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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안양=김현회 기자] 김영찬이 선발 복귀전을 치른다. 그런데 상대는 하필이면 그의 전소속팀 FC안양이다.

26일 안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리는 FC안양과 부천FC의 하나원큐 K리그2 2020 경기에서는 김영찬이 오랜 만에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올 시즌 부천 수비의 핵으로 자리 잡은 김영찬은 어깨 부상으로 최근 팀에 보탬을 주지 못하다가 이날 부천의 선발 명단 한 자리를 차지했다.

김영찬은 올 시즌 줄곧 부천의 주축으로 활약하다가 지난 달 9일 수원FC와의 홈 경기에서 어깨 부상으로 교체됐다. 이때까지 상승세를 타던 부천은 공교롭게도 김영찬의 부상 공백 이후 급격한 내리막길을 걸었다. 부천은 이후 7연패를 기록했다. 공격은 물론 김영찬이 빠진 수비진에서의 공백이 크게 느껴졌다.

한 달 반 넘게 부상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하던 김영찬은 지난 19일 제주와의 홈 경기에서 후반 시작과 함께 윤신영을 대신해 그라운드에 오랜 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비록 팀의 패배를 막지 못했지만 부천으로서는 주축 수비수인 김영찬의 복귀가 반갑다. 그리고 이날 김영찬은 8경기 만에 선발로 다시 그라운드를 밟게 됐다.

김영찬의 선발 복귀전 상대는 안양이다. 줄곧 기회를 받지 못하던 김영찬이 제대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팀이 바로 안양이었다. 2013년 전북현대에 입단해 이후 대구와 수원FC 등에서 임대 생활을 하며 자리 잡지 못했던 김영찬은 2018년 안양으로 임대이적한 뒤 31경기에 나서며 맹활약했다. 이후 안양은 김영찬의 완전이적을 노렸지만 몸값 조율에 실패해 그를 떠나보내야 했다.

김영찬은 안양 시절 이후 탄력을 받았다. 지난 해 수원FC에서 20경기에 나서며 임대 생활을 이어간 그는 올 시즌을 앞두고는 부천으로 완전이적해 14경기에 출장하며 완벽히 자리 잡았다. 이런 김영찬의 선발 복귀전이 안양이라는 점은 그에게도 큰 의미가 있다. 그의 친정팀 안양은 올 시즌 5승 5무 10패로 7위에 머물러 있고 부천은 그 밑인 8위를 기록 중이다. 두 팀 모두 물러설 곳이 없다.

안양을 상대하는 김영찬에게는 또 하나의 사연이 있다. K리그 7년차를 맞은 김영찬은 올 시즌 그토록 기대하던 K리그 데뷔골을 기록했다. 김영찬은 지난 5월 한 경기에서 두 골을 기록하는 맹활약을 펼치며 팀의 2-1 승리를 이끈 바 있다. 그런데 하필이면 그 상대가 안양이었다. 보통 친정팀을 상대로 득점한 뒤에는 골 세리머니를 자제하는 게 예의지만 김영찬은 이날 극적인 결승골을 뽑아낸 뒤 화끈한 세리머니를 했다.

이후 김영찬은 안양 구단에 사과했다. “골을 넣는 순간 기분이 너무 좋아서 자제하지 못했다. 죄송하다”며 진심을 다해 사과의 말을 전했다. 자신이 진가를 처음 발휘한 구단, 그리고 데뷔골을 넣은 구단을 상대로 김영찬은 선발 복귀전을 치르게 됐다. 이날 경기 전 김영찬은 안양 구단 관계자들을 만나 밝은 얼굴로 인사했다. 안양 구단 관계자 역시 “이제는 다치지 말고 잘하라”고 그를 맞이했다.

안양 김형열 감독에게도 김영찬의 복귀는 여러 모로 신경이 쓰이는 일이다. 지난 라운드 안양과 전남의 경기는 부천과 제주의 경기보다 한 시간 늦게 치러졌다. 전남전을 준비하면서 부천-제주전을 지켜본 김형열 감독은 경기에 들어가기 전 김영찬이 교체로 그라운드에 투입되는 모습을 중계로 지켜봤다. 그러면서 구단 관계자에게 “영찬이가 복귀했다”고 직접 알리기도 했다. 김영찬의 선발 복귀전은 이렇게 여러 의미를 지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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