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니어스|부천=전영민 기자] 올 시즌 K리그2에선 역대급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시즌 K리그1에서 강등된 제주유나이티드와 기업구단으로 새롭게 변신한 대전하나시티즌, 압도적인 공격력을 과시하고 있는 수원FC 등이 치열한 상위권 경쟁을 펼치고 있다. 부천FC1995 역시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팀 중 하나다. 화려한 스타플레이어도, 많은 예산도 없지만 부천은 끈끈한 조직력과 많은 활동량으로 K리그2의 도깨비 팀으로 등극했다.

올 시즌 부천에서 가장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선수는 단연 센터백 김영찬이다. 김영찬은 이번 시즌 부천이 치른 리그 10경기에 풀타임 출전하며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16일 부천종합운동장에서 <스포츠니어스>와 만난 김영찬은 최근 팀 분위기를 전하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우리 팀의 선수층이 다른 팀에 비해 두텁지 않기 때문에 경기 수가 줄었다는 것이 나름의 동기부여가 되고 있다"라며 입을 연 김영찬은 "올해 감독님이 하고자 하는 축구가 있는데 감독님의 축구가 잘 되고 있다. 형들도 중심을 잘 잡아주고 계신다. 모든 것들이 하나하나 잘 맞으며 동기부여가 되고 있다. 또 얼마 전에 '부천은 항상 초반에는 잘 나가다가 뒤에 가서 꼬꾸라진다'는 댓글을 선수들이 봤는데 이런 댓글 때문이라도 더 오기가 생기고 선수들끼리 단합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김영찬은 "K리그2에서 오랜 기간 뛰었는데 매년 투자를 하는 팀들이 더 많아지고 있다. 어떤 때는 상대 명단을 보고 'K리그2 팀 스쿼드가 맞나?'라는 생각이 든다"라면서 " K리그1에서 뛰어도 될 실력의 선수들이 K리그2에 많이 유입되고 있다. 그만큼 경쟁도 심해졌고 승격도 치열해졌다. 과거에는 K리그2에 오기 싫어하는 선수들이 있었는데 이제는 K리그2에 대한 인식 자체가 달라졌다. 하지만 감독님과 코치님이 말씀해 주시는 게 '우리가 1라운드를 돌았지만 어떤 팀 하나 유별나게 잘하는 팀이 없다'는 것이다. 선수들도 직접 부딪쳐본 입장에서 '해볼 만하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많이 뛰는 팀들이 많은 K리그2에서도 부천은 압도적인 활동량을 자랑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런 팀에서 김영찬은 이번 시즌 리그 전경기 풀타임을 소화하고 있다. "전경기 풀타임을 뛰기까지 중간에 한두 번 위기가 있었다"며 웃은 김영찬은 "하지만 내가 이 정도 뛰는 걸로 힘들다고 할 수 없는 게 미드필더와 공격수들이 워낙 많이 뛰어주고 나 이상으로 힘들어하기 때문이다. 나는 명함을 내밀지 못할 정도다. 내가 수비수다 보니까 경기 중에 맨 뒤에서 우리 선수들이 뛰는 모습을 보곤 하는데 오히려 그 모습을 보고 내가 더 힘을 받는다. '선수들이 저렇게 뛰어주는데 나도 뛰어야겠다'는 마음이 크다. 우리 선수들이 한 경기에 보통 평균 10km는 뛰는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김영찬은 "나도 제일 많이 뛰었을 때 기록을 보니 10km 정도 뛰었다고 나와있더라. 하지만 부천 축구에선 10km가 많이 뛰는 건지 잘 모르겠다"며 "GPS 수치에 대해 의식을 하지는 않고 있다. 의식을 하면 경기에 집중이 되지 않을 것 같아서다. 사실 지금보다는 동계훈련이 정말 힘들었다. 내가 선수 생활을 하며 겪은 동계훈련 중 가장 힘들었던 것 같다. 태국(전지훈련지)을 생각하면 구토가 나올 정도다. 이제 7월이 되니까 그때의 기억이 살짝 잊히긴 했는데 상상만 해도 힘들 정도로 훈련이 힘들었다. 오히려 태국에선 하루 쉬는 날이 있으면 그게 더 싫었다. 쉬면 더 힘들게 세 탕 정도 훈련을 하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그땐 엄청 힘들었지만 그때의 힘으로 지금 뛰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김영찬은 지난 2013년 K리그 최강팀 전북현대에 입단하며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전북에서의 경쟁은 녹록지 않았다. 결국 김영찬은 대구FC, 수원FC, FC안양 등 다양한 팀에서 임대 생활을 했다. 그리고 올 겨울 부천으로 완전이적하며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임대 신분과 한 팀에 정착한 현재의 차이에 대해 김영찬은 "임대 신분일 때도 내가 뛰던 팀에 대한 애정은 컸다. 하지만 임대 생활을 전전하며 매년 겨울을 한 번도 편하게 지내지 못했다. 그런 불안정성이 모든 축구선수들의 숙명이긴 하지만 유독 나는 더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체를 하기도 했던 것 같다. '이제는 나이도 적지 않고 여기서 정말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안되겠구나'라는 생각이 커졌다.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까 정신을 더 차리게 됐다"고 전했다.

