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니어스|안양=전영민 기자] FC안양은 지난 시즌 K리그 22개 팀을 통틀어 가장 많은 주목을 받았던 팀 중 하나다. 2013년 창단한 안양은 지난 시즌 전까지 그저 그랬던 팀 중 하나였지만 지난해 김형열 감독 선임 후 180도 달라진 모습을 보이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2019시즌 창단 후 최고 성적(3위)을 기록하며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던 안양은 올 시즌 더 높은 목표를 바라보고 있다. <스포츠니어스>는 19일 태국 전지훈련에서 돌아온 김형열 감독을 안양종합운동장 감독실에서 만났다.

반갑습니다 감독님.

반가워요. 오랜만입니다.

전지훈련은 잘 다녀오셨나요?

원했던 모습의 60~70% 정도는 만들어졌다고 보면 됩니다. 창원에서는 체력 훈련을 많이 했어요. 태국에서는 날씨가 좋으니까 체력 운동 강도를 높였고요. 현재 선수들의 체력적인 부분은 좋습니다. 오전에는 체력 훈련 오후에는 전술적인 부분을 훈련했어요. 그래도 아직 부족한 점들이 있어요. 계속해서 완성도를 높여야 할 듯 합니다.

1차 전지훈련지였던 창원에선 체력 훈련에 중점을 뒀어요. 연습 경기를 두 경기 정도 했는데 그건 그냥 선수들을 평가하기 위해 한 거고. 선수들이 어떤 위치가 적합한지, 예를 들어 미드필더로 영입했는데 다른 위치에 더 맞나 이런 점을 판단하기 위해 한 거죠. 뭐 오전에 체력 훈련하고 오후에 경기를 뛰는데 되나 안되지. 대학교 팀한테도 졌어요. 태국에서도 오전엔 체력 훈련을 하고 오후에는 1부리그 팀들과 연습 경기를 하거나 전술 훈련을 했어요. 오늘 비공개 연습 경기를 하는데 전술적인 부분보다는 선수들의 체력이 얼마나 올라왔는지 한 번 평가해볼 생각입니다.

선수단에 변화가 많습니다. 특히 공격 삼각편대(조규성-알렉스-팔라시오스)가 다 떠났습니다.

솔직히 어떤 감독이 좋은 선수를 다른 팀에 넘겨주고 싶겠어요. 그런 감독은 없지. 그래도 선수의 개인적인 의사를 존중했죠. 주위의 팬들이나 관계자들은 작년 경기 내용이 좋으니까 주력 선수들은 잡았으면 좋겠다고 많이 했는데 뭐 난들 안 잡고 싶나. 잡고 싶지. 회유를 시키고 했는데도 다른 팀들이 제시하는 금액 자체가 너무 크고 또 '마음이 다른 곳으로 떠난 선수를 잡는다고 해서 여기서 잘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K리그1에서 뛰고 싶은 선수를 억지로 잡아서 여기서 뛰게 한다? 그건 나도 싫지.

작년에 우리가 잘된 이유는 FC안양을 위해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플레이를 하는 선수들이 있었고 또 고참들이 희생을 많이 했기 때문이에요. 김상원이나 채광훈 같은 선수들도 몇 번 미팅을 하긴 했지만 다 K리그1 팀으로 가게 됐죠. 어쩔 수 없는 거지.

규성이 주변 사람들한테도 "규성이는 올림픽 이후에 이적해도 늦지 않는다. 얘는 더 성장한 다음에 다른 곳으로 가도 늦지 않는다"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규성이 본인한테는 안하고 주변 사람들한테 많이 했지. 그런데 선수 본인이 마음이 돌아섰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서는 응원을 해줬어요. 열심히 하라고. 대신 "어려운 게 굉장히 많을 것이다. 그걸 헤쳐나가야 한다"라고 이야기를 해줬죠.

