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니어스|인천=전영민 기자] 축구선수를 꿈꾸는 이들에게 K리그는 꿈의 무대다. 프로 축구선수가 되어 K리그에서 뛰는 건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확률과 같다. 소싯적 동네에서 공을 꽤 찼다는 선수들이 매년 K리그의 문을 두드리지만 결국 높은 벽 앞에 좌절하곤 만다.

올 시즌 인천 유니폼을 입은 김연수는 28세로 인천 선수단 내에서 중고참 축에 속한다. 하지만 그는 이번 시즌이 K리그1에서의 첫 해다. 한라대학교를 졸업한 김연수는 내셔널리그 강릉시청을 거쳐 K리그2 서울이랜드와 안산그리너스에서 활약했다. 그리고 올 겨울 인천 유니폼을 입으며 그토록 꿈에 그리던 1부리그 입성에 성공했다. <스포츠니어스>는 먼 길을 돌고 돌아 K리그1에 마침내 도달한 김연수를 6일 인천문학경기장에서 만나봤다.

반갑다. 코로나19로 상황이 좋지 않은데 컨디션은 어떤가?

팀에 합류한지 두 달이 조금 넘었다. 컨디션은 괜찮다. 다만 아직까지 긴장되거나 그런 점이 있어서 내 능력을 다 보여주지는 못한 것 같다. 시즌이 시작되면 자신감을 갖고 준비해 컨디션을 좋게 끌어올려야 한다.

몸 상태는 어느 정도로 유지하고 있나?

코로나19로 일정이 미뤄져서 많이 답답한 것도 있다. 동계 훈련 때 훈련을 힘들게 하고 시즌 중에는 훈련 강도를 낮춰서 해야 하는데 그런 점에서 애매한 면이 있다. 불편한 상황이지만 그래도 짬을 내서 컨디션 관리를 하고 있다. 팀 훈련을 시작하기 전에 아침에 와서 개인 훈련을 한다. 그리고 팀 훈련을 하고 퇴근을 한다. 집에 가서는 오후 5시쯤에 아파트 단지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며 몸을 만든다. 너무 힘들다 싶으면 집에서 스트레칭을 하면서 관리를 하고 있다.

팀 분위기는 어떤가?

좋다. 감독님이 팀에 늦게 부임하셔서 시간이 부족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개막이 지연되며 준비할 시간이 더 생겼다. 점차 분위기가 좋아지고 있다.

임완섭 감독과 인천에서 재회하게 됐다.

감독님이 인천에 오시는 걸 기사를 통해서 알게 됐다. 감독님이 원래 브라질로 연수를 가신다고 들었는데 갑자기 인천으로 오셔서 놀랐다. 기사를 보고 '감독님이 역시 능력이 좋으시니까 인천으로 오시는구나'라고 생각했다. 미리 따로 감독님이 내게 연락을 주시거나 내가 감독님께 연락을 하진 않았다. 감독님께서 오신 후 내게 "몸 어때? 괜찮아?"라고 딱 이렇게만 물어보셨다. 따로 나를 불러서 이야기하시지는 않으셨다.

감독님이 인천에 오신다는 소식이 알려진 후에 선수들이 "감독님은 어떤 스타일이시냐?" "성격은 어떠시냐?"라고 내게 물어봤다. 그래서 난 "선수를 믿는 분이시다"고 말했다. 원래 안산이 하위권에만 있던 팀이 아닌가. 그런데 작년에 안산을 5위로 이끄셨다.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진 못했지만 가깝게 갔다. 그것만으로도 감독님이 대단하시다고 생각한다.

감독님은 절대 선수들에게 뭐라고 하시는 분이 아니다. 안산에 있을 때 한 번 우리가 3연패를 당한 적이 있었는데 감독님이 그때 선수들에게 "다 내 탓이다"고 말씀하셨다. 그러면서 오히려 선수들을 격려해주셨다. 결국 바로 다음 경기에서 연패를 탈출했다.