이어 김영찬은 "많이 간절했다. 올 시즌 동계훈련을 열심히 했다"며 "부천이 내게 손을 내밀어 줬는데 '부천이 김영찬을 잘 데려왔다. 김영찬을 선택한 부천이 틀리지 않았다'는 말을 듣고 싶었다. 또 지난 시즌에 경기를 뛰었던 센터백들이 올해 팀을 많이 나갔는데 그런 점에서 감독님과 코치님의 걱정을 덜어드리고 싶었다. 부천에 올 때 목표는 그것 하나였다. 하지만 막상 팀에 오니 승격을 목표로 잡게 됐다. 승격을 목표로 하니 부천에 대한 애정이 더욱 많이 생기더라. 이제는 확실히 '내 팀'이라고 부를 수 있는 진짜 내 팀이 생겼다. 말하자면 전세나 월세에 살다가 부천이라는 내 집이 생긴 것이다. 그러다 보니 다른 사람들에게 부천을 말할 때도 '내 팀이에요'라고 말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덧붙였다.

길었던 임대 생활을 뒤로하고 부천에서 새 도전에 나서게 된 김영찬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무관중 경기가 진행되고 있기에 김영찬은 아직 부천 팬들을 만나본 적이 없다. "다른 팀에서 뛸 때 부천과 경기를 몇 번 해봤는데 한 번도 쉬운 적이 없었다"는 김영찬은 "부천과 만나면 '오늘 무조건 힘들겠지? 죽어라 뛰고 나와야겠다'라는 마음가짐을 갖고 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이기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때는 부천 팬들에게 야유도 많이 받았는데 한편으로는 부천 선수들을 응원하는 서포터즈의 모습을 보며 부천 선수들이 힘을 받는 게 느껴졌다. '진짜 팬이다'는 느낌을 부천 서포터즈에게 받았다. 입단하고 나서 '이제는 내가 부천 팬들의 힘을 받고 뛸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을 했는데 무관중 경기를 하고 있어서 아쉽다. 가변석이 예쁘게 만들어졌는데 무관중 경기가 펼쳐지고 있어 더욱 아쉽게 느껴진다"고 전했다.

부천 수장 송선호 감독은 평소 취재진과 만남에서 선수들의 하고자 하는 의지에 대해 특히 강조를 한다. 송선호 감독은 경기에 임하는 선수들의 의지와 태도가 경기 내용과 결과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하는 지도자 중 한 명이다. 그렇다면 송 감독은 평소에 선수들한테도 '하고자 하는 의지'에 대해 강조를 할까. 이에 대해 김영찬은 "'하고자 하는 의지'란 단어를 콕 찝어 말씀하시진 않지만 비슷한 의미가 담긴 이야기를 많이 하신다. 감독님께선 선수들 11명이 한마음 한뜻으로 경기장 안에서 집중하길 원하신다. 우리도 그렇지만 감독님과 코치님들이 정말 고생을 많이 하신다. 맨날 상대팀 전술을 분석하시고 개인적으로 영상도 보내주신다. 이런 점들이 모여 우리가 지금의 순위를 유지하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전했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이렇듯 부천에서의 하루하루에 만족하고 있는 김영찬이었지만 한편으로는 K리그 최강팀인 전북을 떠나게 된 점에 대한 아쉬움도 있을 법 했다. 전북 시절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자 김영찬은 "2016시즌에는 전북에서 경기에 꽤 나섰다. 그때 전북이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와 FIFA 클럽월드컵까지 치를 때여서 경기 수가 많았다. 마침 2016시즌 나도 정말 열심히 훈련을 했고 그 모습이 예뻐 보이셨는지 최강희 감독님이 많이 챙겨주셨다. 그렇게 재계약도 했다. 하지만 2017년에는 전북이 ACL에 나가지 못하는 상황이 왔고 FA컵까지 초반에 떨어지며 경기 수가 확 줄었다. 그렇게 2017년을 날렸다. 경기에 나가기 위해 경쟁을 했지만 내 실력이 부족했다"며 과거를 회상했다.

