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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인천=김현회 기자] 분데스리가에서 바이에른 뮌헨이 8년 연속 우승을 이뤘다. ‘전무후무’라는 단어를 쓴다. 전대미문의 대기록이다. 유럽 무대에서 바이에른 뮌헨 정도를 제외하면 각 리그마다 전통의 강호들도 이 정도 대기록을 쓰기란 쉽지 않다. 리그 수준과 기량을 떠나 한 팀이 이렇게 10년 가까이 독주 체제를 구축한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운도 따라야 하고 경쟁자들도 제쳐야 한다. 이 정도면 ‘공공의 적’ 수준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WK리그에서 인천현대제철이 무려 8년 연속 우승이라는 대업을 달성했다. 바이에른 뮌헨과 직접적인 비교를 할 수는 없지만 리그 8연패라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어마어마한 기록이다. 인천현대제철은 16일 인천남동아시아드 럭비경기장에서 벌어진 경주한수원과의 2020 WK리그 챔피언결정전 2차전에서 1-0 승리를 거뒀다. 1차전 원정경기에서 0-0 무승부를 기록한 인천현대제철은 이로써 리그 8연패라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인천현대제철의 투자가 이뤄낸 성과다. 인천현대제철은 사실상의 국가대표 팀이라는 이야기를 듣는다. 김정미와 임선주, 심서연, 이세은, 김혜리, 정설빈 등 전현직 국가대표 선수들로 베스트11을 구성했다. 이민아와 장슬기 등은 해외에서 활약하다가 친정팀인 인천현대제철로 복귀했다. 지금은 팀을 떠났지만 비야는 브라질 국가대표를 지낼 정도로 수준이 높았다. WK리그에서 ‘압도적인 1강’이 되기에 충분한 투자였다.

하지만 인천현대제철은 여기에서 만족하지 않았다. 독주 체제를 굳히기 위해 더 투자했다. 지난 6월에는 WK리그 최초로 클럽하우스를 완공했다. 인천시 서구 원창동에 연면적 4천㎡, 지하 1층에서 지상 3층 규모로 클럽하우스를 지었으며 실내 축구장과 시청각실, 휴게실, 의무실 등을 갖췄다. 최근 일어나고 있는 성 관련 문제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클럽하우스에서는 선수들의 방이 따로 없다. 선수단은 전원 오전에 클럽하우스로 출근해 훈련과 휴식, 분석, 자기 계발에 몰두한 뒤 퇴근하는 시스템이다.

압도적인 투자로 인천현대제철은 성적을 내고 있다. 한 WK리그 감독은 “일단 선수들의 연봉에서 인천현대제철과 비교할 수가 없다”고 할 정도다. 이들은 오로지 돈만 투자해 성적을 낸 것도 아니다.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관중을 받지 못했지만 지난 시즌까지 인천현대제철은 임직원들이 직접 경기장을 찾아 뜨거운 응원을 보냈다. 리그 8연패는 그냥 이뤄진 게 아니다. 이렇듯 전폭적인 투자와 뜨거운 응원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인천현대제철이 8연패라는 위업을 달성하는 동안 위기가 없었던 건 아니다. 8년 전 첫 우승을 차지하기 전까지 인천현대제철의 별명은 ‘콩데제철’이었다. 준우승만 줄곧 차지했기 때문이다. 1993년 창단한 인천현대제철은 2009년부터 WK리그에 참가해 무려 4년 연속 준우승만 거뒀던 팀이다. 2013년 WK리그 챔피언결정전에서 서울시청을 누르고 첫 우승컵을 들어올리기 전까지 인천현대제철은 무관이었다. 지금이야 ‘압도적인 1강’이라는 당연한 평가를 듣고 있지만 이천대교 등에 밀려 그들은 오랜 시간 상대팀의 우승을 눈앞에서 지켜봐야 했다.

준우승만 거두던 시절에는 중요한 순간마다 미끄러지는 경우가 많았지만 인천현대제철은 8연패를 하면서 수 없이 많은 위기를 극복했다. 지난 2018년 WK리그 챔피언결정전에서는 1차전 원정경기에서 경주한수원에 0-3으로 패한 뒤 2차전 홈 경기에서 3-0 승리를 거두고 연장전을 1-1로 마친 뒤 승부차기 끝에 우승을 거두기도 했다. 인천현대제철은 이런 경험이 쌓이면서 리그를 8년이나 연속으로 우승하는 최고의 강팀 자리를 지켜내고 있다. 엄청난 경쟁 속에서 일궈낸 인천현대제철의 8연패는 한국 축구 역사상 손에 꼽히는 역사로 남을 것이다.

올 시즌 경쟁팀들의 추격은 더욱 거세졌다. 비록 이날 패하며 다시 한 번 우승 도전에 실패했지만 경주한수원은 인천현대제철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성장했다. 올 시즌 경주한수원은 두 차례 맞대결에서 인천현대제철을 모두 제압하는 저력을 과시했다. 경주한수원은 안방에서 열린 챔피언결정전 1차전에서도 0-0 무승부를 기록했다. 경주한수원은 인천현대제철 못지 않은 과감한 투자로 인천현대제철의 독주 체제를 위협하고 있다.

인천현대제철은 2013년부터 WK리그를 무려 8년 연속으로 우승했다. 2009년 WK리그 출범 이후 단 한 번도 챔피언결정전에 오르지 못했던 시즌이 없었고 최근 8년 동안은 줄곧 우승을 차지했다. K리그에서 압도적인 1강이라는 평가를 받는 전북현대도 이루지 못해 대업이다. 강산이 변할 만큼 오랜 시간 동안 정상을 지킨다는 건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경쟁자들의 추격이 더 거세진 가운데 인천현대제철은 매년 겨울 그랬던 것처럼 이날도 우승 트로피에 입을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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