U-23 챔피언십이 태국에서 열렸고 우리도 후아힌에서 전지 훈련을 했으니까 4시간 정도 차를 끌고 U-23 대표팀 경기를 보러 갔어요. 여기서 부산 정도 되는 거리지. 가서 준결승전이랑 결승전을 봤어요. 우리 선수들이 두 명(조규성, 맹성웅)이나 있는데 이 친구들이 선생님 얼굴 보면 힘이 날 수도 있는 거니까. 또 내가 격려도 해줄 수 있는 거고. 아버지 왔다고 하면 힘이 날 수도 있는 거잖아. 그래서 갔죠. 뭐 물론 김학범 감독님 이민성 코치 김은중 코치 차상광 코치도 아는 사이니까 파이팅 차원에서 갔죠. 근데 막상 내가 간 날에 우리 선수들이 경기를 못 뛰어서 마음이 안타까웠지.

그때는 아직 조규성의 전북 이적 발표가 나기 전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렇지. 그때는 뭐 공식 발표는 뜨지 않고 이야기만 오갈 때니까. 막상 가서도 만날 시간이 별로 없었어요. 대회 끝나고 호텔에 찾아갔는데 밤 늦게이고 애들도 피곤하니까 잠깐 보고 규성이한테 "고생했다" 한 마디만 했죠. 그렇게 다시 후아힌으로 넘어왔어요. 우리 팀 훈련해야 하니까. 이후에도 규성이 얼굴을 볼 새가 없었어요.

나는 규성이의 장점을 잘 활용한 편이었어요. 규성이한테도 "너의 장점을 내가 살릴 수 있다"는 얘기를 많이 했고. 이 점이 규성이에게도 긍정적으로 작용했을 거라 생각하지. 규성이는 다른 스트라이커들이랑은 달리 수비도 열심히 하고 체력적인 부분도 좋아요. 다만 걱정은 전북에선 '그렇게 디테일하게 규성이하게 이야기해줄까'는 생각이 드는 거지. "너는 이런 부분이 모자라고 또 이런 부분은 장점이니까 살려라"라는 이야기들 말이에요. 냉정하잖아 프로가. 그래도 안양은 가족 같은 분위기고 한 사람 한 사람이 코칭스태프랑 소통을 했는데 그런 부분이 걸리긴 하죠.

ⓒ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조규성뿐 아니라 감독님이 아끼셨던 팔라시오스도 떠났습니다.

작년 시즌 끝나고 팔라시오스한테 "고생했다"고 이야기해줬지. 근데 팔라시오스가 "감독님 저 콜롬비아에서 결혼식 하게 됐어요"라고 해서 "그래. 잘 갔다오고 선생님이 콜롬비아까지는 못가니까 나중에 선물줄게"라고 하면서 보냈는데 갑자기 콜롬비아에서 마음이 돌변한 거지. 팔라시오스가 "K리그1에서 뛰고 싶다" 이런 이야기를 하더라고.

그래서 "어떤 팀이냐"고 물어봤는데 "이적하겠다"는 답이 오더라고. 이야기를 듣고 나는 "못 보낸다. 우리 팀이랑 계약 기간도 남아있고 활용 가치가 높다"고 했지. 그런데 뭐 벌써 이미 선수 본인도 바람이 들어갔지. "큰 무대에서 뛰고 싶다"는 이야기를 구단에 했다고 하더라고. 마음 떠난 선수를 잡을 게 뭐가 있나. 그래서 "이왕 보낼 거면 우리가 만족할 수 있는 금액을 받고 보내라"라고 구단에 이야기했지.

선수들이 많이 떠나서 고민이 깊으시겠습니다.

아니 오히려 나는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작년에 플레이오프 탈락하고 변변하지 못한 성적을 냈으면 이런 오퍼들도 오지 않았겠지. 나는 우리 팀 선수들에 대한 관심이 안양이라는 팀 자체가 엄청나게 성장한 증거라고 판단해요. 물론 이 선수들이 떠나서 걱정스러운 것도 사실이지만 주위에서 안양의 가치를 높이 평가했다는 것 자체는 고무적인 현상이죠. 코치들한테도 "야 우리 성공했다. 다른 팀에서 우리 선수들을 필요로 한다는 게 우리가 얼마나 1년 농사를 잘 지었다는 증거냐"고 이야기해요. 그런데 돌아서서 내년 생각하면 또 걱정스럽지. 그래도 어떻게 하나. 또 만들어야지.

