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스포츠니어스|울산=조성룡 기자] 대구FC의 박한빈이 기다림 끝에 훌륭한 복귀전을 소화했다.

12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0 울산현대와 대구FC의 경기에서 원정팀 대구는 후반 시작 후 김재우의 자책골로 실점했지만 이후 박한빈이 얻어낸 페널티킥을 세징야가 성공시키며 1-1 무승부를 기록, 승점 1점을 따내는데 성공했다. 무승 기록은 여섯 경기로 늘어났지만 K리그1 1위 울산을 상대로 거둔 무승부라는 점은 만족할 만 했다.

이날 대구의 선발 명단에서 가장 눈에 띄는 선수는 바로 박한빈이었다. 올 시즌 첫 출전이었다. 대구 관계자도 "박한빈의 선발이 의외다"라고 할 정도였다. 지난 시즌까지 팀의 준주전급 멤버로 뛰었던 박한빈은 올 시즌 9월이 되어서야 처음으로 그라운드에 모습을 드러냈다. 다 사정이 있었다. 박한빈은 코로나19로 인해 굉장히 혼란스러운 상황을 이겨내야 했기 때문이다.

2016년 대구에 입단했던 박한빈은 매 시즌마다 꾸준히 경기에 출전하며 경험을 쌓았다. 그리고 2020시즌을 앞두고 새로운 기회가 찾아왔다. 유럽 무대였다. 체코 1부리그의 FC 슬로반 리베레츠로 임대 이적을 한 것이다. 박한빈의 입장에서는 대부분의 축구선수들이 선망하는 유럽에서 뛸 수 있는 기회를 결코 놓칠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19가 발목을 붙잡고 말았다. 체코로 넘어간 박한빈은 경기를 뛰지 못했다. 코로나19 사태가 확산되면서 유럽 대부분의 축구 리그들이 일정을 취소하거나 중단하는 등 좋지 못한 상황에 놓인 것이다. 결국 박한빈은 유럽의 꿈을 접고 이번 여름 이적시장에 다시 대구로 돌아왔다. 임대 복귀였다.

실전 감각이 상당히 저하되어 있는 상황에서 박한빈은 컨디션을 끌어 올려야 했다. 이병근 감독대행도 "늦게 팀에 합류하는 바람에 아직도 100% 컨디션을 보여주지는 못하고 있다"라고 평가할 정도였다. 힘든 주전 경쟁을 그는 경쟁자들보다 뒤쳐진 상황에서 이겨내야 했다. 그는 꾸준히 훈련에 임하며 때를 기다렸다.

그리고 드디어 울산전에서 기회를 잡았다. 사실 이 감독대행은 박한빈에게 에이스의 역할을 기대하지는 않았다. 그가 꼽은 박한빈의 투입 이유는 세 가지였다. 울산을 상대로는 박한빈의 피지컬과 파워가 필요하다는 것이 첫 번째였다. 다른 하나는 사실 좀 싱거울 수도 있는 이유다. "분위기가 좋지 않기 때문에 좀 바꾸자는 생각"이었다.

마지막 이유는 '믿음'이었다. 이 감독대행은 "시즌이 거의 막바지로 가고 있지만 박한빈은 여전히 기회를 잡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를 내 두 눈으로 봤다"라면서 "그래서 박한빈에게 믿음이 있었다. 그리고 코치들도 '박한빈을 넣어보자'는 이야기를 했다. 그래서 박한빈을 믿는 마음으로 투입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박한빈은 이 감독대행의 믿음에 120% 부응했다. 이날 울산전에서 미드필더로 출전한 박한빈은 수준급 선수들이 즐비한 울산에 밀리지 않는 중원 싸움을 벌이며 좋은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후반 16분 세징야의 페널티골을 만들어내는 파울까지 얻어냈다. 후반 27분 김대원과 교체될 때까지 만점 활약을 선보였다. 이 감독대행도 "솔직히 이 정도로 잘할 줄은 몰랐다"라고 감탄한 하루였다.

wisdragon@sports-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