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니어스|서귀포=전영민 기자] 제주 미드필더 아길라르의 2019시즌은 다소 아쉬웠다. 2018년 인천에서 리그 35경기에 나서 3골 10도움을 기록한 아길라르는 이듬해 제주로 적을 옮겼지만 전 시즌만 못한 모습을 보이며 팀의 강등을 막지 못했다. K리그에서 첫 해였던 2018년 K리그1 베스트 11에 이름을 올리며 주가를 높였지만 지난해엔 축구 인생 최악의 경험을 한 아길라르. 과연 그는 한국에서의 세 번째 시즌을 어떻게 준비하고 있을까. <스포츠니어스>는 26일 오후 제주도 서귀포시에 위치한 제주 클럽하우스에서 아길라르를 만났다.

반갑다. 몸 상태가 좋아보인다.

그렇다. 컨디션은 상당히 좋은 상황이다.

인터뷰 후에 곧바로 훈련을 한다고 들었다.

그렇다. 남기일 감독님과 코칭스태프 지휘 하에 태국 전지훈련부터 지금까지 강도 높은 훈련을 하고 있다. 팀 분위기 역시 상당히 좋다고 생각한다.

시즌이 개막되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때문에 경기를 하지 못해 답답한 면이 있긴 한다. 심리적으로 조금 다운된 상태라고도 할 수 있다. 선수들이 착실하게 준비를 한 만큼 빨리 시즌이 시작됐으면 좋겠다.

코스타리카의 상황은 좀 어떤가?

위험한 상황이다. 지난달 한국에서 코로나19가 한창 심각했을 때 모습이 코스타리카의 현 상황이라고 보면 된다.

가족들은 한국에 있나? 아니면 코스타리카에 있나?

가족들은 계속 코스타리카에 있다. 내가 제주로 이적한 후에도 가족들은 계속 코스타리카에 거주했었다.

제주도가 살기에 나쁘지 않은 곳인데 가족들을 왜 데려오지 않는 건가?

지금은 어려운 상황이라서 아직 보류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조금 잠잠해지고 상황이 좋아지면 한 번 데려오려고 생각을 하고 있다. 제주에서 가족들에게 좋은 경험을 시켜주고 싶다.

먼 타지에 혼자 살아서 외롭진 않은가?

가족들을 보고 싶은 것도 보고 싶은 건데 지금은 코로나19 때문에 걱정이 앞선다. 가족들과 부모님이 피해를 입진 않을까 걱정이다.

마스크는 잘 구하고 있나?

구단에서 항상 마스크를 지급해주고 있다. 요즘 밖을 많이 돌아다니지 않는다. 예민한 상황이기 때문에 훈련장과 집만 왔다 갔다하고 있다.

제주 생활 2년차다.

제주는 장단점이 있는 곳이다. 인천에서 뛸 땐 송도에 살았다. 송도는 돌아다니기가 편했고 근처에 레스토랑과 쇼핑몰이 많았다. 내가 쇼핑을 좋아한다. 패션에도 관심이 많다. '자라' 브랜드의 옷이나 '나이키'에서 만든 운동화를 좋아하는 편이다.

제주는 송도와 조금 다르다. 제주의 가장 큰 장점은 여유롭다는 것이다. 아름다운 곳이 많다. 해변가도 가고 카페도 다니곤 한다. 특히 '바다다'라는 카페를 추천하고 싶다. 바다가 보이는 상당히 아름다운 곳이다. 쉬는 날이나 여유가 있는 날에는 '바다다'에 들린다. 주로 발렌티노스하고 가고 한국인 선수들하고 갈 때도 있다. 카페에 가서 커피를 많이 마시며 스트레스를 푼다. 식당은 집 근처 '서가앤쿡'이나 가끔 '신라호텔'에 있는 뷔페를 간다. 다만 '신라호텔 뷔페'는 가격이 조금 쎄긴 하다.

이곳저곳 많이 돌아다니진 않나 보다.

평소에 훈련량이 너무 많아서 다른 활동들을 하지 못한다. 주로 클럽하우스에서 저녁까지 먹고 집에 가서 최대한 휴식을 취한다.

한식은 잘 먹나?

잘 먹진 못했는데 그래도 최근엔 적응을 많이 했다. 굉장히 매운 음식은 먹지 못하지만 매운 음식을 먹기 위해 꾸준히 도전 중이다. (통역: 아길라르가 한국 사람이 다 됐다고 느낀 게 원래는 비빔밥을 안 먹었는데 어제 보니까 비빔밥을 먹고 있더라. 한국 문화나 음식 등에 있어서 자신에게 맞지 않는 것이 있을 때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멀리하기 보다는 받아들이고 다가가는 모습이 보인다.)

