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스포츠니어스|조성룡 기자] 숨 막혔던 90분이었다.

K리그2 승격 준플레이오프 대진이 확정됐다. 21일 잠실종합운동장과 창원축구센터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2 2020 최종 라운드 두 경기에서 3, 4위 후보들이 맞붙었다. 잠실에서는 서울이랜드와 전남드래곤즈가 격돌했고 창원에서는 경남FC와 대전하나시티즌이 운명의 한 판을 벌였다. 지금부터 네 팀의 운명을 갈랐던 90분을 타임라인으로 정리해봤다.

경기 전 : 무조건 이겨야 사는 네 팀

네 팀은 경기를 앞두고 필승을 외쳤다. 유리하다고 쉽게 말할 수 있는 팀이 없었기 때문이다. 홈 경기 개최와 무승부만 거둬도 다음 단계로 진출할 수 있는 3위를 노리는 것은 그 다음 일이었다. 일단 준플레이오프 티켓을 따내야 했다. 단순히 승점만 본다면 대전이 유리하고 경남이 제일 불리해 보이지만 또 그렇지도 않다.

3위 대전은 쉽지 않은 창원 원정에서 독기 품은 경남을 상대해야 했고 4위 서울이랜드와 5위 전남은 잠실에서 한 시즌을 결정짓는 한 판을 벌여야 했다. 두 경기 모두 비긴다면 순위는 변동 없이 그대로 결정된다. 하지만 균열이 일어난다면 경우의 수를 따져야 한다. 네 팀 모두 '이기면 진출 확정'이라는 공식만 확실했다. 그나마 져도 진출이 가능한 팀은 대전 밖에 없었다.

3위 : 대전 - 승점 39점 36득점 골득실 +2

4위 : 서울이랜드 - 승점 38점 32득점 골득실 +3

5위 : 전남 - 승점 37점 30득점 골득실 +6

6위 : 경남 - 승점 36점 39득점 골득실 +2

오후 3시 3분 : 일찌감치 유리한 고지 점한 경남

경기 시작 이후 얼마 되지 않아 창원에서 환호가 터졌다. 김경수 구단주 앞에서 경남이 선제골을 넣었다. 전반 1분 만에 도동현의 발 끝에서 골이 터졌다. 대전 수비의 헤더를 낚아챈 도동현은 드리블 돌파 이후 절묘하게 감아차는 슈팅으로 경남의 선제골을 만들어냈다. 경남의 입장에서는 쾌조의 출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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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래도 대전은 여유가 있었다. 잠실에서 진행 중인 서울이랜드와 전남의 경기는 0-0이기 때문이었다. 서울이랜드에 다득점에서 앞서 있었다. 만일 이대로 경기가 끝난다면 K리그2 승격 준플레이오프는 또다시 창원에서 경남과 대전이 만나게 된다. 순위표에서 가장 아래에 있던 경남은 도동현의 한 골로 순식간에 네 팀 중 가장 높은 자리에 올랐다.

3위 : 경남 - 승점 39점 40득점 골득실 +3

4위 : 대전 - 승점 39점 36득점 골득실 +1

5위 : 서울이랜드 - 승점 39점 32득점 골득실 +3

6위 : 전남 - 승점 38점 30득점 골득실 +6

오후 3시 5분 : 대전 철렁하게 만든 김현욱의 헤더

대전의 여유는 단 2분 만에 끝날 뻔 했다. 전반 4분 전남 김현욱의 골이 터졌다. 올렉이 측면에서 크로스를 올린 이후 쥴리안이 강력한 헤더 슈팅을 날렸고 강정묵 골키퍼가 이를 쳐냈다. 하지만 이 공을 김현욱이 몸을 날리며 재차 헤더로 연결해 골망을 흔들었다. 이렇게 되면 전남이 3위로 올라가고 대전은 경남에 다득점에서 밀려 플레이오프 진출권 밖으로 나간다.

하지만 VAR이 대전을 살렸다. 심판진은 비디오를 검토한 결과 올렉이 측면을 파고들 때 이미 공이 라인을 완전히 넘은 뒤 크로스를 올렸다고 판단했다. 결국 골이 취소됐다. 전남의 입장에서는 아쉬운 순간이었지만 서울이랜드와 대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밖에 없었다. 승격 준플레이오프 개최권도 잠시 광양으로 넘어왔다 다시 창원으로 돌아갔다.

