 그날을 추억하는 응원가도 있을까. “나의 마음에 환희를 또 한 번 더, 하얗게 눈이 내리던 그날처럼….” 수원삼성 팬들이라면 펑펑 눈이 오는 날마다 그날의 기억이 떠오를 것이다. 같은 팀은 아니지만 같은 수원 연고의 팀이 역사에 남을 중요한 승부를 펼치는 가운데 살짝씩 내리던 눈발은 그날의 추억을 떠올리게 충분했다.

이 두 경기를 모두 현장에서 함께한 이도 있다. 지난 2008년 당시 수원삼성 유니폼을 입고 FC서울과의 2차전 홈 경기에 선발 출장해 풀타임을 소화했던 조원희는 현재 수원FC 소속으로 이 경기를 지켜봤다. 그는 최준에게 선취골을 내주고 경기가 답답하게 흘러가자 “승격이 정말 쉽지가 않다”며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이날 경기에서 수원FC는 후반 종료 직전 극적인 동점골에 힘입어 네 시즌 만에 다시 K리그1 무대로 향하게 됐다. 아마도 수원FC 팬이라면 이제 매년 첫 눈이 올 때마다 이 기적과도 같은 승격을 떠올리게 되지 않을까. 수원삼성 팬들이 펑펑 눈이 올 때마다 감격적인 우승을 차지했던 그날을 잊지 못하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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