그래도 주축 선수들 판매로 자금은 많이 확보되었을 거 같습니다.

당연히 그렇죠. 특히 외국인 선수를 영입할 때는 금액에 따라 데려올 수 있는 선수 수준 차이가 커요. 물론 팬들이 좋은 선수들을 내보내서 안타까워 하는 것에 대해선 미안하죠 감독으로서. 그래도 이렇게 이야기하고 싶어요. 그 선수들을 잡을 수 없는 상황이었어요. 대신 더 좋은 선수들을 영입했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너무 염려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물론 새로운 선수들이 더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하는 건 내 몫이죠.

ⓒ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가장 눈에 띄는 영입은 단연 닐손주니어입니다.

부천에서 닐손주니어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부천이 공격진을 외국인 선수로 채운다는 소문을 들어서 구단에 "접촉을 해보라"라고 했더니 "닐손주니어가 우리 팀에 오겠다는데요?"라는 대답을 들었어요. 닐손주니어가 영입 1순위였어요. 작년에 우리가 골은 많이 넣었지만 실점이 너무 많았어요. 수비를 보완하기 위해 닐손주니어를 영입했습니다.

닐손주니어를 원하는 팀들이 많았어요. 그런데 닐손주니어가 "안양이 쓰는 3-4-3 포메이션을 좋아한다. 또 안양 팀 스타일이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다"는 이야기를 했다는 거에요. 그래서 구단에 "빨리 잡아와라"라고 했죠. 결국에 닐손주니어가 다른 팀 제안들을 다 거절하고 우리한테 왔어요. 우리 팀 스타일이 닐손주니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라서 영입이 한결 수월했어요.

닐손주니어가 팀에 합류한지 이제 한 달 반 정도 된 것 같네요. 뭐 적응은 이미 완료했고 이제는 우리 팀 스타일을 더 완벽하게 이해해서 본인이 새로운 선수들한테 "이렇게 하자"고 이야기하는 수준까지 왔어요. 우리가 스리백을 사용하는데 스리백의 중앙에는 최호정이 있으니까 닐손주니어를 수비형 미드필더로 사용하려고 합니다. 중앙 수비수로도 활용을 해봤는데 일단은 수비형 미드필더로 생각을 하고 있어요.

마우리데스라는 스트라이커도 새롭게 합류했습니다.

원래는 외국인 선수를 영입할 때 현지에 가서 직접 보고 영입을 해야하는 것이 원칙인데 여건상 힘드니까 영상을 보고 스카웃했어요. 영상을 통해 좋은 선수라는 것을 확인했죠. 코칭 스태프와 스카우터까지 힘을 합쳐 좋은 선수를 데려온 것 같아요. 다만 문제는 브라질 같은 경우 시즌이 끝나면 휴식기가 너무 길어서 이 친구가 컨디션이 완전하지 않다는 거에요. 지금 몸을 만들고 있습니다.

컨디션이 올라오면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않을까 합니다. 작년에 함께했던 팔라시오스 알렉스 미콜라 폭스보다 더 높은 레벨의 선수에요. 물론 외국인 선수는 100만 달러 이상의 선수를 데려와도 실패하는 경우가 많긴 하지만 이 친구는 좋은 모습을 보여줄 거라 생각합니다. 대화를 했는데 "최선을 다해서 안양을 위해 축구를 하겠다. 팀에 빨리 녹아들어 감독님이 원하는 축구를 하겠다"고 하더라고요. 사실 외국인 선수가 그런 선수가 별로 없거든.