3위 : 경남 - 승점 39점 40득점 골득실 +3

4위 : 대전 - 승점 39점 36득점 골득실 +1

5위 : 서울이랜드 - 승점 39점 32득점 골득실 +3

6위 : 전남 - 승점 38점 30득점 골득실 +6

오후 3시 35분 : 승격 준플레이오프는 창원에서 광양으로?

골 취소의 아쉬움을 딛고 전남은 결국 원정에서 선제골을 만들어냈다. 전남의 공격 상황 속 페널티박스 부근에서 끝까지 공을 지켜낸 김주원이 절묘한 패스를 뒷공간으로 찔러줬고 쥴리안이 수많은 서울이랜드 수비수 사이에서 발을 갖다대며 골망을 흔들었다. 오프사이드 라인을 절묘하게 허물어내 만든 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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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전남은 한 골을 만들어내며 앞서갔다. 이와 함께 승격 준플레이오프 대진도 바뀌고 말았다. 경남은 약 30분 남짓 3위 자리를 지켰지만 전남이 한 골을 넣으면서 4위로 내려갔다. 만회골을 만들지 못한 대전은 5위가 됐다. 이렇게 경기가 이대로 종료되면 승격 준플레이오프는 광양에서 전남과 경남이 맞붙게 된다.

3위 : 전남 - 승점 40점 31득점 골득실 +7

4위 : 경남 - 승점 39점 40득점 골득실 +3

5위 : 대전 - 승점 39점 36득점 골득실 +1

6위 : 서울이랜드 - 승점 38점 32득점 골득실 +2

오후 3시 49분 : 전남만 빼고 세 팀에 희소식이었던 레안드로의 한 방

홈인 잠실에서 필승을 외친 서울이랜드는 이대로 무너질 수 없었다. 그리고 팀이 위기일 때는 에이스가 활약할 수 밖에 없다. 서울이랜드는 약 15분 만에 경기의 균형을 맞추는데 성공했다. 레안드로였다. 전반 추가시간 레안드로는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코너킥 이후 혼전 상황에 이어 다시 페널티박스로 넘어온 공을 레안드로가 잡았고 강력한 슈팅으로 전남의 골망을 흔들었다.

전남의 3위 자리는 14분 만에 종료됐다. 그리고 순위도 다시 오후 3시 3분의 상황으로 돌아왔다. 전남을 제외한 세 팀은 레안드로의 골이 무척 다행스러웠을 것이다. 광양으로 향했던 승격 준플레이오프는 다시 창원으로 돌아왔고 대진 또한 경남과 대전의 맞대결로 변경됐다. 이렇게 두 곳에서는 전반전이 종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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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위 : 경남 - 승점 39점 40득점 골득실 +3

4위 : 대전 - 승점 39점 36득점 골득실 +1

5위 : 서울이랜드 - 승점 39점 32득점 골득실 +3

6위 : 전남 - 승점 37점 31득점 골득실 +6

오후 4시 31분 : 노르웨이 고등어보다 쥴리안…일 뻔

다시 승격 준플레이오프 판도는 바뀔 뻔 했다. 후반 26분 올렉의 크로스가 장신 스트라이커 쥴리안의 머리를 향했다. 쥴리안이 헤더로 슈팅을 날렸고 이 공은 서울이랜드의 구석에 꽂혔다. 강정묵 골키퍼가 혼신의 힘을 다해 몸을 날렸지만 소용 없었다. 쥴리안은 동료들과 함께 득점의 기쁨을 누렸다.

하지만 쥴리안은 다시 차분한 표정으로 돌아와야 했다. VAR 판독 끝에 쥴리안의 헤더가 오프사이드로 선언됐다. 리플레이를 보니 쥴리안이 아주 미세하게 서울이랜드의 최종 수비 라인보다 더 앞에 나와 있었다. 공교롭게도 올렉은 두 번의 결정적인 크로스가 모두 VAR 판독으로 인해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3위 : 경남 - 승점 39점 40득점 골득실 +3

