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츠니어스|전영민 기자] 전남드래곤즈가 성명서를 내고 대전하나시티즌을 맹비난했다.

3일 대전하나는 지난 시즌 하반기 전남에서 활약한 브라질 출신 공격수 바이오 영입을 완료했음을 전했다. 의외의 계약이었다. 앞서 전남은 지난 시즌 종료 후 조청명 대표이사가 "바이오가 오늘 날짜로 전남과 완전이적에 합의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많은 팬들은 바이오가 올 시즌 전남과 동행을 이어가는 것으로 생각했다.

전남은 지난달 1일 팬들에게 전한 메시지에서도 바이오의 완전이적을 마무리지었음을 다시 한 번 언급했다. 당시 전남은 구단 공식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바이오 완전 이적을 포함해 정호진 등 즉시 전력감의 국내외 선수들을 빠르게 영입해 올 시즌 준비를 착실히 해오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전남의 주장과는 다르게 결국 바이오는 대전 유니폼을 입었다. <스포츠니어스>의 취재 결과에 따르면 당초 전남은 바이오와의 우선 협상 조항만 가지고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바이오는 전남 완전이적 대신 대전 이적을 선택했다.

대전의 바이오 영입 소식이 전해지자 전남은 즉각 대응에 나섰다. 전남은 3일 오후 구단 공식 성명문을 내고 대전을 작심 비난했다. 전남의 성명서 제목은 '신뢰와 동업자 정신을 저버린 대전하나시티즌의 비도덕적인 바이오 영입 추진을 규탄한다'이다.

전남 구단의 성명문 전문 

'신뢰와 동업자 정신을 져버린 대전하나시티즌의 비도덕적인 바이오 영입 추진을 규탄한다.'

최근 SBS 드리마 '스토브리그'가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국내 한 야구단이 50만불에 영입하려고 한 미국 투수를 국내 타 구단이 끼어들어 100만불에 낚아채 간 것이다. 이것은 자본주의 시장에서 있을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이것을 본 시청자들은 어떻게 느꼈을까? 다른 사람의 노력을 돈질로 뭉개버리고 마치 자신은 승자인냥 하지만, 우리 사회가 추구하는 공정을 깨트리고 국익을 해친 수준 낮고 변변치 못한 행위, 즉 '치졸한 행위'로 인식할 수도 있습니다.

실제 이와 유사한 행위가 K리그에서 발생했습니다. 믿기 힘든 스토리의 주인공은 KEB하나은행이 인수해 새롭게 창단한 대전하나시티즌입니다. 특히, 대전하나시티즌의 임원들은 얼마 전까지 한국프로축구연맹에 근무하며 각 구단 간 과도한 선수 영입 경쟁으로 선수단 연봉이 치솟는 것을 막고자 선수단 인건비를 수입 대비 일정 수준으로 제한하는 구단 경영효율화 방안을 수립하고 K리그 시장 질서 확립과 건전성 확보를 위해 앞장섰던 분들입니다.

마땅히 한국축구, K리그의 발전에 앞장서야 할 그들이 불과 한 달 전까지 자신의 소신을 가지고 추진했던 일들을 아무렇지 않게 손바닥 뒤집듯 뒤집어 시장 질서를 무너뜨리는 비도덕적이고 신뢰와 동업자 정신을 해치는 행위를 스스럼없이 한 것에 대해 K리그의 한 구성원으로서 실망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더욱이 모 언론에서 지적했듯이 스타급 선수들을 당장의 승격을 바라는 목적에 따라 K리그1보다 더 나은 대우를 제시하며 K리그2로 영입해가는 이런 유사한 행위가 '연봉 인플레'와 '오버 페이'를 부추기고 있습니다.

이에 한국프로축구연맹과 KEB하나은행에서도 전남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하여 구단 간 원만한 해결을 위해 중재에 나섰지만, 오히려 대전하나시티즌은 신생구단이라는 이유로 자신들에게 도움을 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거절했습니다.

물론 바이오 선수 영입을 위해 그들이 한 행위는 자신들의 일에 몰두한 것이며 자본주의 시장에서 법적으로 아무 문제 없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실생활에서 새치기가 법적 문제가 없지만 도덕적으로 비난을 받듯이 대전하나시티즌이 한 행위는 우리가 아는 상식선을 벗어난 치졸한 행위이며 이는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이러한 일을 묵과하고 귀찮다고 방관하면 K리그 시장 질서가 무너지고 대한민국 축구 발전에 저해요소가 되기 때문에 전남 구단은 동업자 정신을 져버리고 비도덕적인 행위를 한 대전하나시티즌을 규탄하는 것입니다.

아무리 새로 창단하여 무엇인가를 보여줘야 하는 절박함이 있다고는 하나, 자신이 감독으로 두 번씩이나 몸담았던 고향팀이자 친정팀인 전남을 상대로 K리그 발전을 위한 상호 존중과 배려없이 시장의 질서를 흔드는 이런 일이 그동안 연맹에서 일해 왔던 경영진 혼자만의 생각인지, 구단 전체의 생각인지 심히 우려스러운 바입니다.

구단 간 이적에 대해 합의한 공식 레터가 오간 뒤 선수와 협상 중인 가운데 현지 에이전트에게 직접 접촉하여 선수를 하이재킹하는 행위는 K리그 시장 질서를 무너뜨릴 뿐만 아니라 페어플레이를 추구하는 축구에서 이런 일이 반복된다면 축구계에 종사하는 그 누가 축구를 페어플레이 스포츠라고 하겠습니까.

또한 아무리 자리가 바뀌었다고 하지만 불과 한 달 전까지 자신이 소신을 가지고 추진했던 경영효율화 등 연맹 사업들을 아무렇지 않게 손바닥 뒤집듯 뒤집는다면 향후 어느 구단이 연맹이 가고자 하는 방향에 동참할 것이며, 대전하나시티즌을 우리의 동업자라고 생각할 수 있겠습니까.

이에 전남 구단은 대전하나시티즌 이사장을 비롯해 단장 등이 한국프로축구연맹 출신으로 K리그의 발전과 시장 질서 유지를 위해 기여했던 분들이기에 자신들만의 이익을 위해 타 구단을 위기로 몰아넣는 이번 행위가 K리그 발전을 위해 K리그 2 구단들이 대의적인 차원에서 양보하며 동의한 경영효율화에 맞는지. 구단주인 KEB 하나은행이 추구하는 함께 성장하며 행복을 나누는 기업 이념에 맞는지 생각해보시기 바라며, K리그의 구성원으로서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또한 새치기 당한 사람이 바보가 아니라 새치기 한 사람이 나쁜 사람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K리그 시장 질서를 해치는 이런 일을 막기 위해 한국프로축구연맹에서도 정책 수립 등에 좀 더 신경 써 주실 것을 당부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전남 구단을 믿고 바이오 선수를 기다렸을 팬분들께 죄송하다는 말씀드리며,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바이오 선수를 대체할 수 있는 외국인 선수를 영입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2020년 2월 3일

전남드래곤즈 프로축구단

henry412@sports-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