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니어스|용인=조성룡 기자] 단 한 명의 열정이다.

28일 용인시민체육공원 주경기장은 휑했다. 평소에도 이런 곳이지만 최근에는 그러지 않아야 했다. 2019 FIFA/AFC 여자클럽챔피언십이 열리기 때문이다. 비록 테스트성 이벤트인 '파일럿 토너먼트'라는 조건이 붙어있지만 엄연한 국제대회다. 하지만 아쉬움은 크다. 국제대회지만 관중 수는 처참할 정도로 적다. 인천현대제철의 경기가 열리는 시간에만 유소녀들과 관계자들이 조금씩 경기장을 찾을 뿐이다.

사실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용인은 성인 레벨의 여자축구 팀이 없다. 그리고 날씨는 춥다. 인천현대제철 정성천 감독도 "추워서 걱정이다"라고 할 정도다. 집 밖에 나오기 싫은 날씨다. 그런데 용인시민체육공원 주경기장의 한 구석에 낯선 사람이 보인다. 초록색 유니폼을 입은 그 사람은 쉼없이 북을 치고 있다. 멀리서 그가 하는 말을 정확히 들을 수 없지만 충분히 유추는 가능하다. 이번 대회에서 초록색 유니폼을 입은 팀은 일본의 닛폰TV벨레자다.

일본 도쿄에 살고 있는 노무라 카가시 씨는 지난 25일에 한국에 입국했다. 닛폰TV벨레자의 팬인 그는 굳이 축구를 보기 위해 휴가를 내고 한국에 왔다. 그리고 용인까지 왔다. 닛폰TV벨레자와 장쑤쑤닝의 첫 경기부터 계속해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스포츠니어스>와 만난 그는 "3차전까지 모두 다 보고 갈 것이다"라며 씩 웃었다. 카가시 씨는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 대한축구협회 제공

그는 외로운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계속해서 추운 날씨는 이어지고 있다. 카가시 씨 손에는 타꼬야끼가 들려 있었다. 이미 다 식어버린 타꼬야끼와 물 한 병은 그가 가진 유일한 '식량'이다. 그리고 그는 닛폰TV벨레자를 응원하기 위해 남들과 떨어진 골대 뒤 좌석에 자리를 잡았다. 말도 통하지 않는 곳에서 그는 계속해서 혼자 닛폰TV벨레자를 응원하고 있다.

그가 혼자 용인까지 온 이유는 간단했다. "우리 팀이 국제대회에 출전해 경기하는 것을 너무나도 보고 싶었다. 그리고 아시아 챔피언이 된다면 더욱 좋을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대회는 아니다. 하지만 이 대회는 엄연한 국제대회였고 아시아 최강을 가리는 대회였다. 카가시 씨의 염원이 하늘에 닿았을까. 닛폰TV벨레자는 이날 인천현대제철을 2-0으로 꺾고 우승의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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