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니어스｜단양=조성룡 기자] 쌍둥이 형제는 다투면서도 깊은 정을 가지고 있었다.

16일 충북 단양에서 제1회 단양강 잔도배 전국유소년클럽축구대회가 개막했다. 이 대회는 단양군과 월간축구사커뱅크가 주최하고 단양군축구협회와 월간축구사커뱅크, 단양군, 단양군의회, 단양군체육회, JOMA코리아, ㈜피파스포츠가 후원하는 대회로 이틀간 열린다. U-8세부터 U-9, U-10, U-11, U-12 등 다섯 개 리그로 나눠 90개 팀 1,200여 명의 선수가 참여한다.

이날 단양에서는 유독 한 형제가 많은 관심을 받았다. 지나가던 어른들은 그들을 보더니 한 마디씩 했다. "만세는 어디갔니?" 순간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출연했던 송일국의 두 아들이 축구를 시작했나 싶어 눈길이 돌아갔다. 조심스레 다가가 물어보니 그들은 살짝 한숨을 쉬며 말했다. "아니다. 우리 그런 이야기 진짜 많이 듣는다." 알고보니 이들도 쌍둥이었다. 그리고 같은 팀에서 뛴다. 부평주니어의 황대한, 황민국 형제의 이야기다.

'대한, 민국'이라는 이름은 그들의 할머니가 지어줬다. 몇 분 먼저 태어난 황대한이 형이고 황민국이 동생이다. 실제로 이들의 모습을 보면 '닮았다'라는 생각과 함께 형과 동생을 쉽게 구분할 수 있다. 맏형 노릇을 잘 할 것 같은 선수가 황대한이고 쾌활하고 유쾌한 막내 역할을 제대로 하는 선수가 바로 황민국이다. 둘은 비슷하지만 또 다르다.

둘은 부평주니어에서 함께 호흡을 맞추고 있다. 축구를 먼저 시작한 것은 형이 아닌 동생이었다. 활달한 성격의 황민국은 "그냥 재밌을 것 같아서"라는 이유로 축구를 시작했다. 그리고 형 황대한이 동생을 따라 합류했다. 그 때부터였다. 평소에도 어린 형제는 투닥거리는 법이다.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그렇다. 그리고 한 곳이 더 늘었다. 바로 축구장이었다.

부평주니어의 동료들은 입을 모아서 황대한, 황민국 형제의 이야기를 한다. 듣다보면 이건 폭로다. 그들은 "황대한과 황민국은 자주 다툰다"면서 "동생 황민국이 먼저 형에게 화를 낸다. 그러면 형이 맞받아치면서 다툰다"라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더니 슬며시 한 마디 더 한다. "사실 황민국이 먼저 대든다. 형인데 불구하고 그라운드에서 조금만 실수하면 뭐라고 하더라."

두 사람이 이렇게 다투는 이유는 가족이기 때문이다. 서로가 서로를 잘 알기 때문이다. 또 그만큼 편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런지 그만큼 또 환상의 호흡을 자랑한다. 동생 황민국은 형 황대한 대신 "체력 훈련이 힘들다. 할머니가 이름을 지어줬다. 야구는 롯데자이언츠를 좋아한다"라고 쉴 새 없이 이야기를 해준다. 옆에서 형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일 뿐이다. 다 마음이 통하니까 가능한 것이다.

이렇게 매일 투닥거리며 싸우는 황대한과 황민국이지만 그래도 DNA는 속이지 못하나보다. 공교롭게도 두 선수는 부평주니어에서 모두 수비를 담당하고 있다. 지금은 서로에게 불만도 많고 아쉬움도 많다. 하지만 둘은 서로가 서로에게 가장 잘 맞는 파트너라는 것을 알기에 슬며시 손을 잡는다. 먼 훗날 우리는 '트윈타워'라는 진정한 의미를 황민국과 황대한에게서 볼 수 있을까. 기대감이 든다.

wisdragon@sports-g.com