코스타리카는 한국 사람들에게 생소한 나라다. 코스타리카에선 주로 어떤 음식을 먹나?

한국과 똑같이 주식은 쌀이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한국 쌀과 다르게 코스타리카 쌀은 조금 날리는 쌀이다. 샐러드, 생선, 스테이크도 코스타리카 사람들이 많이 먹는 음식이다. 물론 타코도 많이 먹는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코스타리카는 한국이랑 다르게 따뜻한 나라로 알고 있다.

그렇다. 코스타리카는 추운 나라가 아니다. 얼마 전에 감독님 그리고 선수들과 함께 한라산을 갔다 왔는데 너무 추워서 손발톱이 깨지는 줄 알았다. 그날 따라 너무 춥고 바람도 엄청 불었다. 눈도 상당히 많이 내렸다. 그래도 감독님이 등산을 강행하셨다.

나였으면 '날씨도 안 좋은데 무슨 등산이야'라는 생각을 가졌을 것이다.

나도 그런 생각을 아예 안 한 것은 아니다. 다만 감독님의 결정이기 때문에 존중을 했다. 또 팀이 하나가 되어 올라간 것이기 때문에 좋았다.

평소에도 등산을 즐기나?

아니다.

남기일 감독은 강한 리더십으로 유명한 지도자다.

감독님은 강한 분이시다. 훈련할 때는 항상 진지한 모습을 보이신다. 다만 선수들과 장난을 칠 때는 편하게 장난을 치신다. 그게 감독님의 스타일이다. 감독님이 온 후 훈련량이 많아졌다. 하지만 이런 많은 훈련량이 바로 제주에 필요했던 것이라 생각한다. 이런 강한 훈련을 통해 제주가 좋은 모습과 결과를 낼 수 있다고 본다.

코스타리카 팀들도 한국 팀들처럼 강도 높은 훈련을 하나?

코스타리카 같은 경우엔 최대 1시간 10분에서 1시간 20분 정도로 전체 훈련 시간을 잡는다. 한국은 훈련 시간이 보통 2시간 이상이다. 또 한국 감독님들은 2시간의 훈련 시간 동안 선수들에게 100%의 모습을 바란다. 이런 점들이 코스타리카와는 다르다고 할 수 있다.

항상 어디를 가든 어려운 점과 장단점들은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프로 선수이기 때문에 이런 차이에 빠르게 적응하려고 했다. 불만을 말한다기 보다는 내 실력으로 보여줘야 한다. 팀과 나라마다 각각의 스타일과 문화가 있다. 인천과 제주에서도 마찬가지고 항상 팀을 옮길 때마다 감독들의 성향을 빨리 읽으려고 노력했다.

지난해 제주는 참 힘들었다.

너무나 어려운 시즌이었다. 작년 한 해 동안 복잡한 감정을 많이 느꼈다. 축구 선수 생활을 하며 그렇게 어려웠던 시기는 처음이었다. 팀에 너무나 좋은 선수들이 많았지만 결과가 좋지 않게 나왔다.

제주가 강등되었기 때문에 당신이 팀을 떠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남았다. 그 이유가 뭔가?

우선은 제주와 계약기간이 남아있었다. 제주가 나를 믿고 영입을 해줬는데 첫 시즌에 실패를 하고 말았다. 올해가 제주에서 두 번째 시즌이다. 마음 한편에서 '올해는 내가 좋은 모습을 보여서 팀의 승격을 만들어주고 가야 하지 않나'라는 책임감이 있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원정 경기를 갈 때 항상 비행기를 타야 한다. 이런 점이 번거롭지는 않나?

사실 비행기 타는 것을 무서워하고 싫어한다. 매주 겁을 먹고 원정 경기를 다니고 있다. 처음부터 무서워 한 것은 아니다. 지난 시즌에 FC서울과 원정 경기를 하러 비행기를 타고 가는데 정말 심하게 기체가 흔들린 적이 있다. 같이 탄 제주 선수들이 모두 놀랄 정도의 흔들림이었다. '비행기 공포증' 정도는 아니고 비행기를 타면 예민한 그런 상황이다. (통역: 아길라르가 비행기를 싫어하는 게 정말 심하다. 비행기를 타면 아길라르가 땀을 많이 흘린다. 비행기 탑승을 되게 예민하게 생각하고 있다.)