작년 시즌 막판 안산의 플레이오프 진출 여부가 걸린 경기에서 장혁진과 빈치씽코가 독특한 페널티킥을 했고 결국 실축을 했다. 임완섭 감독이 그때도 화를 내지 않았나?

내가 작년 시즌 마지막 세 경기에서 뛰지 못했다. 내측인대 부상을 입으며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그래서 자세한 이야기는 듣지 못했지만 그때도 선수들에게 별 말씀을 하지 않으셨다고 들었다. 선수들에게 절대 뭐라고 하시는 분이 아니다.

많은 팬들은 임완섭 감독을 수비축구의 대가로 평가한다.

일단 감독님의 훈련은 상당히 디테일하다. 예를 들자면 경기장 구역을 P1, P2, P3 지역으로 나눠놓고 상대 팀의 스타일에 따라서 훈련 시작 지점을 다르게 한다. 오늘은 P1 지역에서 시작, 오늘은 P2 지역에서 시작 이런 방식이다. P3 지역에 있는 선수들은 압박, P2 지역에 있는 선수들은 상대 공격진들이 들어오는 걸 받아치기 위해 그 공간에서 왔다 갔다 하는 방식의 훈련이다.

감독님이 내게 주문하시는 건 "공을 쉽게 처리해라"다. 안전한 플레이를 좋아하신다. 안산에 있을 때도 "안되면 빈치씽코한테 붙여라"라고 말씀하셨다. 안산이 빌드업이 좋은 팀은 아니었기에 빌드업보다는 안전한 플레이를 주문하셨다. 하지만 인천에선 빌드업 훈련도 많이 하는 편이다.

내셔널리그에서 경력을 시작했다.

어떤 대학교를 나왔는지가 프로를 가고 말고에 있어서 큰 작용을 하는 것 같다. 지방대를 나오면 프로에 가기가 힘든 면이 있다. 나 역시 기회조차 받지 못했다. 그래서 대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강릉시청으로 이적을 했다. 그 기회에 감사했다. 강릉에서의 첫 시즌 성적이 엄청 좋았다. 1년 동안 세 번인가 패하고 나머지 경기에서 거의 다 이겨서 1위를 했다. 경기 당 실점률이 1실점도 안됐다. 또 시즌 초 두 경기 때는 벤치에 앉아있었지만 그 이후로는 한 경기도 빠짐없이 다 뛰었다. 강릉시청에서 그렇게 첫 시즌에 우승을 차지하고 서울이랜드에서 연락이 와서 서울이랜드로 팀을 옮겼다.

서울이랜드에 왔을 땐 너무 좋았다. '아 내가 프로라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큰 차이는 아니지만 힘, 피지컬 등 내셔널리그와 K리그2의 사소한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서울이랜드에서 두 경기를 뛰고 바로 종아리가 끊어졌다. 그래서 4개월을 쉬었다. '그때 잘했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있다.

내셔널리그와 K리그2를 거쳐 드디어 K리그1에 입성했다.

인천으로부터 제의를 받았을 때 엄청 좋았다. 가장 마지막이고 가장 높은 K리그1에 꼭 오고 싶었는데 인천에서 오퍼가 와서 좋았다. 사실 지난 시즌 후에 K리그1 세 팀으로부터 이적 제의를 받았다. 그런데 다른 팀들의 제안은 '흐지부지되어 결국 끝날 것 같다'는 느낌이 있었다. 반면 인천은 나를 원한다는 제스처를 적극적으로 취해주셨다. 그래서 인천을 선택했다.

인천이 정말 좋다. 팀 환경도 좋다. 밥도 잘나온다. 전북이나 수원 같은 팀들에 비해 인천 환경이 열악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나는 인천을 사랑한다. 인천은 K리그2에 있던 나를 불러준 팀이다. 훈련할 때도 선수들이 다 함께한다. 또 뭐 하나를 해도 다 같이하려는 게 있다. 선수들 사이의 끈끈함이 좋다. 내가 팀에서 중고참 정도 되는데 형들이 나를 잘 챙겨준다. 나도 후배들을 잘 챙겨야한다. 후배들부터 중고참 그리고 고참들까지 물 흐르듯이 가는 면이 있다. 이 점이 괜찮은 것 같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이천수 실장과 외모가 비슷하다.