그래서 내가 "안양은 가족이다. 작년에 그래서 성적이 잘 나온 거다. 솔직히 다른 팀 선수들보다는 몸값이 싼 선수들로 구성되어 있지만 가족 같은 분위기의 팀이다"고 하니까 엄청 좋아하더라고. 오히려 본인이 "저는 그런 팀을 원했습니다. 가족 같은 팀을 선호합니다. 너무 행복합니다. 감독님이 원하는 축구를 하겠습니다"고 답을 했어요. 뭐 경기를 뛰어봐야 알겠지만 지금까지는 마우리데스에 대해 아주 좋은 평가를 하고 싶습니다.

올 시즌 안양에 대한 기대감이 어느 때보다 높아진 것 같습니다.

부담이 안되는 감독은 아무도 없을 거에요. 표현만 하지 않는 거지 '작년보다 올해 더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은 모든 팀 감독들이 갖고 있을 겁니다. 사실 축구라는 게 올해 잘하고 내년엔 더 잘하고 그러면 얼마나 좋겠어요. 하지만 축구는 모르는 거기 때문에 그저 한 경기 한 경기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서 작년보다 더 잘하려고 노력하는 것뿐입니다.

"작년에 3위를 했으니까 올해는 2위를 하겠습니다" 이런 말은 도저히 못하겠어요. 그렇게 장담해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습니다. 그저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서 훈련하고 결과에 승복하고 결과에 책임을 지고 그런 것뿐이지 "나 몇등 하겠습니다"는 말씀드릴 수가 없어요.

올해 K리그2 팀들이 작년보다 한층 강력해졌습니다.

다른 팀들이 선수들 영입한 거 보니까 장난이 아니더라고. 태국에서 다른 팀들 영입 명단을 보고 또 대전 제주 경남에 대한 정보를 들어보니까 정말 장난이 아니더라고. "아 이것 참 작년보다 힘들겠구나"는 생각을 했지. 그런데 축구는 뚜껑을 열어봐야 아는 거에요. 축구가 훈련할 때 잘된다고 좋은 경기를 하는 게 아니잖아요. 얼마나 선수 개개인이 준비를 잘했느냐가 중요하죠. 난 그렇게 생각합니다.

비싼 선수가 항상 잘할 수는 없는 거에요. 경기를 뛸 때 혼신의 힘을 다하는, 팀을 위해 희생하는 선수가 많아야지 그렇지 않은 팀이라면 난 힘들다고 봅니다. 작년에도 보면 좋은 선수들을 데리고 있는 팀들 중에서 아래에 있는 팀들 많았잖아요. 난 우리 선수들을 믿어요. 지금도 분위기가 좋습니다. 능력이 조금 부족하면 어때. 하고자 하는 열정만 가지면 되는 겁니다. 부딪친다고 해도 먼저 일어나는 놈이 이기는 겁니다. 잘하는 선수라도 늦게 일어나면 지는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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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안양에 대한 이야기만 했는데 안양이 잘되면서 감독님 개인에 대해 궁금해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뭐 저는 안양에서 태어나서 안양초 안양중 안양공고를 나왔어요. 대학교는 국민대학교를 다녔고 국민은행축구단에서 뛰다가 34살에 은퇴했죠. 국민은행에서 10년 동안 선수 생활을 했습니다. 은사님이 "안정적인 팀을 가는 게 좋지 않겠냐"고 해서 프로 팀 대신 국민은행에 입단했어요. 운동을 그만두면 정년이 보장이 되는 직장이니까. 또 국민은행이 은행권에서 가장 탄탄한 곳이니까 선택을 했죠.

안양공고 시절에는 3관왕도 해보고 하고 어느 누구도 엄두도 내지 못할 성적을 냈죠. 다만 태극마크는 단 적이 없기 때문에 그건 마음이 조금 그래요. 그래도 그게 다가 아니니까. '지도자로서 명성을 한 번 제대로 쌓아보자'는 마음이 있죠. 후회스러운 건 없어요. 선수 때 열심히 운동했고 우승도 많이 했어요. 국민은행에서도 10년 동안 12번 우승했고. 그때 국민은행이 프로 팀들보다 들어가기 어려운 팀이었으니까 자부심도 있죠.

