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산그리너스 제공

[스포츠니어스|조성룡 기자] 이 쯤 되면 사회공헌활동(CSR) 장인이다.

올 시즌 안산그리너스는 이보다 아쉬울 수 없었다. 창단 이후 처음으로 승격 플레이오프 진출을 노렸던 안산은 막판에 미끄러지면서 눈 앞에서 승격 플레이오프 티켓을 놓쳤다. 어찌보면 악몽이다. 하지만 그들은 충분히 박수를 받을 만 했다. 안산은 항상 K리그에서 가장 적은 돈을 쓰는 팀으로 꼽힌다. 그들이 보여준 도전은 감동이었고 K리그2에서 또 하나의 볼 거리를 제공했다.

창단 이후 안산의 성적은 들쭉날쭉했다. 하지만 안산에는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CSR 활동이다. 2017년 안산은 창단과 함께 CSR을 구단의 주요 정체성으로 삼았다. 이는 변하지 않고 쭉 이어오고 있다. 그리고 올해도 어김없이 안산은 CSR을 위해 뛰어다녔다. 외부에서 보면 혀를 내두를 정도다. 단순히 횟수만 늘어난 것이 아니다. 안산의 CSR 활동은 해가 갈 수록 진화하고 있었다.

'하루에 한 번 이상' 안산의 CSR 활동, 또다시 기록 세우다

2017년 창단한 안산은 꾸준히 CSR 활동을 구단의 비전으로 여겼다. 그래서 다른 구단에 비해 적극적으로 CSR 활동에 나섰다. 축구팬들에게 이제 안산은 'CSR 활동을 열심히 하는 구단'이라고 알려져 있다. 선수단과 프런트를 막론하고 모두가 CSR에 매달렸다. 어찌보면 미련할 정도였다. 당장 큰 효과를 보지 못하지만 그래도 안산은 CSR 활동에 매달렸다.

그리고 2019년 안산은 또 한 번의 기록을 세웠다. 올 시즌을 앞두고 안산은 'VISION 365'라는 목표를 세웠다. 365일 안산 시민들과 함께하고 안산 시민들에게 받은 사랑을 사회공헌활동 365회 달성을 통해 나누겠다는 목표다. 평균적으로 하루에 한 번은 CSR 활동을 하겠다는 의미다. 결국 이들은 성공했다. 11월 22일 안산은 세라유치원과 함께한 '풋볼탐험대'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마치며 CSR 활동 365회를 달성할 예정이다.

ⓒ 안산그리너스 제공

구단의 한 시즌은 1년 내내 돌아가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안산의 CSR 활동은 하루에 한 번 이상 진행됐다고 분석할 수 있다. 게다가 안산의 올해 CSR 활동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구단은 올해 말까지 총 382회의 CSR 활동을 계획하고 있다. 만일 안산이 모든 CSR 활동을 완료할 경우 안산 구단이 이를 통해 만난 안산 시민은 총 10만명에 달한다.

모든 안산 시민에게 '맞춤형'으로 다가간다

안산은 단순히 CSR 활동 그 자체에만 의미를 두지 않는다. CSR 활동의 수혜를 입는 안산 시민들이 만족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고민한다. 그래야 시민들이 안산 구단에 긍정적인 마음을 갖고 경기장을 찾는다. 안산의 CSR 활동은 자연스럽게 안산 시민들의 옆에 녹아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안산 시민들에게 무언가 만족감과 특별함 또한 제공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안산은 CSR 프로그램을 세분화하는 전략을 택했다. 구단은 연령 별로 맞춤형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가장 공략해야 할 대상인 미취학 아동에게는 좀 더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이들이 결국은 안산의 미래기 때문이다. 이들을 대상으로는 스타디움 투어 프로그램인 ‘풋볼 탐험대’와 마스코트가 함께 구단 공식 응원가에 맞춰 체조하는 ‘그리너스 꼬꼬마 체조’를 준비했다.