초등학교 때부터 내 별명이 이천수였다. 별명이 이천수여서 좋았다. 이천수 실장님이 축구를 정말 잘하시지 않았나. 어렸을 때부터 닮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이번에 실장님과 계약서에 사인을 할 때 감회가 새로웠다. 그래서 실장님과 악수를 하면서 "영광이다"고 말씀드렸다. "제 별명이 이천수였습니다"라고 말씀드렸더니 웃으시더라.

그때 계약을 '숭의아레나'에서 했다. 경기장이 좋더라. 전용구장이니까 팬들하고 가까운 거리에서 교류할 수 있고 팬들의 응원을 가까운 위치에서 느낄 수 있을 것 같아 좋은 느낌이 들었다. '여기서 뛰면 어떤 느낌일까'는 생각도 들면서 '이곳에서 뛰려면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 면에서 이번 동계훈련을 남다른 각오로 임했을듯하다.

남다른 각오를 가지고 전지훈련에 갔는데 몸이 잘 안 따라주더라. '처음 K리그1에 왔으니까 잘 보여줘야지'라고 생각하면서 마음이 불편하다 보니까 내가 잘하던 것조차 잘 되지 않았다. 내가 하던 게 안되니까 그 부분이 힘들었다. 그래도 지금은 많이 괜찮아졌다.

수비수들과 미팅도 자주 한다. 경기를 뛰고 나서 미팅을 하곤 한다. 부노자가 한국말을 잘해서 같이 경기를 뛰면 부노자가 내게 "가자" 아니면 "선수 거기로 간다"라는 말을 해준다. 나도 평소에는 팀에 힘을 불어넣기 위해서 경기 중에 말을 많이 하려고 하는 편이다. 그러다가 너무 힘든 상황이 오면 괜히 체력이 빠지고 수비력이 저하될까봐 말을 안한다. 훈련을 해보면 우리 팀 선수들 실력이 다들 출중하다. 공을 빼앗는 게 쉽지가 않다.

K리그1 선수들은 기본기가 좋고 기술적인 면도 좋다. 피지컬은 K리그2와 K리그1 선수들이 비슷한 면이 있는데 기술적인 건 K리그1 선수들이 더 좋은 것 같다. 반면에 K리그2는 진짜 많이 뛴다. 거기는 진흙탕 싸움이다. 심판들도 "K리그2 판정하기가 더 힘들다"고 말씀하신다.

안산에선 빈치씽코와, 이제는 케힌데와 함께 훈련 중에 공격수대 수비수로 부딪치게 되었다.

둘은 비슷하면서도 다른 스타일이다. 파워풀한 건 케힌데가 훨씬 파워풀하다. 케힌데가 더 상대하기가 힘들다. 케힌데는 몸을 쓸 줄 알고 수비수를 막을 줄 알더라. 등을 지면 공이 보이지 않는다. 몸싸움을 이기고 앞으로 나가기도 힘들다. 케힌데가 힘이 많이 쎄다.

빈치씽코는 내가 몸싸움을 이기고 빠져나가려고 하면 빠져나갈 수 있었다. 빈치씽코는 엄청 착한 친구다. 처음에 한국 무대에 적응을 하지 못해서 그렇지 훈련 중에 동료들에게 짜증을 낸 적 한 번 없었다. 다만 브라질 리그는 팔꿈치를 써도 퇴장이 아닌데 한국은 팔꿈치를 쓰게 되면 퇴장이니까 몇 번 퇴장을 당해서 팀에 손해가 간 경우가 있었다. 케힌데도 빈치씽코와 마찬가지로 훈련 중에 짜증은 내지 않지만 공을 빼앗기면 분해하는 면이 있다. 승부욕이 있다면 당연한 거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길게 기른 수염이 인상적이다.