난 현역 때 스트라이커였어요. 김학범 감독님이랑 국민은행에서 같이 뛰었지. 김 감독님이 수비수고 난 공격수였는데 함께 많이 우승했어요. 감독님한테 물어보면 알 거야. 내가 대한민국에서 등 제일 잘지고 스크린도 제일 잘하고 공 소유는 제일 좋았으니까. 내 발 밑에 공이 들어오면 안 빼앗겼으니까. 나중에 김 감독님한테 물어보면 다 말씀해주실 거에요. 내 입으로 말하려니까 창피하네.

공격수이셨던 건 전혀 몰랐습니다.

스피드가 빠른 선수는 아니었어요. 뭐 가장 좋았던 시절은 역시 안양공고 시절이지. 그때 안양공고가 전국 최강이었으니까. 우리 선배님들 시절도 그렇고. 내가 고3 때 안양공고가 1년 동안 공식 경기에서 딱 한 번 졌어요. 그런데 우리가 너무 잘하니까 연맹에서 "태국서 하는 아시아학생선수권에 안양공고가 한국 대표로 나가라"라고 한 거지. 다른 나라는 본인들 나라 국가대표팀이 왔는데 우리만 안양공고 선수들이 그대로 대표팀으로 나간 거야. 그런데 거기서 우리가 우승을 했지.

당시 대회를 위해 김종부 감독을 포함해 네 명의 다른 학교 선수가 우리 팀에 합류했어요. 결승전에서 김종부 감독이 슈팅을 했는데 비가 와서 공이 굴러가질 않고 내 앞에 멈춰버렸어. 그래서 내가 '톡' 차서 골을 넣었고 결국 이겼어요. 결승골이었지. 안양에 왔는데 난리가 났어요. 충훈부 쪽에서 명학동까지 카퍼레이드를 했는데 안양 시내가 난리가 났지. 그때 평촌은 논바닥이었고 안양1번가는 그때도 발달이 되어 있었는데 어쨌든 사람들이 꽃바닥 던져주고 난리였죠.

안양유원지에 있는 큰 호텔 뷔페에 초대받게 되었는데 지역 유지들이 거의 100명 정도 와서 우리를 격려해 준거야. 그때 그분들이 지금 안양시 원로들이 되었어요. 안양 감독 취임하고 나서 지역에 있는 조기축구회들에 일요일 아침에 인사를 드리러 갔는데 그분들이 여전히 있더라고요. 어른들한테 인사를 많이 드렸죠. 내 또래들이나 어른들은 나를 다 알아보지. 그런데 이제 밑에 애들은 나도 모르겠더라고. 엄청나게 축하받았지.

안양 사람들이 참 끈끈해요. 옛날에 안양공고가 효창운동장이나 동대문운동장에서 경기를 한다고 하면 안양 사람들로 경기장이 꽉 찼어요. 당시만 해도 안양에서 서울 가기가 쉽지 않았는데 많이들 오셨죠. 난리였어요. 우리가 효창운동장에서 우승이 확정된 날에도 안양 분들이 우리를 목말을 태워주고. 좋았던 시절입니다.

국민은행 시절 이야기도 궁금합니다.

은퇴하고 나서 은행에서 2년인가 근무했어요. 처음엔 업무를 모르니까 직원들한테 배워가면서 하곤 했죠. 대신에 인맥도 있고 하니까 은행에 돈도 끌어오고 대출도 권유하고 하면서 열심히 했죠. 종종 지루할 때면 근무 중에 차 끌고 효창운동장에 가서 축구 경기를 보곤 했던 기억도 납니다.