4위 : 대전 - 승점 39점 36득점 골득실 +1

5위 : 서울이랜드 - 승점 39점 32득점 골득실 +3

6위 : 전남 - 승점 37점 31득점 골득실 +6

오후 4시 37분 : 승격 준PO 가도 고민 생겨버린 대전

조금만 더 참았다면 어땠을까. 대전의 입장에서는 치명적이었다. 후반 35분 돌파하던 대전 안드레는 경남 배승진, 고경민과 치열한 공 경합을 벌였다. 결국 배승진의 태클에 공이 사이드라인으로 나가자 안드레는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리고 경합에 가담했던 고경민을 밀쳤다. 고경민은 그대로 쓰러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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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면을 본 주심은 안드레에게 다가가 경고 카드를 꺼내들었다. 그 순간 안드레의 승격 준플레이오프 결장은 경고누적으로 확정됐다. 만일 두 경기가 이대로 끝난다면 대전은 승격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할 수 있다. 하지만 전력의 핵심인 안드레가 결장한다는 것은 승격 준플레이오프의 치명적인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3위 : 경남 - 승점 39점 40득점 골득실 +3

4위 : 대전 - 승점 39점 36득점 골득실 +1

5위 : 서울이랜드 - 승점 39점 32득점 골득실 +3

6위 : 전남 - 승점 37점 31득점 골득실 +6

오후 4시 52분 : 활짝 웃은 경남, 조마조마한 대전

경남이 일단 승격 준플레이오프의 한 자리를 차지했다. 창원에서 열린 경기가 주심의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면서 종료됐다. 이 경기에서 경남은 도동현의 선제 결승골을 끝까지 지켜내 1-0 승리를 거뒀다. 이 경기 승리로 경남은 일단 승격 준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했다. 이제 남은 것은 승격 준플레이오프 상대와 홈 경기 개최 여부였다.

문제는 대전이었다. 이제 대전은 마음 졸이면서 수 분을 기다려야 했다. 만일 서울이랜드와 전남의 경기가 1-1로 끝난다면 대전은 패배하고도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할 수 있다. 하지만 둘 중 한 팀이 단 한 골이라도 넣어 앞선다면 대전의 준플레이오프 진출은 무산된다. 대전은 초조하게 잠실 소식을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3위 : 경남 - 승점 39점 40득점 골득실 +3 (진출 확정)

4위 : 대전 - 승점 39점 36득점 골득실 +1

5위 : 서울이랜드 - 승점 39점 32득점 골득실 +3

6위 : 전남 - 승점 37점 31득점 골득실 +6

오후 4시 59분 : 모두를 긴장시켰던 전남의 마지막 한 방

잠실에서의 경기는 치열했다. 추가시간도 무려 6분이나 주어졌다. 사실상 한 골 싸움이었다. 이 한 골을 넣기 위해 양 팀은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서울이랜드는 원기종이 결정적인 기회를 잡았지만 이 슈팅이 하늘로 뜨고 말았다. 이어 김수안의 단독 헤더 기회와 슈팅도 골문을 빗나가고 말았다. 서울이랜드에 유독 골 운이 따르지 않았다.

체력적인 한계가 온 전남은 역습을 전개했고 서울이랜드는 공격적으로 나서며 마지막 한 골을 노렸다. 그리고 전남이 마지막 프리킥 기회에서 극적으로 골을 성공시켰다. 키커 김현욱의 공을 쥴리안과 황기욱이 미끄러지면서 발을 갖다댔고 결국 굴절돼 서울이랜드의 골문 안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주심은 장기간 판독 끝에 전남의 오프사이드를 선언한 후 경기를 종료시켰다.

결국 서울이랜드와 전남은 1-1 무승부를 기록하면서 승점 1점을 나눠갖는데 그쳤다. 그리고 두 팀 모두 승격 준PO 진출에 실패하고 말았다. 특히 아쉬운 것은 서울이랜드였다. 서울이랜드는 대전에 다득점에서 밀려 고개를 숙였다. K리그2 최종 라운드에서 무려 세 팀이 승점에서 동률을 이뤘지만 다득점 차이로 인해 승격 준PO는 창원축구센터에서 경남과 대전의 맞대결로 확정됐다.

3위 : 경남 - 승점 39점 40득점 골득실 +3 (진출 확정)

4위 : 대전 - 승점 39점 36득점 골득실 +1 (진출 확정)

5위 : 서울이랜드 - 승점 39점 32득점 골득실 +3

6위 : 전남 - 승점 37점 31득점 골득실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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