이어 김영찬은 "'경기에 나가야 한다'는 점을 깨달았다. 마침 2018시즌을 앞두고 당시 안양 감독님이던 고정운 감독님이 날 영입하기 위해 전주까지 찾아오셨다. 그렇게 안양으로 가서 경기를 뛰었다. 경기에 다시 나서다 보니 '역시 선수는 경기를 뛰는 게 중요하다'는 점을 깨달았다. 어디서 경기를 뛰는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 다음해에도 '임대를 가고 싶다'고 전북에 말했다. 다만 전북에서 뛰었던 걸 단 한 번도 후회한 적은 없다. 정말 감사한 시간들이었다. 성공해서 전북으로 이적해온 형들의 좋은 점들을 배우려고 많이 노력했다. 돈을 주고도 사지 못할 경험이었다. 전북엔 워낙 잘하는 형들이 많아 슈팅게임이 리그보다 힘들었다.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순식간에 네다섯 골이 들어가고 그런 식이었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전북 시절 그가 가장 눈여겨보고 많은 것을 배운 선배는 누구일까. 이에 대해 김영찬은 "내가 축구를 하며 가장 본받고 싶은 형이 (조)성환이 형이다. 경기장 잔디를 밟으면 눈빛이 변하는 모습을 보고 '저렇게 축구를 해야 하는 거구나'라고 느꼈다. 성환이 형은 K리그에서 모든 것을 이룬 형이지만 운동을 정말 신인처럼 한다. 그래서 한 번은 '형은 왜 신인들처럼 운동을 하세요?'라고 물었다. 그랬더니 형이 '좋아서 그러는 거야'라고 답하셨다. 경기장 안에서는 강하게 하지만 경기장 밖에서는 장난도 잘 치고 정말 좋은 형이다. 또 경기장에서 뒤끝이 없다. 경기장 안에서 있었던 일은 경기장 안에서 끝낸다. 성실함과 축구를 사랑하는 마음을 지금 나이까지 가지고 계시다는 점이 정말 좋고 멋있다. 지나치게 선을 넘는 건 안되겠지만 경기장에선 승부욕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성환이 형의 승부욕을 본받고 싶다"고 답했다.

과거 김영찬이 뛰었던 한 팀의 관계자는 "1년 동안 발행되는 우리 구단과 관련된 총 기사 개수보다 김영찬 한 명의 기사가 더 많다"고 농담 아닌 농담을 건넨 적이 있다. 김영찬의 여자친구 이예림 씨와 그녀의 아버지 이경규 씨로 인해 김영찬과 관련된 많은 연예부 기사가 올라오기 때문이다. 한 때는 포털사이트 검색어 1위를 차지한 적도 있는 김영찬이다. "비슷한 내용의 기사가 많이 올라오더라"라며 웃은 김영찬은 "안양에서 뛸 때는 내 이름이 검색어 순위권에 올라가 더 기사가 많이 났다. 연예부 기자님들한테 전화가 온 적도 있다. 어떻게 번호를 알고 전화했는지 모르겠다. 한편으로는 이런 일을 겪으며 오히려 더 축구를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열애설이 났던 초반에나 그렇지 이제는 나를 향한 관심에 부담을 가질 시기는 지난 것 같다. 원래도 크게 부담을 가지는 성격이 아니다. 지금은 그냥 재밌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인터뷰가 진행된 16일은 부천과 제주의 리그 경기가 안개로 취소된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지난 5월 있었던 제주와 첫 만남에서 0-1로 무릎을 꿇은 부천이었기에 이번 제주전 취소는 복수혈전을 다짐하던 모든 부천 구성원들에게 아쉬운 일이었다. "부천SK가 제주로 연고이전 하는 과정을 봤기 때문에 부천과 제주의 관계에 대해 알고 있었다"는 김영찬은 "팀에 들어오고 나선 두 팀의 관계에 대해 더 자세히 알게 됐다. 팬들로부터 '제주 원정 힘내주세요'라는 메시지도 많이 받았다. 그런 과정을 거치며 제주전이 정말 부천 팬들에게는 중요하다는 걸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다. 축구를 하면서 많이 패배했지만 1차전 제주에 패배한 그날 밤에는 너무 아쉬워서 잠을 자지 못했다. 다음에 제주를 만나면 모든 것을 쏟아부을 것이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그 어느때보다 치열해진 K리그2에서 부천은 자신들의 스타일을 고수하며 힘겨운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올 시즌 내 개인적인 목표는 무조건 승격이다"고 다시 한 번 언급한 김영찬은 "많은 팀을 돌아다니며 느낀 것은 선배들 역할만큼 중간 위치에 있는 선수들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고참이 위에서 분위기를 잡으면 중간 선수들이 윤활유 역할을 해줘야 한다. 지금 내가 팀에서 중고참이다. 팀에 보탬이 되고 싶다. '어떻게 하면 팀이 더 발전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팀에 도움이 될까' 생각을 하고 있다. 후배들에게는 '으쌰으쌰'하자고 하면서 반대로 선배들은 무엇을 원하는지 중간에서 움직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며 짧은 인터뷰를 마쳤다.

henry412@sports-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