그렇게 일을 하다가 국민은행 축구단 감독을 하게 됐어요. 그때 신분은 과장 신분을 유지하면서 감독을 했어요. 그런데 전국대회에서 싹쓸이 우승을 하면서 전북현대에서 연락이 왔죠. "수석코치로 와서 좀 도와달라"고. 그래서 사표쓰고 은행을 나갔습니다. '만약에 그때 전북에 가지 않았으면 내가 지금쯤 지점장을 찍고 퇴직했을까'라는 생각도 들어요.

뭐 다들 아는 얘기지만 김학범 감독님도 그때 국민은행에 근무하셨어요. 내 생각에 아마 김학범 감독님은 축구계로 돌아오지 않으시고 금융권에 있으셨어도 대단한 성공을 거뒀을 겁니다. 일단 엄청 부지런하시니까. 국민은행에서 김학범이라는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없었어요. 은행장님도 아셨을 정도니까. 아마 감독님은 국민은행에 남았으면 부행장까진 가셨을 거에요. 전국에서 카드 실적으로 1등 하신 분이에요. 그때 그래서 본사에서 감독님한테 외국 여행을 포상으로 줬나 했는데 딱 그 타이밍에 성남일화 코치 제안을 받아서 거길로 간 걸로 알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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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옛날 이야기입니다. 다시 팀 이야기로 돌아오자면 올해 안양에 대한 팬들의 기대가 어느 때보다도 큰 모습입니다. 

난 그건 약속할 수 있어요. 파이팅하는 경기. 재미없는 경기는 싫습니다. 선수들한테도 "싸움닭이 되어서 상대를 물고 뜯어라. 또 덤벼라"라고 합니다. 그래야 경기가 재밌어지는 거지. 상대가 좋은 팀이라고 해서 움츠리고 이런 건 싫어요. 어떤 팀과 축구를 하든 물고 뜯고 싸우는 축구를 할 거에요. 경기에서 져도 "아 진짜 잘했다" 이런 이야기를 들어야죠. 또 이겼는데도 팬들한테 "저렇게 해서 되겠어"라는 말을 들어선 안됩니다. "패배하더라도 재밌고 파이팅 넘치는 경기를 하라"라고 애들한테 주문했고 훈련했습니다. 또 그렇게 할 예정이에요.

올해는 새로운 외국인 선수들한테 기대가 큽니다. 또 (맹)성웅이 역시 기대가 돼요. 다만 성웅이한테는 칭찬을 많이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나는 작년에 규성이가 우리 팀에 있을 때도 규성이한테 많은 칭찬을 하지 않았어요. 어린 선수들이니까 거만해질 수도 있거든요. 그래도 성웅이가 U-23 챔피언십 대회를 하고 와서는 두 배로 성장한 모습이 보여 기쁩니다. 하지만 올림픽 최종 명단에 들기 위해선 본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와일드카드들도 팀에 가세하니까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겁니다.

작년에도 팬들한테 " 성적을 잘 내겠습니다" "4강 플레이오프에 가서 K리그1으로 승격하겠습니다"라고 말씀을 드린 적이 없어요. 대신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결과를 놓고 절 평가해주세요"라고 했죠. 팬들한테 드릴 수 있는 말씀은 "성공할 수 있는 감독이 되겠습니다"라는 겁니다. 안양이 성공할 수 있게끔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3위 안에 들겠습니다" 이런 말은 내가 말을 해놓고 되지 않으면 결국 내가 거짓말쟁이가 되는 거니까 못해요. 단 "실망하지 않는 경기를 하겠습니다" 이것만은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지난해 안양은 성적과 재미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며 많은 주목을 받았다. 평소 축구에 관심이 없던 많은 안양 시민들이 안양종합운동장을 찾았을 정도였다. 이제 김형열 감독과 안양 선수단은 한층 높아진 팬들의 기대의 부응해야 하는 책임감을 안게 되었다. 과연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해진 K리그2에서 안양은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또 안양에서 2년차를 맞은 김형열 감독은 어떻게 올 시즌을 헤쳐나갈까. 김형열 감독과 안양 선수들을 향해 축구 팬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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