ⓒ 안산그리너스 제공

이 뿐만이 아니다. 학교 학생들에게는 직접 찾아가 축구 이론 및 실기, 진로교육을 진행하는 '그린스쿨'과 학생들의 안전한 등하교길을 책임지는 '등하교 지킴이'가 운영되고 있고 중장년층 주부들을 대상으로 하는 '그리너스 힐링체조'와 지역 내 단체에 각종 봉사활동을 나가는 '그리너스 봉사대'가 운영 중이다. 안산 구단이 진행하는 CSR 활동의 혜택을 입는 안산 시민들은 미취학 아동부터 중장년층, 그리고 노년층까지 다양하다.

이는 곧 안산 구단이 CSR 활동에 대해 얼마나 깊은 고민을 했는지 보여준다. 그리고 내년에는 또다른 도전도 하려고 한다. 안산의 CSR을 총괄하는 홍보마케팅팀 이제영 대리는 "이제는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봉사활동을 함께 돕거나 지역단체 및 스폰서와 상생하는 CSR을 고민하고 있다"면서 한 가지 깜짝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CSR 활동을 위한 유니폼을 제작할 계획이다"라는 것이다. CSR 활동을 지원하는 스폰서들을 모집해 유니폼에 노출하겠다는 뜻이다. K리그 경기가 아닌 CSR에 특화된 유니폼이다. 이 대리는 "12월부터 CSR 스폰서를 모집하기 위해 열심히 뛸 생각이다"라고 웃었다.

사람의 숲을 만들 때까지 CSR 활동은 계속된다

안산은 고집스럽게 CSR 활동에 매달려왔고 지금도 매달리고 있다. 그들의 노력을 인정하는 곳도 속속 늘어나고 있다. 안산은 K리그 대상 시상식에서 2년 연속 '사랑나눔상'을 수상했고 2018년 스포츠마케팅 어워드에서 사회공헌활동 부문 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안산의 CSR 활동을 탐구하기 위해 다른 구단에서 찾아와 그들의 사례를 연구하기도 했다. 2018년부터는 고려은단이 안산의 CSR 활동에 참여해 비타민 음료 등을 제공하고 있다.

CSR 활동은 쉽게 지칠 수 있다. 단기간에 눈에 띄는 성과를 보여주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들인 노력에 비해 효과는 천천히 발생한다. 하지만 무의미한 일은 아니다. 안산 이종걸 단장은 "처음 시작할 때는 직접 발로 뛰며 CSR 프로그램을 홍보했다. 하지만 이제는 먼저 시민들에게 문의가 온다"면서 "내년에는 더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겠다. 더 많은 시민들에게 혜택이 갈 수 있겠다"라는 포부를 밝혔다.

ⓒ 안산그리너스 제공

CSR 활동의 효과를 가장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수치는 관중 수다. 2017년 창단 당시 안산의 관중은 평균 2,701명이었다. 하지만 2018년 유료 관중 집계가 시작되자 수치는 1,798명으로 감소했다. 그러나 안산은 오히려 CSR 활동을 대폭 늘렸다. 2017년 230회였던 CSR 활동은 2018년 300회를 돌파했고 올해는 380회를 넘보고 있다. 그러자 올 시즌 평균 관중은 2,969명으로 대폭 늘었다. 무료 관중까지 집계하던 2017년보다 오히려 늘어난 것이다.

K리그에 CSR이라는 개념이 도입된지도 이제 제법 세월이 흘렀다. 일각에서는 조금씩 CSR 무용론도 등장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산은 꿋꿋하게 CSR 활동을 하고 있다. 적당히 하는 것도 아니고 "많으면 많을 수록 좋다"를 외치며 더욱 CSR 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이제 창단 3년차를 마무리한 안산은 아직도 씨를 뿌리고 있다. 황무지에 씨를 뿌려 수십년 뒤 숲을 만들었다는 한 노인의 이야기처럼 안산은 와~스타디움을 사람의 숲으로 만들기 위해 오늘도 CSR 활동에 나선다.

wisdragon@sports-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