프로 1년차 때 서울이랜드에서 팬미팅을 했는데 귀찮아서 수염을 자르지 않고 팬미팅에 나갔다. 그런데 팬들이 잘 어울린다고 좋아해 주셨다. 그래서 그때부터 깎지 않고 있다. 나만의 트레이드마크라고 할 수도 있다. 수염을 자르면 어려보이고 약해보인다. 그전에는 수염을 잘랐었다. 이제는 오히려 이게 편하다. 2주에 한 번 수염을 다듬어주기만 하면 되니까 편한 면이 있다. 인천에 이적하고 나서 인천 팬들에게 메시지가 하나도 안왔다. 내가 무섭게 생겨서 그런 것도 있는 것 같다.

본인이 어떤 스타일의 선수인지 구체적으로 인천 팬들에게 소개를 해달라.

"파워풀하다" "파이터다"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이천수 실장님도 항상 "파이터"라고 해주신다. 스피드로 인정을 받았다. 어느 팀을 가던 "빠르다'는 말을 들었다. '파이터'라는 말을 듣지만 경기 중에 심리전은 하지 않는다. 경기장에선 내가 할 것만 한다. 심리전을 했다가는 오히려 내가 말릴 수 있다. 나는 '내가 할 것에만 집중하자'는 스타일이다.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는 스트라이커였다가 이후에 잠깐 수비수를 했다. 그리고 나서 또 다시 스트라이커로 뛰었다. 고3때도 스트라이커였다. 대학교 때부터는 다시 수비수로 뛰었다. 고등학교 때는 골을 가끔 넣었는데 지금은 슈팅 훈련하면 골이 잘 안들어간다. 슈팅을 너무 안 하다 보니까 힘도 약해지고 골 넣는 게 어렵더라. K리그에서 여태까지 두 골을 넣었는데 그중에 한 골이 자책골 처리가 됐다. 두 개 다 헤딩골이었다. 작년에 세트피스 상황에서 자신감이 많았고 작년에 1골 1도움을 올렸다. 지금도 세트피스 훈련을 항상 하고 있다.

올 시즌 인천 팬들의 기대가 크다.

감독님이 목표를 설정해주셨다. 승점 50점이다. 나도 똑같다. 감독님을 믿고 신뢰하기 때문에 승점 50점을 목표로 할 것이다. 해봐야 한다. 내가 뛰게 된다면 승점 1점이라도 가져오기 위해 노력하겠다. 내가 여기까지 오게 된 이유를 한 가지 꼽자면 바로 근성이라고 할 수 있다. 지는 걸 싫어하고 상대에게 뚫리는 걸 싫어한다. 끝까지 쫓아가서 물고 늘어지는 스타일이다.

안산에서 인천으로 오게 되었다. 내셔널리그 때부터 절실한 마음으로 뛰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된 것 같다. 경기에 들어가게 된다면 그 마음 그 초심 절대 잊지 않고 인천을 위해서 헌신하고 희생하겠다. 내 몸을 바쳐 팬들을 위해 그리고 승리를 위해 뛰겠다. 물고 늘어지겠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올 시즌 목표는 뭔가?

가장 큰 목표는 부상 없이 시즌을 치르는 것이다. 부상만 없다면 출전 기회를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존재한다. 부상이 없는 게 최우선이다. 그리고 작년에 안산에서 32경기를 뛰었는데 올해는 30경기를 뛰는 게 목표다. 인천 팬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플레이를 하고 싶다. 내게 출전 기회가 주어진다면 팀이 승점 1점이라도 가져올 수 있도록 하겠다. 팀이 실점을 하지 않고 동시에 다른 선수들이 골을 넣을 수 있게끔 뒤에서 버티겠다. 물고 늘어지겠다.

그토록 꿈꾸던 K리그1 입성에 성공한 김연수는 자신의 꿈을 이룬 것에만 만족하지 않고 있었다. 김연수는 또 한 번 치열한 생존의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모든 노력을 쏟아붓고 있었다. 그러면서 "기회가 주어질 경우 상대 선수들을 끝까지 물고 늘어지겠다"는 말을 반복했다. 28세의 적지 않은 나이에 마침내 K리그1에 도착한 김연수. 그가 인천과 K리그1 무대에서 좋은 활약을 보이길 진심으로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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