그래도 계속 타다 보면 적응이 되지 않나?

그렇지 않다. 비행기를 타지 않을 수 있으면 타지 않고 싶다. 하지만 그렇게 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나도 비행기를 싫어해 그 마음을 이해한다. 화제를 돌려보겠다. 광주에 코스타리카 국가대표 선수 마르코가 영입됐다.

마르코가 내게 연락해 음식, 시차와 영어는 잘 통하는지 등 한국에 대해 기본적인 것들을 물어봤다. 마르코는 월드컵에서도 뛰었던 훌륭한 스타 선수다. 코스타리카 대표팀 내에서 핵심으로 활약하는 중요한 선수다.

마르코 영입으로 K리그 내 코스타리카 선수가 두 명이 됐다.

마르코가 한국에 온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마르코에게 좋은 경험이자 기회가 될 것이다. 경기장에서 마르코를 만날 수 있게 되어서 좋다.

마르코처럼 당신도 코스타리카 국가대표 선수다. A매치 때마다 한국에서 코스타리카를 왔다 갔다 하는 게 힘들진 않나?

쉽진 않다. 하지만 코스타리카 대표팀은 영광스러운 자리다. 한 나라를 대표하는 것 아닌가. 대표팀에 갈 때마다 항상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가는 중이다.

한국에서 코스타리카까지 직항편이 있나?

미국 LA를 거쳐서 간다. 제주국제공항에서 인천국제공항으로 간 다음 인천에서 LA로 간다. 그런 다음 LA에서 코스타리카행 비행기를 탄다. 28시간이 걸린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같은 문화권 출신인 에델과 한솥밥을 먹게 됐다. (인터뷰 1시간 전 제주의 에델 영입 공식 발표가 나왔다.)

내가 스페인어를 쓰고 에델이 포르투갈어를 쓰는데 두 언어가 비슷해서 의사소통엔 문제가 없다. 에델이 우리 팀에 막 왔지만 전체 경력을 놓고 보면 한국에서 나보다 오래 뛴 선수다. 6년 이상 있었던 것으로 안다. 그렇기에 에델에게 제주에 대해 조언을 해주거나 하지는 않았다. 내가 그럴 입장이 아니다. 또 다른 외국인 선수 발렌티노스와는 영어로 대화를 주고 받고 있다. 내가 영어를 잘하진 못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의사소통은 할 수 있는 수준이다.

남기일 감독 체재의 제주에서 당신이 어떤 모습을 보여줄 것인지 궁금하다.

우선 감독님이 가장 강조하시는 것은 많은 움직임과 활동량이다. 또한 모든 선수들에게 강한 조직력으로 뭉쳐 플레이 하시는 걸 주문하신다. 공격적인 면에서의 움직임과 수비적인 측면에서의 움직임들을 선수들에게 많이 요구하신다. 정조국, 주민규와 호흡을 맞춰가고 있다. (이)창민이와도 호흡이 잘 맞는다. 지난 시즌에 호흡이 좋았던 윤일록은 아쉽게 팀을 떠났다.

개인적인 질문이다. 긴 수염이 인상적인데 수염을 기르는 이유가 뭔가?

집 근처에 이발소가 없다. 제주시에만 이발소가 있다. 서귀포에서 제주시를 가는 게 쉽지만은 않다. 한 번 마음을 먹고 가야하는 거리다. 그래서 수염을 기르고 있다. 다른 이유는 없다.

올 시즌 목표는 뭔가?

K리그1으로의 승격. 그뿐이다.

개인적인 목표는 없나?

개인적인 목표를 말하는 것보단 팀을 생각하는 게 우선이다. 팀만 생각하겠다.

제주 팬들이 당신에게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지난 시즌과 마찬가지로 올 시즌에도 팬들이 많이 경기장에 찾아와서 응원을 해줬으면 좋겠다. 팬들이 가족 같은 분위기를 경기장에서 만들어주셨으면 한다. 선수단, 코칭스태프, 감독님과 합심해 좋은 성적을 거두겠다. 팬들께 결과로 보답해드리겠다.

인터뷰 동안 아길라르는 매 질문마다 긴 답변을 하진 않았다. 하지만 짧고 굵은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선 본인의 플레이에 대한 자부심과 올 시즌에 대한 그의 자신감을 엿볼 수 있었다. 한때 K리그1을 평정했던 아길라르는 이렇듯 치열한 하루하루를 보내며 시즌 개막을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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