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스포츠니어스|포항=조성룡 기자] 한 경기 패배보다 더 타격이 크다. 이건 자멸이다.

18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0 포항스틸러스와 울산현대의 경기에서 원정팀 울산은 전반전 일류첸코에게 선제골을 실점한 이후 포항에 내리 세 골을 더 내주며 0-4로 대패, 승점 획득에 실패했다. 좋은 경기력을 선보이지 못했던 울산은 후반 불투이스와 비욘존슨이 퇴장 당하면서 더욱 어려운 상황에 놓이고 말았다.

울산의 이날 경기력은 좋다고 말하기 어려웠다. 물론 포항의 경기력이 굉장히 좋았던 것을 감안해야 한다. 하지만 울산은 올 시즌 앞서 열린 두 번의 동해안더비에서 모두 승리했던 기억이 있다. 한 번은 4-0 대승을 거뒀고 다음 경기에서는 2-0 승리를 거뒀다. 깔끔하게 한 골도 내주지 않고 무실점으로 이겼다.

울산의 우승 도전 역사에는 포항이 중요한 순간 발목을 잡는 일이 많았다. 하지만 올해는 적어도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 같았다. 두 번의 경기에서 한 수 위 전력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그런데 홍진호가 과거 '삼연벙'을 당했던 것처럼 울산은 '또' 포항에 발목을 잡혔다. 물론 울산의 우승이 완전히 무산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건 너무 뼈아프다.

경기 전 포항 구단 관계자는 벤치에 앉아있는 송민규에 대해 "아마도 후반에 승부를 보려는 전략 같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승부는 전반 3분 만에 일류첸코의 헤딩골로 기울어지고 말았다. 포항도 이 정도로 출발이 좋으리라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동점골을 노리는 울산이 공세를 펼치고 포항이 지켜내는 그림이 그려져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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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후 경기는 내내 포항이 경기 주도권을 잡았다. K리그1 우승을 노리는 팀이 울산이 아니라 포항이 아닐까 의문이 들 정도였다. 그만큼 울산은 제대로 힘을 쓰지 못했다. 포항 팔라시오스의 질주에 울산 홍철은 어찌할 바 몰랐고 집중력을 발휘해야 하는 순간 불투이스는 무언가 이상해 보였다. 공격진도 마찬가지다. 그렇게 쉽게 뚫던 포항의 수비를 이날은 전혀 공략하지 못했다. 전반 막판 김인성의 슈팅이 강현무 골키퍼에게 막힌 것은 그만큼 경기가 풀리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 장면이었다.

그래도 한 골 차였기에 울산은 희망을 가질 법 했다. 하지만 스스로 무너졌다. 불투이스가 무리한 백태클로 퇴장을 당했고 불과 몇 분 지나지 않아 넘어진 비욘존슨이 다리를 잘못 놀려 강상우를 가격해 또 퇴장 당했다. 약 5분 가량 사이에 울산은 두 명이 사라진 것이다. 울산 팬들의 입장에서는 이런 생각이 절로 들었을 것 같다. '도대체 뭐하는 거지?'

앞서 말한 것처럼 포항은 잘했다. 포항의 경기력은 칭찬받아야 한다. 하지만 포항의 경기력이 돋보일 수 있도록 울산은 완전히 자멸했다. 남은 시간 동안 오랜만에 경기장을 찾은 포항 팬들은 신나게 '직관'을 만끽했다. 상대 두 명이 없어지자 포항 선수들은 이후 세 골을 몰아넣으며 지난 두 번의 패배를 깨끗하게 씻어냈다.

문제는 울산의 포항전 대패가 단순히 승점 획득 실패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비욘존슨과 불투이스는 남은 K리그1 경기에서 더 이상 뛸 수 없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게다가 울산의 다음 상대는 전북이다. 사실상 우승 결정전이 될 경기에서 외국인 선수 둘이 없다는 것은 더욱 머리가 아플 전망이다. 울산 김도훈 감독은 "단순히 한 경기 패배"라고 애써 의미를 축소했다. 하지만 울산은 이 경기에서 너무나 많은 것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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