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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울산=김현회 기자] 우승 트로피는 어디로 가야 할까?

프로축구연맹이 고민에 빠졌다. 23일 울산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울산현대와 전북현대의 하나원큐 K리그1 2019 경기에서 두 팀은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이 무승부로 우승 트로피의 향방은 리그 최종전에서 가려지게 됐다. 내달 1일 울산은 안방으로 포항을 불러들이고 전북은 홈에서 강원과 경기를 치른다.

이날 경기 전부터 프로축구연맹과 울산 구단, 팬들은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 울산은 혹시라도 이 경기에서 우승을 확정지을 경우에 대비해 오전부터 우승 세리머니 리허설을 했다. 이날 평소보다 관중을 한 시간 이른 12시부터 받기로 해 관중이 없는 11시부터 우승했을 경우를 대비해 준비를 마쳤다. 하지만 ‘설레발’이 될 수도 있어 이 부분에 대한 언급은 대단히 조심스러웠다.

프로축구연맹도 ‘진품’ 우승 트로피를 챙겨왔다. 지난 시즌 우승팀인 전북현대가 보유하고 있던 진품을 반납 받은 연맹은 울산까지 이 귀한 트로피를 모셔왔다. 울산이 우승을 확정하면 곧바로 울산에 전달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경기는 무승부로 끝이 났고 결국 내달 1일 주인을 가리게 됐다.

우승 트로피는 하나다. 그런데 내달 1일 같은 시간에 열리는 두 경기 중 한 경기에서 우승팀이 나온다. 그 위치는 울산과 전주라 거리도 멀다. 연맹은 고민 끝에 한 경기장에는 진품 트로피를, 또 다른 한 경기장에는 가품 트로피를 준비하기로 했다. 그렇다면 내달 1일 어느 경기장에 진품 트로피가 가 있을까. 울산-전북전이 끝난 뒤 현장에서 이 질문에 연맹 관계자는 대단히 난처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 관계자는 “공식적으로는 노토멘트하겠다”면서 “그냥 눈치껏 알아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어느 쪽이 진품 트로피고 어느 쪽이 가품 트로피라는 걸 연맹이 공식적으로 언급하면 두 팀의 형평성 문제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승 가능성이 더 큰 쪽에 진품 트로피가 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해 본다면 어느 경기장에 있는 트로피가 진품인지 추측할 수 있다. 울산은 무승부만 거둬도 우승을 확정지을 수 있고 전북의 우승 시나리오는 조금 더 복잡하다.

이 대화를 들은 울산 관계자는 웃으며 “오늘 힘들게 여기까지 진품 트로피를 가지고 오셨는데 또 언제 가지고 올라가느냐”면서 “우리가 잘 보관하고 있겠다”고 농담반 진담반 이야기를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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